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나홀로 바캉스 - 베트남 #4
오늘은 틀어짐의 연속이었다.
원래 8시 반에 도착할 버스가
6시도 안 된 시각에 후에HUE에 도착했다.
투어 사무소에 짐을 맡기고 돌아다닐 생각이었던
내겐 큰 낭패였다.
옆집 가게 직원 말로는
7시에야 문을 연다고 했다.
처음엔 '1시간 쯤이야'하고 기다렸는데
30분만 지나니까 금새 더워지더라.
그리던 그림도 내팽겨쳤다.
7시 20분 즈음 직원이 도착해
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무사히 내 짐을 두고
한결 가볍게 나올 수 있었다.
밍MING(?)과의 만남
그렇게 짐을 두고
호이안 행 버스(1pm)를 타기까지
약 5시간이 내게 주어졌다.
왕궁 투어 25만동은
어제 마사지와 바꿨기 때문에
그냥 투본강 근처 카페나 가서
그림 그리며 노닥거릴 궁리 중이던
그때
한 씨클로 기사가 다가왔다.
씨클로란 앞이나 뒤에
사람을 앉히고 달릴 수 있는 자전거를 말한다.
투어 강요를 싫어하는 나는
그를 보자마자 노!를 외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러나 그는 얘기하고 싶다는 듯이
내 이름과 나라를 궁금해했다.
그리곤 자기소개를 했다.
오, 나는 밍이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밍은 자신의 고개들이 적어준
방명록 비슷한 노트를 내게 보여줬다.
거기엔 한국인 두 분이
밍에 관해 써준 이야기가 있었다.
밍의 인상과 대화법,
그리고 그 글을 보자
밍과 후에를 돌아다녀도 괜찮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가격을 물어봤다,
난 가난한 여행자이기에.
그때 밍의 표정을 보고 살짝 후회했다.
그의 언어와 달리 내 언어는 너무 직설적이었다.
어쨌거나
오토바이로 투본강을 한 바퀴 돌고
티엔무 사원을 들렸다가, 왕궁 밖을 구경하고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오는 걸로 총 8만동이었다.
미리 알아본 바론
왕궁까지 택시비만 2-3만동이라 길래
더 깎지도 않고 OK!
그 자리에서 바로 밍의 씨클로를 타고 이동해
바이크를 타러 갔다.
머리 아프고 복작복작하던 하노이와 달리
후에는 소담스러웠다.
- 이 표현이 맞는 지 잘 모르겠다 -
호이안도 정말 예쁘지만
내 취향으론 후에에 머물고 싶다.
밍은
중간중간 사진 찍고 싶은지 물어봐주고
내가 쳐다보지 않더라도
지나치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곤 했다.
강을 한 바퀴 돌아 도착한 티엔무 사원
밍은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하고
나는 구경을 하러 들어갔다.
평소 절을 좋아하는 내게
티엔무 사원은 취향저격이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법당 안에 들어가 우리식의 절도 했다.
그러고 나니 30분이 금방이었다.
더운 날씨에 오래 기다린 밍에게 미안했다.
그런데 밍은 내게 궁중박물관 티켓을 건냈다.
원래 왕궁 티켓에 포함된 것인데
그걸 내게 준 것이다.
그리고 나를 궁중박물관 앞에 내려주고
입장까지 시켜준 뒤, 밍은 떠났다.
그 입장권은 내국인 전용이었던 듯하다.
15만 동이었다.
투어 중간 즈음부터
이미 10만 동을 건내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내가 10만 동을 건넬 때
거스름 돈을 주는 지 알고 싶어졌다.
밍이 거스름 돈을 꺼내는 데
눈치를 어느정도 챘으면서 늦게 반응했다.
그는 진짜 내게 2만 동을 거슬러 주려했고
나는 그에게 오늘 정말 고마웠다고 전했다.
이 부끄러운 마음에 웃음으로 답해준 게
정말 고마웠다.
밍과 헤어진 후
궁중 박물관을 구경하고
밍이 설명해준대로
동바시장에 가서 로컬푸드를 먹기로 했다.
