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핵심 가치
루하 D+33
루하는 태어난 지 한 달을 넘겨 이제 신생아에서 영아가 되었다. 낮잠이 없어지고 밤잠이 조금씩 생겨가고 있으며 눈썹과 머리카락도 자라고 있으며 목에 힘이 생기고 있다. 낮에 놀고픈 욕구가 늘고 있고 젖을 빠는 힘도 세졌다. 점점 더 사람이 되어가는 루하를 보며 이 아이에게 아빠로서 무엇을 물려줘야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이 고민은 루하가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했던 생각이기도 하다. 이 아이에게 유전자 외에 무엇을 물려줘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질문과도 직결된다. 매우 중요한 고민이라 머릿속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엄마 아빠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있는 이 작은 생명을 보고 있자니 나의 양육 방향, 혹은 철학을 빨리 정립하지 않으면 닥치는 상황에만 급급하게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든다.
사실 예전 티스토리 블로그에 비공개로 미래의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틈틈이 남겼었다. 언젠가는 우리에게 찾아올 아이에게 쓰는 편지였는데 문득문득 이 이야기는 아이에게 꼭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써 내려간 글들이었다. 그 글들을 다시 주욱 한번 살펴보니 내가 루하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감이 왔다. 바로 삶을 보는 관점을 형성하는 핵심가치들이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탈무드의 격언처럼, 루하의 삶에 내가 일일이 참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도 안되지만) 매일의 삶에서 내리는 수많은 판단들의 기준이 되는 핵심 가치들을 전해주는 것이 부모로서 나의 임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관점이 형성이 되어가는 어린 시절에는 세상의 여과되지 않은 목소리들로부터 울타리가 되어주고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게 된 후에는 더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가치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러한 가치들은 가르친다고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루하가 내가 사는 방식에서 스스로(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핵심가치를 추출해 내어 습득하는 것이다. 말로는 이상적인 가치를 말하는데 행동은 그렇지 않다면 난 루히에게 ‘위선’이라는 가치를 전하는 꼴이 된다. 오 그런 일은 절대 없기를.
나는, 정말 내가 가치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라 살고 있는가? 오랜만에 돌아오는 진지한 자기 성찰 타임이다.
나를 위하여, 루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