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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야 Oct 10. 2021

로맨틱 제주 라이프?

About 제주 #내피셜 (3)

제주의 삶을 꿈꾸는 지인들을 종종 만난다. 타 지역에 사는 분들을 만날 때면 꼭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어 한다. 여유로움이 있는 낭만적인 삶을 바라는 것이다. 매주 오름을 가고, 언제든 바다를 볼 수 있고, 캠핑을 즐기는 그런 삶들 말이다.


제주이주는 두 가지 큰 흐름 있다. 첫 번째는 ‘Daum’이라는 IT회사가 들어오면서 제주의 자연이 널리 알려졌다.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갖춘 직원들은 블로그, 카페 등에 제주의 자연을 공유했다. 아름다운 자연은 도시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더 없는 낭만적인 공간이었다. 두 번째는 ‘효리네 민박’이다. ‘이효리’라는 스타의 제주라이프는 분명 많은 분들에게 버킷리스트에 채워졌다. 주춤하던 제주 이주 열풍이 방송 이후 다시금 불씨를 지폈다.


2020년, 제주 이주 열풍이 식고 있다. 매년 1만 명의 순유입 지표는 2020년 하반기부터 감소추세다. 월별 인구 지표를 보면 유출인구 더 많을 때도 있다.


2019년 제주의 지방 소멸에 대한 주제로 언론사에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유출인구가 많아진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는 제주에서 태어난 청년들 중 떠나는 수치는 계속 유지되었다. 매년 약 25% 내외의 청년들이 유출된다. 다른 하나는 2010년부터 이주했던 도민들이 제주를 떠나고 있다. 제주에서 낭만적인 삶을 꿈꾸던 그들이 제주를 벗어나는 중이다. 이는 예정된 상황이었을지 모른다.


떠나는 분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깝다. 나는 이주한 도민들과 인연을 많이 맺은 편이라 떠나는 분들을 자주 접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몇 가지 이야기를 전달한다.     


#1 제주로 취업을 한 친구들이 많다. 우연 혹은 의도에 의한 제주의 삶이 시작된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삶은 항상 부푼 꿈을 준다. 더욱이 제주라면 주말마다 바다를 보거나 이쁜 카페들을 찾는 다거나 하는 그런 취미를 생각했다. 그리고 제주에서 집을 알아보면서 첫 번째 장애물을 만난다. 내 월급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데, 월세나 전세는 서울 다음으로 비싸다. 두 번째 장애물은 회사 일을 시작하면서다. 전국 대비 노동시간이 가장 많은 제주. 야근은 일상이고 주말 근무도 자주 발생한다. 제주로 오기 전 적어놓았던 취미생활은 사치다. 불안정적 직장이 많다. 더욱이 미래를 위한 비전있는 직장도 부족하다. 미래를 그리는 것도 쉽지 않다. 여유로움 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제주에서 차라리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로 떠나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란 판단이다.     


#2 은퇴자금을 모아 제주에서 카페 혹은 게스트하우스 등 영업을 계획해 이주하는 분들도 있다. 이들은 이주열풍이 본격화 되기 전, 제주의 부동산이 아직 오르지 않을 때 영업을 시작했다. 그 중에는 잘 정착해서 무리없이 지내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제주는 내수시장이 상당히 빈약하다. 많은 이주도민들이 있지만 65만 인구는 광역자치지역 중 가장 적은 수다. 대다수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안정적인 영업 자체가 힘든 곳이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있지만 관광객만 대상으로 하는 곳은 오래가기 힘들다. 무엇보다 치솟아오른 부동산으로 영업을 더 이어가는 것조차 어렵다.     


#3 제주로 왔다가 다시 떠나는 사람들은 대다수 1~3년사이에 그 결정이 이루어진다. 3년을 버티다 떠나는 분들은 공동체에 대한 이슈다. 제주는 좁은 사회다. 인구가 적은 것도 있지만 타지역에 비해 공동체 문화가 아직도 강한 곳이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면 이 공동체와 부딪히게 된다. 사업을 꿈꾸든지, 회사 생활을 하든지 말이다. 제주의 괸당문화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 하겠다며 제주에서 못 살겠다고 말한다.     


좋은 직장, 나름의 사업 운영, 제주에서의 커뮤니티 참여 등 잘 살아가는 분들도 많다. 이외에도 3년을 잘 버티는 지인들을 보면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름의 워라밸을 잘 구축해가는 분, 자기의 전문성이나 좋아하는 일을 통해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분 그리고 가족 모두가 내려와 사는 분.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경제적 여건이 상당히 좋은 분들이다.     


‘효리네 민박’ 이후 이효리가 한 예능방송에서 제주에서의 삶을 이야기 한 적 있다. 제주에서 낭만적인 삶을 꿈꾼다면 돈이 많아야 한다고 말한다. 예능이라서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이야기가 흘려지지 않는다. 특별한 제주. 낭만적 삶을 꿈꾸기에는 제주라는 곳도 결국 삶을 살아가는 지역이 되었다.      


제주살이의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냈다.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낭만적 삶은 경제적 기반이 우선되야 한다. 그만큼 제주는 철저한 물질사회가 되어버렸다. 제주가 다시 여유로운 삶, 자연환경과 함께할 수 있는 낭만적인 삶. 물질사회에서 벗어난 ‘제주다움’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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