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육아 다이어트

아빠의 과체중까지 걱정해주는 효자

by 선샤인

루하 D+11


살이 빠졌다.


체중계에 올라가 보고 깜짝 놀랐다. 결혼 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70킬로대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거의 일주일 사이에 4킬로가 빠졌다. 맨날 다짐만 했던 목표치에 갑자기 도달하게 되어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육체적으로 내가 힘들긴 힘들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왜 이리 살이 빠졌을까 생각해 보니 첫 번째는 식욕감소이다. 병원에서 집에 왔음에도 마음 한편에 루하와 아내의 건강에 대한 긴장감이 남아 있는지 식욕이 예전처럼만 못하다. 내가 잔뜩 신경을 쓰기 시작할 때를 틈타 세력을 넓힌 구내염도 한몫했다. 두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육체적으로 빡센 수유 텀이다. 루하가 아무리 순한 아기여서 3시간에 한 번씩만 수유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 말이 3시간을 쉴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육아를 해보신 분들은 아마 다 공감하시겠지만 이 3시간은 기저귀 가는 시간, 수유시간, 트림시키는 시간, 재우는 시간을 모두 포함한 3시간이다. 내 기저귀 가는 스킬이 아무리 좋아도 고작 1-2분 줄일 뿐, 대부분의 시간은 루하가 얼마나 빨리 먹어주는가에 따라 달렸다. 평균 수유시간은 1시간이지만 길면 1시간 반도 넘어갈 때도 있다. 그리고 저번 텀에서 양을 조금 적게 먹었다 싶으면 여지없이 2시간이나 2시간 반 만에 콜을 보낼 때가 있다.


수유를 할 때도 그냥 젖병을 물린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빨다가 자꾸 열정이 식어가며 잠이 드는 루하를 젖병을 비틀어가며 먹여보기도 하고, 트림 한 번 시켰다가 뉘었다가 다시 먹여보기도 하고, 중간에 거사를 치르면 기저귀도 갈아주고를 반복하다 보면 한 시간은 순삭이다. 뭔가 엄청나게 힘든 일을 한 건 아닌데 너무 집중을 해서 그런지 수유를 하고 나면 나도 쿨타임이 필요하다. 중간에 아기의 얼굴을 살피며 어디 불편하거나 아픈 구석은 없는지를 살펴가며 바싹 긴장을 했던 터라 나도 쉼이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살이 빠지고 몸이 힘든 것을 능히 퉁치고도 남는 것은 루하의 존재이다. 인형같이 자는 모습, 배고프다고 아기새같이 입 벌리는 모습,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젖병을 빠는 모습, 트림시키려고 어깨에 안았더니 바로 숙면하는 모습 등 루하의 모든 모습, 그 존재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게다가 아빠를 다이어트까지 시켜주는 이런 효자가 어디 있을고.


사랑은 반드시 희생이 동반된다는 것을 배워가는 초보 아빠의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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