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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아버지가 되는 순간은?

남자와 아버지

by 또대리


안녕하세요. 언제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엄마입니다. 현재 10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 남편 혼자 벌어서 세 식구가 먹고사는 외벌이 가정입니다.



여보는 왜 이렇게 아끼게 됐어?

얼마 전에 남편의 셔츠에 구멍이 뚫린 걸 알았어요. 속에 입는 셔츠라 구멍이 좀 뚫려도 상관없다면서 계속 입더라고요. 그 뒤로 남편을 유심히 살펴보았어요. 남편 역시 저와 마찬가지로 절약을 참 열심히 하더라고요. 마트에 같이 장을 보러 갈 때는 가격 비교를 열심히 하고요. 아기의 육아용품을 살 때는 중고 마켓부터 검색해보고요. 저만큼이나, 아니 저보다도 열심히 아끼는 남자가 되어 있었어요.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남편에게 물었지요.


여보는 왜 이렇게 아끼게 됐어?
아기 태어나고 집 마련하려고 하니까 아껴지더라

구멍 난 셔츠와 아버지

남편의 대답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올해 아기가 태어나면서 내 집 마련을 했거든요. 더군다나 저는 육아휴직을 하면서 외벌이 가정이 되었고요. 그러니 대출금을 갚으며 세 식구가 외벌이 수입으로 살게 되었어요. 자연히 남편의 허리띠도 바싹 매여진 거지요. 저희 남편은 연애할 때 사치는 하지 않더라도 기분을 내곤 하는 남자였어요. 주로 제게 이것저것 사주는 것으로 기분을 내곤 했지만요. 또 여느 젊은이가 그렇듯 패션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철 따라 옷 몇 벌 정도는 사곤 했어요. 그런 남편이 구멍 난 셔츠를 입게 된 거예요. 아버지가 되면서부터요.


내 것을 양보하는 순간

남편의 말을 듣고 생각했어요. 아빠,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양보를 할 수 있게 된 거란 걸요. 아빠 엄마가 되면서 아기에게 많은 것들을 양보하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당장 내 입으로 들어갈 음식을 조금 양보하고 아기를 위한 먹거리를 마련하고요. 내가 입을 좋은 옷들을 양보하고 아기의 옷을 사게 되지요.


남자는 내 것을 양보하면서 아버지가 되는 것 같아요.


여자는 아기를 임신을 했을 때부터 어머니가 되는 것 같아요. 내 몸에 한 생명을 잉태하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지지요. 가령 입덧을 하면서, 배가 불러오면서 점점 내가 어머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돼요. 그러나 남자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남자는 아기를 품고 있지 않지요. 그래서 남자에게 아버지로의 전환은 조금 더 늦게 오는 것 같아요. 바로 아기가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요. 그러나 늦게 아버지가 된다고 결코 마음도 작은 건 아니에요. 아기를 키워가면서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모든 아버지들 오늘도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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