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hope is a good thing"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은 '인생은 아름다워 (Life is beautiful, 1997)'와 더불어 내 인생 최애 영화이다. 세계 최대 영화싸이트 IMDb에서 역대 영화 1위를 하는 것을 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만큼 대중성과 작품성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는 평을 받는 영화이다. 이 명작에 대한 후기를 쓸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머릿속에만 맴도는 생각을 한 번은 정리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펜을 키보드를 잡았다.
오래된 영화이기도 하고 워낙 유명한 영화라 이미 보셨을 거라는 가정하에 쓰는 글이니 혹 스포가 싫으신 분들은 여기서 멈춰주시면 되겠다. 하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라 읽고 보셔도 무관하다는 전적으로 주관적인 내 생각이다.
* 쇼생크 덕후의 글이라 글이 깁니다. 초스압 주의.
나에게 명작의 기준은 딱 두 가지다. 첫째, 열 번 이상 돌려봐도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 둘째, 생애주기에 따라 새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 참고로 이 두 번째 기준은 쇼생크 탈출을 보고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 관점이 달라진 것이 한몫을 하겠지만 정녕 같은 영화인가! 할 정도로 새롭게 보였던 것은 쇼생크 탈출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십 대 때에 이 영화를 볼 때와, 대학생이 되어, 유부남이 되어 볼 때의 이 영화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사실, 이 영화가 스토리상으로 특출 난 점은 딱히 없다. 스토리텔링이 좋다면 좋겠지만 스토리 자체는 한 은행 부사장이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 탈옥에 성공한다는 프리즌 브레이크 물의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이 영화 제목을 들으면 '아 그 감옥 탈출하는 영화?'라는 반응이다. 십대의 내가 느낀 이 영화의 첫인상도 그랬다. 하지만 쇼생크 탈출은 거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쇼생크 탈출을 보는 여러 가지 관점이 있겠지만 글이 안드로메다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하나의 주제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어 써 보려 한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수긍하겠지만 영화 안에서 가장 정직하게 드러나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 Hope. 아마 누구도 이 주제를 놓치지 않길 바라는 감독의 배려인 것 같다.
Hope. 우리말로 '희망'이다. 이 주제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감독은 가장 희망이 없을 것 같은 장소로 쇼생크 감옥을 선택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일상의 희망조차 주어지지 않은 가장 통제된 감옥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들이 시사하는 바가 있기에 어떻게 이 명작을 풀어나가야 하는 고뇌가 깊었지만 주요 장면을 '희망'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본다면 어떻게든 풀리겠다 싶었다.
그래서, 아래 목차를 중심으로 내 마음대로 고른 15 장면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1. 짓밟히는 희망
2. 작은 희망
3. 바깥에도 없는 희망
4. 희망은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
5. 진짜 희망이 찾아오다
6. 희망은 방향성이다
7. 희망은 좋은 것이야
장면 1. 수감 첫날밤 맞아 죽은 신입의 이름을 묻다가 오히려 핀잔 듣는 앤디(주인공)
여느 감옥 영화가 그렇듯 초반에 감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선제압 장면들이 나온다. 악명 높은 쇼생크 감옥으로 수감된 첫 날밤, 죄수 한 명이 흐느낀다. 자신의 인생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듯한 느낌을 감당하기 힘들었나 보다. 하지만 울음소리가 커지자 그 신입은 간수장에 의해 잔인하게 구타당하고, 결국은 죽게 된다. 다음 날 식당에서 앤디는 죽은 신입의 이름을 물어보지만 그런 게 뭐가 중하냐고, 죽은 놈의 이름을 알아서 뭐하냐는 핀잔을 듣는다. 인간이 아닌 이름 없는 고깃덩어리로 취급받는 현실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이런 곳에 희망이란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장면 2. 강간범들과의 필사적인 사투
가뜩이나 인간 취급도 못 받는 감옥에서 찾기 어려운 것이 희망인데, 설상가상으로 앤디는 그를 강간하려고 하고, 나중엔 죽이기까지 하려는 무리를 마주하게 된다. 아예 마지막 희망까지 짓밟아 버리는 설정이다.
하지만 앤디는 저항한다. 매번 얻어터져서 피멍투성이가 되더라도 그들과 맞서 싸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을 이런 지루한 싸움을 싸워나가는 앤디의 모습에서 최소한의 인간됨, 최소한의 주권을 지키고자 하는 어떤 모습을 본다. 거창한 희망은 아니더라도 여기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몸부림이다.
