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소면과 어머니

by 또대리

1.

엄마는 일찍부터 일을 하셨다.

어렸을 때는

집안의 방 한 칸에서

일을 하시기 시작하셨고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엄마는 아예 가게를 차리셨다.

그렇게 협조적(?)이지는 않은

남편 때문에 엄마는 항상 바쁘셨다.

전 날 새벽까지 일하시다가도

다음 날 아침이면

잠든 언니와 나를 깨워서

아침밥을 꼭 먹여 학교에 보내셨다.

그때는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당신도 아침잠이 얼마나 필요하셨을지도

매일매일이 사랑이었는지도 몰랐다.

나는 그냥 엄마가 항상 그리웠다.

비 오는 날 우산 가지고 학교에

마중을 나오는 엄마가 우리 엄마였으면

운동회날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펼쳐주는 엄마가 우리 엄마였으면

친구 문제나 고민이 있을 때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엄마가 우리 엄마였으면 했다.

2.

항상 바빴던 엄마였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엄마의 음식이 있다.

바로 김. 치. 소. 면

고3 때 야자가 끝나고 집으로 오면

한참 배가 출출하였다.

그때 엄마는 고춧가루를 팍팍 넣은

김치 소면을 끓여주셨다.


Jacob Stone, unspalsh

그럼 나는 뜨거운 면을

입김으로 호호 불어

칼칼한 맛을 즐기곤 하였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우리 엄마 음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피곤하셨을 텐데도 잠들지 않고

둘째 딸을 기다리는 엄마의 마음이

더 좋았던 것 같다.

3.

세월이 흘러 나도 엄마가 되었다.

어린아이 둘을 키우느라

매운 음식을 먹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레 김치 소면 먹을 일도 없다.

엄마 역시 할머니가 되어

김칫 소면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는 할머니가 되었다.

나도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음식을 해 줄 수 있을까?


Jakub Kapusnak, unsplash

해줄 수 있다.

김치 소면이 맛있었던 건

진짜 음식이 맛있었던 것보다는

엄마의 마음이 맛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음식 솜씨에는 자신이 없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 솜씨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

그렇게 나도 엄마가 되어가나 보다.

이젠 내가 엄마가 되었다.

나는 새벽 출근을 하기 전

아이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해 둔다.

살금살금

조심조심

아이들이 깨지 않게

직장에도 늦지 않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이젠 나도 엄마가 되었다.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한 걸음 또 걸어요!

작가의 이전글24년 3월. 맞벌이 4인 가정은 한 달에 얼마 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