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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야 Jul 10. 2021

'괸당'문화 : 서로에 대한 존중부터

About 제주 #내피셜 (2)

새롭게 제주 도민이 되는 많은 분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은 ‘괸당’문화다. 최근 이주 3년 이내에 다시 제주를 떠나는 분들이 많아졌다. 그 원인으로 지역 공동체에 소속감을 못 느끼는 것이 대표적 원인이다. 반대로 다양한 커뮤니티 등 지역 공동체에 소속된 분들은 제주에 정착한다. 제주의 공동체 문화라 할 수 있는 ‘괸당’문화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괸당’이라는 말은 친인척을 말한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조금 더 광범위한 공동체를 말한다. 돌보는 무리라는 의미인 ‘권당(眷黨)’의 제주어가 ‘괸당’이다. 즉, 혈족, 친족을 벗어나 학연, 지연, 이웃 등 관계를 갖는 공동체의 의미를 갖는다. 이 공동체는 정말 결속력이 강하다. 결속력이 강한 만큼 새로운 이들은 진입이 쉽지 않다. ‘리’단위의 마을에서는 주민이어도 마을 자치의 참여가 어렵고, 마을 행사의 대소사에 기부나 참여에 비협조적이면 마을에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 간혹 무리한 기부와 참여 요청에 치를 떠는 분들도 있다. ‘괸당’문화는 이처럼 이주도민 외에도 기존 청년들에게도 엄청난 장벽으로 느껴질 것이다.


‘괸당’문화는 또 군대 문화와 비슷하다. 소위 군대문화는 남성 중심, 서열과 위계질서로 대표된다. 마을자치회에서는 부녀회 외에는 모두 남성 중심이고, 참여결정권 역시 남성이며, 민주주의적 방식보다는 나이가 많은 분들의 결정이 중요하다. 마을 자치회 뿐만이 아니라 각종 커뮤니티(동아리 등)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여성, 청년, 신입회원(이주도민)의 의견이 존중 받는 것은 보기 어렵다.


물론 ‘괸당’문화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는 ‘수눌음’이라 하여 ‘품앗이’의 협업을 넘어 일상에서도 서로 많은 것들을 나눈다. 한 집안의 행사는 마을의 잔치가 되고, 안 좋은 일은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준다. 나도 집안 사정으로 인해 앞집 할머니 댁의 방에서 생활했다. 아버지가 실직했을 때 마을 사람들이 일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이처럼 ‘괸당’에 소속되어 있으면 돌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런 문화가 아직 살아있기에 제주가 공동체 돌봄의 영역에서 상당히 희망적이라고 생각된다.


‘괸당’문화에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예전에는 ‘괸당’문화를 상당히 기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괸당’문화의 좋은 점이 그립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가 국가주의적 성향으로 공동체를 기피했지만, 최근에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우리 사회가 놓치는 점이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고독사, 우울증, 사회적 고립 등 이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이 사회적 돌봄이 기존 ‘괸당’문화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더하고, 서열문화를 없애야 하는 전제는 분명하다.


‘괸당’문화의 개선을 위해 감히 몇 가지 이야기를 던져본다. 첫째, 마을 자치기구의 개방이다. 제주의 마을에는 향약이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마을 주민으로 인정하는 요건이 있다. 마을의 연속성을 위한 요건이라고 하지만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다. 또한, 마을자치기구 활동에 대한 내용 공유도 쉽게 접근이 어렵다. 마을 자치기구의 진입장벽을 해소하고, 탈퇴할 수 있는 탈출구의 마련도 필요하다. 그리고 공적 자리에서의 존중이다. 워낙 끈끈한 연결고리로 구축되어 있다고 하지만 공적 자리는 사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토론이 필요하다. 회의 자리에서 존칭을 쓴다거나, 결정방법을 사전에 정리해 진행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의 목적 가치에 다양성이 필요하다. ‘괸당’은 하나의 공동체이다. 그리고 공동체는 하나의 목적을 갖출 수 있지만 그 구성원의 다양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이를 공동체의 가치에 넣어두고 항상 논의의 기준이 되길 바란다.


내가 제시한 내용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잃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새롭게 유입되는 구성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존중받지 못할 공동체에 과연 누가 함께 할 것인가. 함께 깊이 있는 논의를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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