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가 너한테 다정하지는 않았잖아."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을 만났다.
대학교 내내 cc였기 때문에
친구들은 내 첫사랑을 알고 있다.
다들 친구 사이이다.
나는 첫사랑과 오래 연애했다.
7년 정도를 만났으니 꽤나
장기 연애이다.
"근데 왜 헤어졌어?"
군대까지 기다려줬건만
군대를 다녀온 그의 마음이 변했고
나는 그즈음 결혼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20대 후반이었는데 결혼은 무슨 그냥 놀지!)
끝은 안 좋게 헤어졌지만 사귀는 동안에는 좋았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오랜 친구가 말한다.
"그래 잘했어
걔가 너한테 다정한 편은 아니었잖아"
갑자기 머리가 띵했다.
'사귀는 동안 내게 다정한 편이 아니었나?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그렇게 보였구나.'
애써 좋게 포장했던 기억의 포장지가 풀어졌다.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7년이나 만난 첫사랑에게
난 그렇게 귀한 존재는 아니었구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그 순간이었다.
옆에 잠들려는 3살 딸이
내 손을 자기 배 위에 턱 올린다.
자기를 쓰다듬어 달라는 것이다.
고사리 손으로 내 손가락을 만지작거린다.
얼마 전 쪽쪽이를 끊고 난 후에는
엄마의 손이 더 필요해졌다.
나를 이렇게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을까?
3살 딸은 내가 잠깐 화장실 갈 때도
'엄마' 하며 찾는다.
잘 놀다가도 귀신같이 내가 없어진 걸 안다.
마치 모든 안테나가 나를 향해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서 무한 사랑을 느낀다.
그 옆에 잠들어 있는 남편
어린아이 둘을 키우느라 매일이 전쟁이지만
그 와중에 다정하다.
내가 해준 밥은 싹싹 긁어먹는 남편
마카롱 하나를 아이들 몰래 내 손에 쥐여주는 남편
영상 찍는다니 조용히 영상 장비를 사주는 남편
(미안해 여보 사줬는데도 게을러서 못 찍고 있네)
생각을 달리하니 지금의 행복이 눈에 들어온다.
나 지금 굉장히 행복한 상황이구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는데,
행복을 발견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사고를 통제하는 것이다.
행복은 외적 조건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내적 조건에 달려 있다.
-데일 카네기 인관관계론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과거의 첫사랑에서부터
현재의 행복함까지 연결된다.
블로그에 글을 쓴 덕분이다.
블로그 하길 잘했다.
글 쓰길 잘했다.
부끄러운 마음에 읽지 말라고 했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또대리와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