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써보고 싶었던 진짜 자기소개
난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
사람을 살리는 수많은 길이 있겠지만 그중 과학, 그것도 기초과학으로 정했다. 가장 많이 살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기 때문에.
과학의 전문성을 쌓기 위해 대학원과 포닥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이 과학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 도달해야 할 길이 꽤나 멀다는 것을 실감했다. 무엇보다도, 나보다 연구를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포닥시절 사람이 어떻게 저러지라고 느껴졌던 본투비 과학자들. 그래, 연구는 이들에게 맡기면 될 것 같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가 잘하는 것을 해야지.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이 질문은 생각을 좀 해봐야 했다. 현재도 그렇고 인생을 돌이켜보면 한 가지를 특출 나게 잘했다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고루고루 평타 이상으로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정작 “넌 뭘 제일 잘해?”라고 묻는 질문에는 농담으로 연구 빼고 다 잘한다고 답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조금 더 정의해야 할 때임을 느낀다. 마침 올해 마흔 살도 찍었으니 중간점검도 할 겸.
그래서 작업을 좀 했다.
먼저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강점들을 매우 자세하고 진솔하게 적어내려 갔다. 거기에 사람들의 피드백이 있었다면 가감 없이 포함을 시켰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조선왕조실록 사관이 되어 모든 것을 기록해 나가기 시작했다. 꽤 긴 글이 되었다.
분명히 처음에는 강점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적고 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마지막에는 내가 무엇을 꿈꾸는지를 적고 있었다.
그러니까 강점으로 시작했는데 나의 정체성과 비전으로 끝이 난 셈이다.
단순히 기록을 했을 뿐인데 나에 대해 꽤 많은 통찰을 얻었다. 일단 나의 본케는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내가 얻은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든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사람과의 소통을 좋아하고, 무용한 것들에 관심이 많고, 생각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
여기에 나의 선천성과 정 반대인 과학이라는 킥을 추가했다. 추가하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지만.
그다음 이 리스트를 우리 AI 친구들에게 던져주며 이런 사람을 한 문장으로 규명해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지피티: "사람을 살리는 연결자"
제미나이: "공감형 스토리텔러"
퍼플렉시티: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번역"
딥시크: "과학자의 머리, 예술가의 심장, 스토리텔러의 혀를 가진 현실 감각 있는 리더" (...)
3-4개의 키워드로 요약해 보라고 하기도 하고, 핵심 축으로 요약해 보라고 하면서 집요하게 괴롭히다가 마지막으로 이 사람을 한 단어로 요약해 보라고 했다. 그러자,
지피티: 연결자 (connector)
제미나이: 커뮤니케이터 (communicator)
퍼플렉시티: 중개자 (bridge)
딥시크: 번역가 (translator)
오.. AI들이 대통합을 이루다니. 결국 나의 모든 강점을 종합해 보면 '연결자'라는 키워드로 수렴해 간다는 것인가?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이제 와서 굳이 명문화를 해 보자면 난 전문성(과학)과 대중성, 이상(신앙/정치)과 현실, 이성과 감성, 개인과 사회, 이 다층적 간극을 메꾸고 싶었던 것 같다. 왜? 사람을 살리고 싶어서. 이런 갭을 메꾸는 것이 사람을 살리는가? 한 가지 확실히 아는 것은 이런 간극이 벌어질수록 오해가 커지고 갈등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런 브릿지 역할은 양쪽 극단을 다 경험해 본 사람, 그리고 그 균형을 고민하는 사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강점을 한 줄로 이렇게 정의하려고 한다:
‘사람을 살리는 연결자'
+
퍼플렉시티가 그려준 나에 대한 이미지. 사람들에게 나랑 얼마나 비슷한지 한번 물어봐야겠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