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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ISU Apr 29. 2020

나에게도 코치가 생겼다

나도 내 인생도 디자인이 필요하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순간순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낯선 상황들과 마주한다.

너도 나도 처음 살아보는 건 마찬가진데 누구는 이런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루어가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면, 누구는 행복은커녕 실수투성이인 힘겨운 삶에 넘어지고 다치고 쓰러지기만 한다.


인생도 운동경기처럼 능력 있는 코치님을 만나 나에게 맞는 트레이닝도 받고, 실전에서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조심해야 하는 선수는 누구인지, 그리고 경기에서 이기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코치를 받을 수 있다면, 삶이 훨씬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오히려 학교를 다닐 때는 선배님들도 있고, 선생님도 계셔서 조언도 구하고, 상의도 하면서 내 목표를 세우고, 나의 진로를 정하기도 했었는데,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결정할 일은 많아지고 의논할 상대는 점점 없어졌다.

모두들 처한 상황과 경우가 다르기도 하거니와, 내 코가 석잔데 누가 누구를 조언한단 말인가?

그냥 실수를 하기도 하고, 닥친 문제들을 어찌어찌 해결해 가면서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피로감이 쌓여갔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코칭 경영이라는 걸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코치님이 생겼다.

회사생활을 코치해주는 전문코치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전문코치라고 해도 나에 대해서도 잘 모르시고, 특히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더 모르시기 때문에 별 기대는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코치님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에게 회사생활에서 힘든 건 무엇인지, 요즘 주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등을 물어보셨지만, 친한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고민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께 꺼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마치 아무 고민 없는 사람처럼 매주 만나서 시답지 않은 이야기로 시간을 때웠다. 그런데, 그렇게 보낸 시간이 쌓이다 보니 레퍼토리도 떨어지고, 나도 모르게 조금씩 고민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전 초등학교 저학년인 딸이 하나 있어요. 딸은 할머니가 봐주시는데, 저녁마다 엄마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딸 때문에 저녁 회식에는 참석할 수가 없어요. 아무리 윗분들이 회식자리에 오셔도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가야 하죠.

저에겐 당연히 회사보다 딸이 우선이에요. 그런데 제가 사장님이라면 이런 직원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리고, 다른 직원들은 회식장소에서 사무실에서는 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친분을 쌓기도 하는데, 저는 그럴 수가 없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려요. 물론 저는 회사에서 일을 게을리하거나 하진 않지만, 회식에 참석하지 않으니 약간 소외감 같은걸 느끼기도 하고요. 누가 뭐래도 일은 열심히 하지만, 그것만으로 되는 걸까요? 회식도 어찌 보면 일의 연장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나의 고민을 들으시더니 코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장 부장님, 어떤 일이든 일관성이 중요해요. 장 부장님은 항상 저녁 회식에 참석이 힘들다는 걸 모두가 인지하면 그런 요구가 줄어들고, 그걸 처음에는 좋게 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점점 이해하게 될 거예요. 사람들을 헷갈리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해요. 그냥 그런 사람으로 사세요. 자신감 있게. 저녁에 일찍 집에 가는 사람으로... 그게 뭐 어떻죠? 회사보다 딸이 중요한 건 당연한 거예요. 그리고 그걸 문제 삼는 회사라면 내가 이런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고민해봐야죠."


그래서 난 그 이후로 그렇게 살았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

나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주로 점심시간에 약속을 잡았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한 번은 이런 상담을 한 적도 있었다.

"제 나이가 40대 중반에 들어서니 회사를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지, 나이가 들면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고민이 돼요. 지금 회사에 불만이 있다기보다 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고민이죠. 제가 60대가 돼서도 계속 지금처럼 디자이너로 살 수 있을지..."


나의 질문을 들으시더니 코치님께서 미소를 지으셨다.

"그건 누구나 하는 고민이죠. 사람의 인생은 1막과 2막으로 나눌 수 있어요.

전 젊은 시절 잘 나가는 회계사였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을 코칭해주는 코치가 되었어요.

저는 지금의 제 일이 즐거워요. 원래 다른 사람들과 얘기 나누는 걸 좋아했었거든요.

누구나 인생 1막에서는 힘도 있고 에너지도 넘치니 오랜 시간 일하고 돈도 많이 버는 일을 하게 되죠. 하지만 인생 2막에서는 좀 다른 선택이 필요해요. 아무래도 힘도 약해지고 에너지도 부족하니 가능한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많이 벌려고 하기보다는 건강을 챙기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게 좋아요.

장 부장님께서는 지금 하고 있는 디자인 업무와 연계성을 가지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인생 2막을 만들어 보세요.

그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해요. 나이가 많이 들어서 갑자기 준비하려면 아무래도 생각도 잘 안 나고, 준비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니,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업무가 5가지라고 했을 때 나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일을 6번째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매일 조금씩 준비하는 거예요.

가능한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면 더 좋겠죠?."


난 아직도 내 인생 2막을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이런 사실을 내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이렇게 코치님께 여러 가지 조언을 받으면서 나도 내 인생도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단지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었던 디자이너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했고, 더 이상 내 인생에 꿈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브랜드들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이미지를 만들면서 한 번도 내 아이덴티티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남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보다 때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일관된 모습이 있어야 한다.

왜 그걸 이제야 깨달았을까?

그동안은 내 고민이 무엇인지가 너무 막연했었, 나의 생각들을 하나씩 수면 위로 꺼내놓으면서 고민들조금씩 구체화되었다. 나 자신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아이덴티티는 단순히 내 외모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거창하게 PI(Personal Identity)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생각이나 행동을 잘 정리해서 일관성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녁 7시부터는 장 부장이 아니라 태희 엄마로 살겠다고 나와 약속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내 인생 2막의 꿈도 구체화시켜야 한다.

전원주택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든, 작은 카페나 식당을 오픈하든, 나만의 사업을 꿈꾸든, 때로는 그냥 전업주부로 남은 인생을 살겠다고 하더라도, 행복한 인생 2막을 위해서는 차근차근 준비가 필요하다.

내 화려한 인생 1막을 위해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떨리는  입사시험을 치렀던 것처럼 내 인생의 2막에도 다양한 시험이 날 기다리고 있지만, 준비 없이 우왕좌왕하다 보면 내 두 번째 인생은 또 시련의 연속이다.

지금이라도 천천히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자.

내 인생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그리고 나 자신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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