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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Feb 05. 2021

아기가 이유 없이 울 때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루하 D+18


2월 4일 오늘은 루하의 예정일이었다. 최소 정상분만 주수(37주)를 채우자마자 2주 반을 더 기다리지 못하고 바깥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태어날 당시 2.7kg이라는 작은 아기였지만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 오늘부로 3.5kg를 찍었다. 앙상하던 팔다리가 살이 붙었고 홀쭉하던 볼도 통통해져 간다. 요 며칠 배에 가스가 좀 차는지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싼다. 이 간단한 것이 이렇게 감사한 일인지 예전엔 몰랐다.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라는 말의 의미가 이제 피부로 다가온다.


육아는 정말 이론과 실제가 참 다른 것 같다. 아니, 절대 이론만 들이대면 안 되는 분야이다. 아기마다 성향이 다 다르고, 육아를 하는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있을 뿐, 모든 것이 상대적인 것이 육아인 것을 매일 배워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에 루하의 잦은 울음을 접하며 부모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다.


루하가 태어난 지 2주 반이 지나는 이 시점, 루하가 딱히 배가 고파서 우는 것도 아니고 잠투정도 아닌데 꽤 자주 괴로운 듯이 운다. 영아 산통을 겪는 시기라고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배에 가스가 차나 싶기도 하고 여러 가설들을 던져 보지만 딱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하도 계속 우니 아내가 루하를 방에서 데리고 나와 거실에 깔아놓은 매트리스에 눕히고 함께 누웠다. 혹 정서적인 충족이 필요할 때도 우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이렇게라도 하면 조금 나아질까 하여.


놀랍게도 루하는 엄마와 함께 눕자마자 보채는 것을 바로 멈추고 조용하게 잠이 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루하가 종종 깨어날 때마다 엄마가 옆에 있는 것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엄마의 존재에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정말 혼자만 내버려 두니 외로워서 그런가 싶어 살짝 짠했다. 실제로 아기들은 자신들이 울 때 부모가 찾아오는 것에서 신뢰감을 쌓아간다고 하니 그런 단계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울음소리에 반응하다 보면 아기가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기보다는 일단 울면 해결된다는 학습이 되어 아기의 울음에 초연해져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문제는, 어느 선에서 우는 아기를 달래줘야 하며 어느 지점에서 혼자 극복하도록 내버려 둬야 하는지 아직은 감이 잘 안 잡힌다는 것이다. 우는 톤이 조금씩 다름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어느 것이 Go이고 Stop인지는 아직 나도 학습 중인 것 같다.


루하도 나도 매일 새로운 인생을 학습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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