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졸업하는 루하의 한 달
루하 D+27
신생아 루하의 시대가 오늘로 끝나고 영아 루하의 시대가 온다. 감사하게도 육아휴직이 허락되어 루하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4주의 기간을 온전히 루하와 보낼 수 있었다. 병원에서 퇴원했던 첫날밤의 멘붕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한 달이 지났다니 빠른 시간이 야속하다. 쭈욱 피로를 달고 지냈던 시간이었지만 육아 파트너 아내가 있었기에 신생아 루하의 사랑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난 잠에 매우 취약하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밤을 새거나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할 경우에는 그 후유증이 오래간다. 요즘에 불가피하게 밤을 한 번 새면 최소 일주일, 평균 이주일 정도 그 타격이 가는 것 같다. 사실 루하가 태어나기 전 가장 불안했던 요소가 바로 잠이었다. 내가 나의 몸을 잘 알지 않는가. 잠이 부족한 상태로 출근을 할 자신이 없었다. 아내도 본인이 잠에 취약하다고 계속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신생아 육아 시기를 마음속으로 계속 대비해야 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니 할만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아내가 내가 밤에 잘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잠이 들기까지 최소 30-40분이 걸리고, 작은 소리에도 잘 깨고, 평소에도 깊게 자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밤 12시 이후에는 아내가 루하를 돌봐 주기로 한 것이다. 아내는 나와는 다르게 빨리 잠들고 쪽잠을 자도 깊게 잠들기 때문에 각자의 주특기를 살려 낮과 밤 시간 근무시간을 나누었다. 2교대인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아무리 쪽잠을 깊게 잔다 하더라도 자꾸 새벽에 일어나게 되면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못내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새벽시간까지 몇번 내가 루하를 맡기도 했지만 그다음 날 컨디션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보며 낮 시간 동안 아내가 온전히 쉬면서 회복하기를 돕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둘 중 한 명이라도 아프면 나머지 한 명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니 말이다. 궁극적인 해결책으론 루하가 하루빨리 통잠을 자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4주를 보냈다. 팀워크가 아니었다면 감당할 수 없을 기간이었다. 다행히 둘 중 한 명이 크게 아픈 일 없이 잘 버텨왔고 그 와중에 틈틈이 기록해 둔 사진이나 글들은 이 시간의 의미를 더욱 돈독히 했다. 참 행복했던 4주였다.
여보 덕분이에요. 고맙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