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livesmatter 시위를 바라보며
위 사진은 이번 조지 플로이드 사태에 대한 한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우리나라의 평화시위가 익숙한 나로서는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번 시위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 댓글을 읽으며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는 사람들의 심정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미국에서 코로나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커뮤니티 중 하나가 흑인 커뮤니티다.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실업으로 인한 생존의 갈림길에서 힘들어하고 있었고, 두 달이 훨씬 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정서적 고갈을 겪는 이 시점에 조지 플로이드 영상이 쌓여있던 사회에 대한 불만, 나아가 생존에 대한 불안을 터트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 분노의 에너지가 올바른 대상에게 향하도록 인도하는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거의 전 미국 주요 도시에서 #blacklivesmatter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그들이 누구를 중심으로 시위 날짜를 정하고 시위에 나서는지 모르겠지만 산발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운동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매번 시위->격화->경찰차 불태움->상가를 턴다는 일종의 패턴으로 종결되고 결국 남는 것은 '흑인이 시위하면 폭동이 일어난다'는 인식의 재확립뿐이다.
사실 난 누군가가 무력시위를 부추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누구보다도 흑인 커뮤니티가 자신들에게 향한 낙인을 잘 알고 있기에 평화시위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매번 평화시위를 폭력시위로 전환시키려는 일명 '프락치'들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실제로 그런 케이스를 의심케하는 영상들이 돌아다닌다). 경찰을 자극하여 무력진압을 유도하면 그에 분노해 시위가 격해지는 메커니즘을 잘 이용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언론은 (돈 안 되는) 평화시위를, 이 시위의 메시지를, 억압받는 자들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를 부각하기 보다 경찰차 몇 대가 불탔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짜여진 '흑인은 위험하다' 라는 혐오 프레임에 또 하나의 케이스를 추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 이런 '폭력' 시위로 인해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 흑인들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흑인과 백인들이 나뉘는 결과가 나온다. 그럼 흑인들과 백인들이 나눠질수록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 백인이 결집하면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 말할 것도 없이 올해 재선을 노리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이런 시위가 터져 나올 것을 예상 못했지만 코로나 프레임에서 탈출하는 동시에 백인 결집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호재로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언론의 지원사격을 통해 이들에게 '폭력' 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버리면 보편적 정의를 추구하는 중도의 표심까지 얻을 수 있으니 할 만한 게임인 셈이다.
이러한 시기에 저들의 분노를 아우르고 올바른 대상에게 집중시킬 수 있게 구심점을 잡아주는 마틴 루터 킹 같은 흑인 지도자가 없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