내가 호이안에 바로 간다니까
밍은 시장에서 음식만 먹고
기념품은 호이안을 가서 사라고 했다. :)
내가 제대로 찾은 지 모르겠지만
낮이라 그런 지 너무도 소박했던 이곳에서
그냥 길거리 반미를 하나 사먹고 나왔다.
반미가 7000동이어서 놀랐다.
물론 2만 동에 비해 작고 먹을 것이 적긴 하다.
이때 처음 고수를 맛봤는데
먹을만 하긴 하지만
썩 좋은 맛은 아닌 것 같다.
한국 카페가 그립다면,
the ONE Coffee&Bakery
반미를 먹고 너무 더워서
카페에 가서 점심 때까지 쉬기로 했다.
구글맵에서 찾아둔 곳이 있었지만
너무 힘들어서
지나던 길에 있던 the ONE으로 들어왔다.
여기 음료들은 너무 달다.
단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겐
좀 아닌 것 같지만 물을 부어먹는 수밖에..
그래도 카페가 넓고 깨끗하며
시원하고 음악도 팝송을 틀어서
마치 한국에 온듯한 느낌이 든다.
거기다 인테리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후에에 계속 있었다면 매일 갔을 것 같다.
밍과의 재회
투어 사무소로 가서
점심 먹을 곳을 추천받아 찾아가던 길에
밍을 다시 만났다.
서로 너무 반가웠다.
사무소 직원이 말해준 곳을 찾지 못해서
밍에게 점심을 추천받았고
밍은 근처 포가게에 날 데려다주었다.
다시 한 번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했는데
좀 더 좋은 말을 건네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
밍이 소개해 준 PHO MAI DAO는
진짜 맛집이었다.
닭 쌀국수인 PHO GA를 시켰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다시 한 번 밍에게 감사를-
두 번째 trekking travel 탑승
1시에 온다던 버스는
1시 30분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이미 버스는 만석이어서
나는 맨 뒷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중간중간 사람들을 태우느라
10분~20분씩 정차를 했다.
늦게 도착할까봐 걱정했지만
이번에도 일찍은 아니지만
30분 늦은 5시 반에 도착했다.
노을이 지려는 호이안은
정말 아름다웠다.
보통 달랏을 꽃의 도시라 하던데
길을 걷는 내내 많은 꽃을 봐서
내겐 호이안이 꽃의 도시였다.
그러나
막상 예약해둔 숙소에 도착하니
오버북킹이 되었다고
다른 숙소에 알아둔 방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같은 가격에 더 좋은 숙소고
택시를 불러줄테니 걱정말라했다.
그 택시비는 내가 내야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틀어져서
새로운 숙소 Golden River Hotel
제일 위층 오른쪽 방 끝 침대에 앉게 되었다.
우여곡절 많은 하루다.
하룻밤으론 아쉬운
숙소를 옮기느라
6시가 넘어서 방에 짐을 풀었다.
9시가 자체 통금인 나는
한시가 급했다.
서둘러 씻고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사진으론 못 담는 진경이다.
아름답다.
맛집을 찾아가려다
강변을 바라보며 먹고싶어서
길가 노점상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에 대문짝만하게 쓰여있던 음식을 시켰는데
면과 돼지고기와 돼지껍데기 튀김,
그리고 야채가 오묘하게 섞인
오묘한 맛의 음식이다.
맥주가 당겼지만
팔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먹기만 했다.
배도 채웠으니 신나게 구경 다니다가
통금 시간이 다가오면서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오늘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오는 길에 비어 사이공을 사서
투본강 불빛들을 바라보며 한 잔했다.
술이 너무 잘 들어가는 밤이다.
위험하다.
* 호텔인데 엘레베이터가 없다.
4층까지 걸어올라야해서
조금 힘이 든다.
그치만 올드타운이 가깝다.
** 8시 반에 들어와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됐다.
처음엔 쇼인가 했는데
나중에 벌레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무서워서 밖으로 도망쳐
로비에서 불이 켜지길 기다렸다.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 싫다.
*** 맥주 한 캔이 너무 잘 받는다.
친구들이랑 카톡하는데
무슨 말이냐는 소리를 두 번 넘게 들었다.
이 글도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