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티스토리에 썼던 글.
개봉 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이륙하자마자 허드슨강에 추락한 비행기 사고. 승객 전원 생존이라는 진기록을 남기긴 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화했을까, 어떻게 사람들이 보고 싶게 만들었을까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오늘 혼자 봤던 영화를 내일은 와이프를 데리고 한 번 더 보러 가려고 한다.
영화가 담담하게 사건을 재구성했던 것이 역설적으로 관람객들의 마음속에 묵직한 여운을 남겼던 것 같다.
액션과 신파가 난무한 요즘 영화들 가운데 이렇게 고단백의 영화를 마주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슬픈 장면이 아닌데 자꾸 눈물이 나는 경험을 해 보았는가. 이 영화가 그런 류의 영화다. 사실만을 제공하고 나머지 감정은 보는 이들의 몫으로 넘겨버린다. 내일 한 번 더 보기 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도대체 이 영화의 어느 부분이 아직도 나에게 이러한 여운을 남겼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또 이것이 이 후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총 세 번의 사건의 재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를 보러 가시는 분들은 이 구성들을 알고 가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208초의 긴박했던 상황들이 기장의 입장에서 재현이 된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일 수도 있었다는 청문회의 공격이 들어오자 혼란스러워한다. 수많은 승객들을 살렸음에도 자신이 내렸던 판단에 대해 고뇌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사고기의 승객이었던 사람들과 비행기가 허드슨 강으로 낙하하는 것을 목격했던 사람들의 진술에 기반해 사건이 재조명된다. 노모와 함께한 여행, 아빠와 아들의 골프여행, 엄마품에 안겨있는 평화로운 아기 등 승객들의 여행 전의 들뜬 모습이 사고를 맞으며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묘사했다. 또한 사고 직후에 최초 목격자들이 보여주었던 적극적인 구조활동은 그 사실을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어떠한 뭉클함을 전해준다.
앞의 두 번째에 나오지 않았던 디테일들이 모두 등장한다. 특히 조종실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그 짧은 순간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미 앞부분에서 나왔던 비슷한 장면들이 다시 나오는데도 계속 몰입해서 보게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이 영화는 두 세력이 대립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대립구도가 영화의 긴장을 유지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첫 번째 세력은 일촉즉발 위기의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155명의 생명을 모두 살려낸 설리 기장을 영웅으로 칭송하는 세력들이다. 설리의 가족들과 동료, 시민들과 언론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마땅한 반응이다.
이에 대립하는 두 번째 세력은 설리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청문회이다. 엔진 2개가 다 나간 것이 아니라 왼쪽 엔진이 가동 중이었다는 데이터와 인근 공항으로 우회가 가능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들이밀며 설리를 가혹하리만큼 밀어붙인다. 일종의 '악역'인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현실을 냉정하게 되짚어보는 반성의 의미로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죽을뻔한 사람들을 살린 건 잘한 일이지만, 무난히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을 더 크게 벌린 것이 아니냐! 는 청문회의 의혹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자신이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뇌하는 설리 기장을 보며 관객들은 함께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세 번의 재구성을 통해 진실에 다가갈수록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것이 이 영화의 묘미인 듯.
단연 올해 최고의 영화이다. 웰메이드 영화란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 아닌가. 대놓고 국뽕은 아니지만 진한 국뽕의 여운을 남기는 이런 영화가 진짜 국뽕 영화가 아닌가.
+ 엔딩크레딧 내려갈 때 추가 영상이 2편 더 있다. 사건의 실제 인물들이 등장한다.
++ 기장님이 너무 멋있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