장면 3. 간수의 4억 5천과 맥주 (feat. 목숨 값)
죄수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간수장에게 4억 5천을 그대로 상속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답시고 다가갔지만 그를 떨어뜨려 죽여버리고자 하는 간수장. 하지만 앤디는 전직 부은행장의 말빨과 경험으로 일촉측발의 상황에서 그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게다가 보상으로 일하는 동료들에게 맥주를 한 병씩 돌리라는 패기까지 보인다.
이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이 장면이 앤디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간수장의 폭력성을 알고 있음에도, 레드가 그를 말렸음에도 앤디는 간수장에게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는 호의를 보인다. 한낱 죄수의 정체성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는 비록 현실의 신분은 죄수이지만 마음속 정체성은 무고하게 잡혀 들어온 부은행장이었던 것이다. 아직 그가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은 뉘엿뉘엿 노을지는 옥상에서 죄수들이 맥주 한 병에 행복해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레드는 나레이션으로 잠깐이지만 우리 모두는 자유인의 기분을 느꼈다고 말한다. 앤디가 놓지 않았던 희망이 잠시라도 동료 죄수들에게 전이되는 의미 있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이 '자유인' 컨셉은 나중에 또 한 번 등장한다.
장면 4: 그래도 예외는 있는 법이니까
"Exceptions can be made."
간수장과 함께 불시점검을 나온 소장이 앤디 방에 붙여진 여배우 포스터를 보고 하는 말이다. 감옥의 내규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내가 저것을 눈감아 줄 테니 너는 나를 도우라는 일종의 계약 체결문이다. 소장이 감옥에서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앤디는 소장의 돈세탁을 요구받는다. 앤디는 탐탁지 않아 하지만 도서관 운영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규정하고 협조한다. 어떻게 보면 타협이라 볼 수 있겠지만 죄수의 입장에서 앤디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실낱같이 비추는 희망을 잡기로 결정한 것이다. 예외는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들은 앤디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장면들이다. 자녀 진로를 위한 펀드 가입 문의부터 시작해 간수들의 세금 감면을 도와주는 장면들은 자신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어떻게든 희망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앤디처럼 실력이 뒷받침해 줘야겠지만 말이다.
장면 5: BROOKS WAS HERE
앤디는 이 영화에서 희망의 상징이다. 그리고 앤디의 희망은 감옥에서의 순탄한 삶이 아닌 감옥 밖에서의 인간다운 삶이다. 이 점은 감옥 안에 있지만 감옥 밖에 있는 것처럼 사는 앤디의 태도를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러한 앤디의 태도는 감옥 친구들에게 점점 전이된다. 자유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희망이 전이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희망을 일시에 불식시키는 장면이 바로 50년 수감 후에 출소한 브룩스의 자살 장면이다. 밖에 나가봤자 희망은 개뿔 오히려 절망뿐이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는 강렬한 장면이기도 하다. 실제로 앤디의 모든 감옥 친구들이 이 시점에서 깊이 절망한다. 희망이란 굳게 붙잡지 않으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장면 6: 볼륨을 높여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이다. 주 의회를 편지로 6년을 괴롭혀 $200의 후원금과 기부된 책들, 그리고 레코드판을 득템한 앤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를 틀고 그 음악을 교도소 전역으로 송출한다. 교도소 곳곳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아름다운 여성 듀엣의 선율에 빠져드는 죄수들의 표정은 이 영화의 유명한 명장면이다. 여기서 레드는 또 한 번 나레이션으로 자유인의 감정을 느꼈다고 말한다. 전에는 옥상 위의 맥주로, 이번에는 감미로운 음악으로, 앤디는 끊임없이 희망 없는 죄수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장면이 여기에서 끝났으면 모를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소장과 간수들이 몰려와 음악을 당장 끄라고 협박하지만 오히려 모나리자 미소와 함께 음악 볼륨을 높이는 앤디의 모습이다. 희망은 마음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본인이 내어주지 않는 이상 어느 누구도 뺏을 수 없다는 사실을 휼륭하게 표현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장면 7: 희망이란 위험한 것이야
레코드 사건 때문에 독방 신세를 지고 나온 앤디가 친구들과 밥을 먹는 장면은 영화의 핵심 장면이다. 레코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앤디는 음악은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것, 누구도 뺏을 수 없는 것을 상기시키지 않냐고 말한다. 뚱한 표정으로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레드에게 앤디는 대답한다. Hope. 하지만 레드는 정색하며 경고한다. 희망은 위험한 것이라고.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라고. 아마 레드 자신이 10년마다 찾아오는 가석방 심사에서 2번이나 떨어져 봤기에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사치를 넘어 위험한 것이라고 느꼈을 것 같다. 영화의 딱 중간에 나오는 이 장면은 희망을 가진 자(앤디)와 자포자기한 자(레드)의 가치관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후의 영화 전개를 보면 희망이 항상 승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다음 하모니카 장면이 그 증거이다.
