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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디자이너 Aug 11. 2020

1. 디자이너가 된다고?

-  디자이너는 실제로 무슨 일을 할까.


 “디자이너라고요? 재미있겠네요~”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내가 디자이너라고 했을 때 나오는 보통의 반응이다.


  사람들은 ‘디자인’이라고 하면 뭔가 따분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비교적 쉽고 재미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로켓개발자나 의사에게는 ‘와 그것 재미있는 일이겠네요.’라고 하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은가.


   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디자이너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다니 말이다. 따분하고 재미없는 이미지보다는 낫지 않은가.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일상속에서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디자이너’이라는 직업을 모두들 친숙하게 느끼게 된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가끔은 그런 쉬운 이미지가 억울할 때도 있다.


   나도 엄연히 이 분야의 프로페셔널한 디자이너이며, 밤낮 가리지 않고 아이디어를 고민한다. 회사에서 뿐 아니라 집에 가는 길에도.  때로는 주말에도.

그리고 손으로 하는 스케치에서부터 각종 컴퓨터 그래픽 툴을 이용한 렌더링과 모델링을 한다. 그 후에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시장(Market)이 원하는 디자인 요구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조율해서 실제 제품으로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대개 디자인이라고 하면 겉으로 보이는 모양이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디자이너의 일’에 대해 여기서부터 오해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겉에서 보이는 모양이나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스타일링(Styling)이지 디자인(Design)이 아니다.


   Design의 어원은 라틴어의 Designare인데, 이것은 ‘계획을 기호로 나타낸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것을 다시 말하면 디자인이란 어떤 목적을 향해 계획을 세우고 문제 해결을 위한 가시적인 무엇인가를 도출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에서의 문제 해결은 단순히 겉에서 보이는 것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자인 될 그 대상을 만지고 사용하는 그 모든 경험을 포함한다.


  어떤 휴대폰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가? 

휴대폰을 예로 들면 휴대폰을 보았을 때 그 모양과 색상, 휴대폰을 만졌을 때의 감촉과 잡았을 때의 느낌, 화면의 사용 편리성 등 그 모든 과정이 잘 조화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인식한다.




  과거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시장에 처음 출시 되었 을 때를 기억하는지. 일단 겉에서 보이는 심플한 시각적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지만 우리는 그 사각형의 디자인은 당시 애플 디자인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기호처럼 단순 명료 하면서도 아름다운 경험을 제공하는 그 작은 기기의 외모 뿐 아니라 사용성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디자인이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뿐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까지 아우르는 일이라면 결국 디자이너 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단순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의 세부적 정의’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결국 디자이너란 우리의 주변을 기존보다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된다.

 디자인되어야 하는 대상의 원래 모습에서 좀더 효용성 있고 더 아름다운 무언가로 더 가치 있게.


  기존보다 더 효용성 있고 가치 있게 만든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기존 제품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추위와 더위를 피하던 집은 건축디자인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만나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새로운 환경이 되어 집안에서의 모든 생활 편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내가 타고 다니는 차는 단순히 이동하는 것 뿐 아니라 내가 차 안에서 경험하는 모든 편리를 책임지고, 때로는 내가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에 따라 타인이 나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자신이 디자인하는 대상이 무엇이든 그것에 대해 더 책임감과 애착이 있어야 한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과,,, 어쩌면 그 사용자 인생의 일부를 책임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겉모양을 디자인 하는 것 뿐 아니라 디자인 되는 대상을 보고 만지고 사용했을 때의 모든 경험을 아우르고, 소비자나 사용자에게 좀더 편리하거나 아름다운 인생을 즐길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는 것.


   그 것이 디자이너가 진짜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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