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눈빛이구나"
며칠 전 결혼식을 갔어요.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가 연애하던 시절 찍은 사진을 보여주더라고요. 사진을 보는 데 딱 사랑에 빠진 남녀의 눈빛이었어요. 결혼식은 아름다웠고 신랑신부에게서는 다채로운 색깔이 느껴졌어요. 인생에서 가장 황홀할 때.
"점점 회색빛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가끔 나 자신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에요. 결혼하고 육아하고 직장 다니니 거울을 몇 번 안 보거든요. 가끔 지하철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마치 '그림자' 같을 때가 있어요. 형체는 있는데 색깔이 없는 느낌이에요.
최근 들어 이 생각이 더욱 강해졌어요. 나만의 색깔을 잃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는데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님의 인터뷰를 보고 깨달았어요.
"책을 많이 읽고 나면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책을 바빠서 못 읽는 시기엔 사람이 희미해진달까,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느껴요. 책에 대한 허기가 져서 며칠 동안 정신없이 책을 몰아서 읽으면, 어느 순 간 충전됐다, 강해졌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책을 읽지 않을 땐 자신이 부스러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데 읽고 나면 부스러졌던 부분이 다시 모아지는 느낌 이 있어요."
-소설가 한강, 경향신문 이영경 기자
요즘 둘째가 엄마 껌딱지가 되어 새벽에 자주 깨요. 덕분에 출근 준비 다 하고 출발하려다가 다시 둘째를 토닥이느라 아침 시간이 줄어들었어요. 직장 일도 틈이 없고요. 결국 책 읽기와 글쓰기. 이게 나의 색깔을 강하게 해주는 것이었구나 느낍니다.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질 때 다시 책을 꺼냅니다. 글쓰기도 이제는 안 하는 생활도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글쓰기에 진심일 줄 몰랐는데 말이에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질문.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질 때 무엇을 하시나요?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운 당신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한 걸음 또 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