장면 8: 하모니카 선물
바로 전 식사 장면에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 레드는 자기가 어릴 적에 하모니카를 연주한 적이 있었지만 감옥에서 연주는 의미가 없어 포기했다고 말한다. 이에 앤디는 감옥이기 때문에 음악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하지만 레드는 듣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 레드는 앤디로부터 수감 30주년 선물로 하모니카를 선물 받는다. 앤디가 불어볼 거냐고 묻지만 레드는 지금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하모니카 선물 에피소드는 끝나나 했지만 밤이 되고 불이 다 꺼지자 레드는 자신의 독방에서 하모니카를 살짝 한 번 불어 본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이 장면이 참 명장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하모니카를 자유와 희망의 은유로 잘 사용했을 뿐 아니라 희망은 위험한 것이라는 레드의 가치관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몇 번을 돌려봐도 명장면이다.
장면 9: 검정고시를 치고 싶어요
레드에 이어 희망이 전이된 또 한 명이 등장한다. 젊은 아빠 토미. 안 들려본 교도소가 없을 정도로 교도소를 제 집처럼 드나들던 그의 모습에서 희망이란 찾아볼 수 없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그는 자포자기한 삶을 겨우 살아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 그가 앤디를 만나고 처음으로 이런 삶을 바꿔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진다. 그 시작으로 앤디에게 와서 검정고시를 치고 싶다고 말한다. abc도 모르는 까막눈이지만 이런 막장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희망을 앤디에게서 본 것이다. 막판에 검정고시 시험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폭주하긴 하지만 앤디의 존재가 주위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주는 존재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장면 10: 토미가 진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
이 시점까지 영화는 아내를 죽였다는 혐의로 무기 징역살이를 하는 앤디의 삶을 담담하게 조명한다. 하지만 이 장면 이후 영화의 다이내믹은 달라진다. 토미가 앤디의 아내와 바람남을 죽인 진범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처음으로 앤디는 감정적으로 격동한다 (눈빛 연기 하나로). 언젠가 이 감옥에서 나가 살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기간이 훨씬 앞으로 당겨질 거란 또 다른 희망이 생기는 순간이다. 비록 이 희망은 소장에 의해 짓밟히지만 조심스럽게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앤디의 희망이 생명력 있게 폭발하는 지점이 바로 이 장면이다.
장면 11: 토미가 검정고시 합격한 순간
토미는 검정고시를 망쳤다고 생각하고 홧김에 답안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쳐 넣고 도망치듯 시험장을 뜬다. 하지만 앤디는 그 구겨진 시험지를 펴서 시험관리국에 보낸다. 그리고 얼마 후 토미는 예상치 못한 검정고시 합격 통지서를 받게 된다.
이 장면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앤디에게로부터 희망을 보고, 자신도 그 희망을 위해 노력한 사람이 처음으로 성공한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마음속에만 머물고 있는 희망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감격스러운 장면이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을 짓밟는 세력은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그다음 장면인 토미 총살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장면 12: 레드에게 자신이 숨겨놓은 박스를 꼭 찾아달라고 하는 앤디
자신의 결백을 증언해 줄 수 있는 토미가 소장에게 제거당했다. 게다가 유래없는 독방에서의 1+1달 생활은 그의 희망을 짓밟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앤디가 레드와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은 어딘가 이상하다. 증인이 없어진 상황인데도 앤디는 감옥을 나가면 멕시코의 한 해변도시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계획을 레드에게 말해준다. 한껏 행복한 상상에 취해 이야기를 했던 앤디와는 반대로 레드는 자신은 바깥의 삶에서 기대하는 건 없다고 씁쓸해한다. 레드는 이전과는 달리 희망 자체에 대해 적대적이진 않다. 하지만 바깥세상에선 자신도 브룩스 같은 쓸모없는 노인일 뿐이라는 현실을 자각할 뿐이다.
