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들(2017)』_로버트 D.퍼트넘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든 ‘우리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고민해야 하며, 그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함께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2018년 청소년들에게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인터뷰 중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일부 청소년이 도박에 빠져 사채빚을 갚고 있다는 것이다. 빚은 십만원대로 시작해서 천만원 이상이 된 청소년도 있었다. 2020년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서는 약 3%가 도박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 3%의 아이들은 범죄에 빠질 우려가 높다.
청소년∙아동 대상의 범죄 혹은 청소년들이 범죄에 가담하는 모습을 많은 미디어를 통해 접한다. 피해자가 청소년∙아동인 경우도 화가 나지만, 청소년∙아동이 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가담하게 되는 경우도 화가 난다. 청소년에 대한 이슈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아동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저자는 전작인 나홀로 볼링에 이어 1950년대와 2010년의 미국 사회를 비교한다. 이번에는 자본주의와 빈부격차로 피폐해진 사회적자본이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말한다. 소득이 많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좋은 사회적 자본을, 소득이 낮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범죄에 노출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소득격차를 떠나서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자고 말한다.
미국의 불평등은 크게 ‘소득과 부, 기회 평등과 사회적 유동성’을 말한다. 이 두 유형의 평등은 한 세대의 소득과 부의 평등이 다음 세대의 기회 분배에 영향을 미친다. 앤드류와 카일라의 사례는 이 유형에 대해 말해준다.
앤드류가 무보수로 일하게 되자, 집안 회사에서 일을 했다면 받았을 만큼의 급료를 앤드류에게 주었다. 마찬가지로 앤듀류의 부모는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픽업트럭을 사주었고, 대신 대가로 그가 무엇인가 하도록 시켰다. P.84
카일라는 걱정거리가 많다. 아빠의 질병, 금전적인 문제, 대학 생활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 남자친구, 자신의 미래 등. 본질적으로 그녀의 삶에는 안정적이고 신뢰할 만한 어른이 없다. P.95
빈곤은 가정의 불안정성을 만들어내고, 다음에는 가정의 불안정성이 빈곤을 만들어낸다.(p.112) 불안정한 가정은 양육과정에서도 부모가 받는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된다. 간혹 소득이 낮더라도 최선의 양육을 위해 노력하는 부모도 있지만, 그로 인한 계급 상승은 쉽지 않다.
가정 외에 아이들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은 학교다. 학교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학교에서도 빈부의 격차는 존재할까? 일반적인 학교 교육에서부터 빈부의 격차는 나타난다. 제주도에는 국제학교가 있다. 연간 학비가 중산층에서는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국제학교가 아닌 곳에서도 빈부의 격차는 발생한다. 부모들의 소득과 자산은 방과 후 수업의 질에서 차별성을 보여준다. 저소득계층의 아이들에게는 제한된 선택지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부유한 부모들은 풍부한 경제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을 지니고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지원의 사유화에 보다 더 쉽게 길들여져 있다. 과거에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훨씬 더 넓게 공유되었고 집합적인 책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윤리는 최근 수십 년 사이에 희미해져버렸다. ‘우리 아이들’의 유효 범위가 협소해진 현상은 특권을 지닌 아이들과 가난에 처한 아이들에게 아주 다른 별개의 영향을 미쳐왔다. P.322
앤드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부모를 통해서 기회를 획득했다. 앤드류의 부모는 경제적 자본을 통해 풍부한 사회적자본을 쌓았다. 부모의 사회적 자본은 앤드류에게 다양한 기회와 연계된다. 기회를 창출하는 사회적 자본은 대부분 부모를 통해 연계된다. 그리고 사회적 자본은 교육을 더 많이 받는, 소득이 더 많은 사람들이 많이 쌓는다.
부모의 경제적 여건은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양육-학교교육-공동체에서 부모의 빈부격차는 계속 적용될 것이다. 이 순환은 계속 더욱 더 소수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고소득계층이 되지 않는다면 자녀들은 계속 기회를 박탈하게 될 것이다.
가난한 아이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그들의 삶에 ‘얼굴을 내밀어주는’ 의지할 만한 어른의 존재다. 테니스나 스케이트보드 타기, 또는 낚시와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연결고리의 부차적 결과물일 때 멘토링은 가장 잘 작동한다. P.371
최근 내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보호종료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이다. 여러 매체에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보호종료 청소년의 경우 성인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액의 자립지원금으로 사회에 나와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에는 사회의 질서(의무교육)을 따르지 않았다는 편견을 평생 갖고 다녀야 한다.
‘얼굴을 내밀어주는’ 어른이 없다면 그들의 사회진입은 어두운 터널을 향해 가는 심정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얼굴을 내밀어 준다면 그 어두운 길에 작은 불빛이 되지 않을까.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얼굴을 내밀어보자.
P.s. 얼굴을 내밀어 주는 것이지 그들의 삶에 ‘꼰대’처럼 간섭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