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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Jul 08. 2020

아빠라는 존재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어른 힐링 영화

왼쪽부터 발리, 이안, (반쪽)아빠


지인의 추천으로 본 영화다. 소재가 흥미롭기는 했지만 굳이 어른이 볼 영화인가 싶었다. 하지만 영화를 본 후 이렇게 글까지 남기고 있다. 겉으로는 마법이 가미된 아이들 애니메이션 같지만 실상은 성인들을 위한 힐링 영화다. 보고 나면 기분이 따뜻해지는 영화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감명 깊게 보신 분이라면 이 영화를 좋아하실 것 같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안은 숫기 없고 자신감 없는 소년이다. 반면 그의 형 발리는 정반대의 거침없는 성격이다. 이들 엄마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안은 모든 것이 두렵고, 발리는 두려운 것이 없다.


이 가족에겐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아픈 가족사가 있다. 둘째인 이안이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이안은 아빠가 어떤 분이셨는지 궁금해하며 또 그리워한다. 초반부터 짠한 주인공이다.


이안의 16번째 생일날, 이안과 발리는 엄마에게로부터 아빠가 남긴 선물을 받는다. 형제 둘 다 16살이 넘으면 주라는 아빠의 유언이 담긴 선물이었다.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는 아빠에게서부터의 선물이라는 사실에 이안은 두근두근하며 선물을 열어본다.


과거의 아빠로부터 온 선물은 마법 지팡이와 망자를 24시간 동안 소환할 수 있는 보석(피닉스 스톤)이었다. 형 발리에는 반응하지 않던 마법 지팡이가 동생 이안에게 반응한다. 그리고 그들은 아빠를 현실세계로 소환하는 데 성공한다.


구두로 아빠와 소통하는 발리

문제는 소환 중간에 문제가 생겨 상반신이 없는 골반 밑으로의 아빠를 소환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아빠의 남은 부분을 소환하기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보석을 찾아 떠난다.




여기까지 보면 그냥 흔한 마법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빠의 부재, 그리고 남편의 부재가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로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장면들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 내용들이 있습니다)



이안과 발리의 엄마

먼저 남편을 일찍 잃은 엄마. 아직 정식으로 재혼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아빠 역할을 하는 남자 친구가 있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이 둘이 아이들 앞에서 뽀뽀하는 장면은 코믹하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듯하다. 배우자와 사별한 상황에서 삶을 살아가야 하는 남겨진 이와 뽀뽀 장면을 보며 찌푸리는 아이들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놀라운 점은 짧은 1시간 40분의 러닝타임 동안 이 새아빠에 대한 가족 구성원들의 입장이 다 나온다는 것이다. 남편을 잃고 새 사랑을 찾은 엄마, 새아빠가 아직은 탐탁지 않은 형제들, 그리고 새아빠가 될 본인이 가지는 낯섬과 두려움, 이 모든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변해가는 현대의 사회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소심남 이안

그리고 동생 이안. 아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빠의 친구에게서 아빠는 용감한 사람이었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아빠처럼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한다. 테이프에 담긴 아빠의 목소리와 대화하는 장면은 짧지만 아이들에게 아빠의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아빠를 찾아가는 이 영화의 설정은 곧 이안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이다.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진짜 나를 찾는 과정은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마음은 아이에 머물러있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두드린다.



파워 자신감 발리

형 발리는 두려움 없는 말썽꾸러기 캐릭터지만 영화 중반에 그런 성격 형성의 이유가 역시 아빠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투병 중인 아빠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하는데 아빠의 몸에 꽂혀있는 그 많은 튜브들이 두려워 아빠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한 반작용으로 그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발리가 영화에서 가장 짠해 보이는 장면이다.


아빠를 통해 나를 찾기 원하는 이안, 그리고 아빠를 잃음으로 방향까지 잃은 발리. 비록 하반신만 소환되어 스탭로만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아빠임에도 너무나 행복해하는 이 두 형제를 보며 아이들에게, 특히 아들들에게 아빠의 존재가 얼마나 큰 존재인지를 영화 내내 조망한다. 진짜 어른 영화다.



형제 다툼은 아빠가 중재한다

영화 중간에는 형제간의 갈등도 등장한다. 매일 발생하는 형제간의 투닥투닥이 아닌 내면에 가지고 있었던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항상 사고뭉치였던 형을 마음 깊숙이 못마땅하게 여겼던 동생의 생각이 마법으로 까발려지는 상황이 등장한다. 가족들 간 깊어지는 감정/선입견의 골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하고 감탄했는데 그 형제간의 갈등을 상반신 없는, 말도 못 하는 아빠가 해결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감동했다. 영화에서 가장 흐뭇하게 봤던 장면이다. 이 부분은 직접 보시길. 아빠의 존재는 어떠한 존재인가를 또 한 번 보여주는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이안이 아빠를 찾는 여정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마법 숙련도’라는 은유로 보여준다. 초반에는 덜덜 떨며 겨우 하나 성공시켰던 마법들을 마지막 결투 씬에서는 해리포터급으로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도 다 성장 중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사실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물이 이안 발리 형제만이 아니다. 엄마도 그렇고, 새아빠도 그렇고, 신스틸러로 등장하는 맨티코어와 폭주족들까지 자신에게 내재된 진짜 나를 찾는 장면들이 나온다. 대부분 코믹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영화를 한번 더 곱씹어봐야 의도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짧게 쓰려던 후기가 이렇게 길어지는 것을 보면.


아빠와의 마지막 시간에서 중요한 사실을 깨닫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찾아왔다. 영화는 사고뭉치로만 생각했던 형 발리가 항상 옆에서 아빠의 부재를 채워주었다는 것을 이안이 깨닫는 장면에서 정점을 찍는다. 초반부터 가장 큰 관심사였던 아빠의 소환 문제는 의외로  단순히 처리하는 반면 아빠의 부재를 현실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가족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을 보며 전문 상담의가 시나리오 제작에 관여했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아빠를 찾지만 실상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은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이 규정하는 내가 아닌, 내 안에 내재된 진짜 나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이 영화가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 시작을 이안이 아빠를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모습, 즉 그가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출발한다. 결국 감독은 그 해답을 가정에서 찾은 것 같다. 평생에 걸쳐 형성되는 정체성이지만 그 뿌리는 가정이라는 사실을 감독은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겉으로는 코믹하고 재미있게 만든 영화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다고 말할 수 없는 영화다. 가족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인지, 특히 개인적으로 ’아빠’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십분 보여주는 영화라 생각한다. 나중에 아빠가 되고 본다면 또 다른 감동이 있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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