그런 레드에게 앤디는 미션을 준다. 이 감옥에서 나가면 Buxton이라는 곳에 가서 특정한 나무 아래에 있는 상자를 꼭 찾아줄 것을 부탁한다. 이 부탁은 후에 출소한 레드가 브룩스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는 중요한 보호장치 역할을 한다.
이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앤디 자신이 꿈꾸는 삶에 레드가 공감하지 못하자 꿈 대신 레드가 희망으로 다가갈 수 있는 행동지침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장기적인 그림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럴 힘도 없는 사람에게는 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심오한 사실을 묘사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장면 13: 옥수수밭 사이 나침반을 보는 장면
레드는 수감 40년이 되는 해에 가석방 심사에 합격해 출소하게 된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브룩스와 레드를 평행시한다. 허름한 원룸에서 생활하고, 마켓에서 포장하는 일을 하고,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씁쓸한 늙은이의 삶을 조명한다(그 와중에 시대 변화상을 반영시켰다). 다시 범죄를 저질러 감옥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를 고민했던 브룩스의 마지막 단계까지 왔지만, 레드는 지켜야 할 앤디와의 약속을 기억한다.
앤디의 박스를 찾아주겠다는 약속을 위해 총 대신 나침반을 사고 Buxton에서 그 나침반으로 방향을 가늠하는 장면은 방향 없는 레드의 삶이 앤디와의 약속으로 인해 방향성이 생겼다는 것을 잘 표현하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카메라가 레드를 중심으로 360도 돌며 옥수수밭을 촬영한 이 장면은 가히 예술이다.
장면 14: 레드, 희망은 좋은 것이야
막연히 앤디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침반까지 샀던 레드는 앤디가 숨겨놓은 박스 안에서 의외의 편지와 현금 다발을 발견한다. 먼저 자유를 찾은 앤디가 또 다른 자유인인 레드를 멕시코 해변으로 초청하는 편지인 것이다.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거예요. 아마 가장 좋은 것일 거예요. 그리고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정말 이 대목을 읽는 레드의 심정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또한 앤디와의 약속을 지키고 이전의 암울한 삶으로 돌아갈 것만 생각했던 그에게 새로운 세계로의 초청이 왔을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는 가석방 주거지 무단 이탈죄를 무릅쓰고 멕시코행 버스에 탑승한다. 달리는 버스 밖의 노을을 바라보며 레드는 너무나 흥분된다는 나레이션을 곁들인다. 자유인만이 느끼는 흥분이라며.
이 장면이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 내내 조금씩 바뀌었던 레드가 완전히 앤디 쪽으로 기우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희망은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희망은 좋은 것이라는 앤디의 가치관과 동일시되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40년 동안 하라는 대로만 했던 죄수가 자유인이 되어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이 희망이라는 것에 인생을 걸어보는 것이었다. 드디어 레드도 방향성이 생긴 것이다.
장면 15: 엔딩
이 영화의 마지막 백미는 단연 엔딩이다. 처음에는 감옥에서 앤디가 레드를 찾아왔지만, 바깥세상에서는 레드가 앤디를 찾아온다. 앤디는 타의로 레드를 만났지만, 레드는 자의로 앤디를 찾아왔다. 오랜 친구를 바깥세상에서 다시 만난 레드와 앤디의 표정은 그 자체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짜릿한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눈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바다를 모두 담아낸 마지막 포옹 장면은 말할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는 그들이 감옥에서 입었던 칙칙한 푸른 죄수복과 정확히 대조된다. 또한 감옥 안의 어두운 배경과는 상반된 눈부신 배경은 그 자체만으로 이들이 자유인이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한다. 정말 봐도 봐도 감동적인 엔딩이며, 한번 보면 절대로 잊히지 않는 따뜻하고 뭉클한 장면이다. '희망은 좋은 것'이라는 영화의 주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이 엔딩이다.
쇼생크 탈출을 한줄로 요약하면 ‘희망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아닐까. 현실세계에서 희망을 가진다고 그 희망이 항상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테지만 그 희망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인생에서 희망이 필요한 시점이 온다면 쇼생크 탈출을 권해드린다.
+ 조만간에 쇼생크 탈출의 깨알 관전포인트를 올릴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