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의 의미를 깨닫다
루하 D+150
생일이다.
매년 찾아오는 6월 16일이지만 2021년 6월 16일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루하가 태어난 이후 맞이하는 첫 생일이기 때문이다.
십 대까지는 선물을 받는 것이 좋아서, 20대에는 여러 사람들에게 축하받는 것이 좋아 생일날을 기다려왔지만 이상하게 30대부터는 생일에 대해 딱히 감흥이 없었다. 해마다 찾아오는 의미 있는 날이었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아남은 기간에 1년을 추가하는 날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루하를 낳고 키워보니 이 생일이라는 것이 정말 기념할 만한 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 생명이 이 세상에 태어나기까지 쉬운 날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출산의 고통을 목도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 온 아기이기 때문일까. 이 소중한 생명이 무탈하게 바깥세상의 첫 공기를 들이마신 날은 두고두고 기념되어야 할 중요한 날이다.
생각해 보면 내 생일도 우리 부모님에겐 그렇게 소중한 날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생일을 맞는 본인은 정작 아이를 낳아 보고서야 자신 생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이렇게 철이 들어가는 건가?
예전에는 돌잔치, 100일 잔치를 성대하게 하는 것을 보며 솔직히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아기는 그냥 놔두면 크는데 뭐 그리 요란하게 100일, 혹은 첫 생일을 치르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법. 100일을 맞이하기까지 육적으로 심적으로 나의 한계와 마주하는 시간을 직접 겪어보니 '100일'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왜 100일에 그렇게 기뻐하고 또 축하해 주는지 이제는 안다. 100일도 이렇게 기쁜데 나중에 첫 돌을 맞이할 때는 어떨까.
이 아기는 매일매일이 역사가 된다.
그리고 나도 루하처럼 매일매일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36년 먼저 앞서간 아빠의 역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