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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털복숭이 Apr 01. 2021

그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18개월 아기와의 심리싸움


요 몇달 너무너무 바빴다.

일도 일이지만 그것보다 몰아치는 대학원 발표준비와 여러 잡다하게 계획하는 일들, 무엇보다 18개월이 막 지난 아들과 지지고 볶느라 추운 날들이 지나가고 어느새 봄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줄도 몰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벚꽃이 만발해 있어서,

“어맛? 벌써 4월이야?!!!”

길을 걷다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터지고야 말았다.

이번 주 주말에는 어디로든 꽃구경을 가고야 말겠노라 다짐하며 일기예보를 보는데, 토요일 아침부터 비 예보가 있어서 너무 슬프다...

어쩜 벚꽃이 제일 예쁠 때 꼭 봄비가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출근길이며 퇴근길 더 이리저리 고개를 들어 그림같은 풍경을 눈에 많이 담는다.

금요일엔 두 시간 조퇴하고 남편 회사로 가서 다 같이 밤마실하며 꽃구경 해야겠다.


요새 아들은 남편과 함께 출퇴근을 한다.

남편 직장 어린이집에 티오가 나서 신청했는데, 코로나로 조금 인기가 떨어져서인지 점수가 높지 않았음에도 붙었다!!

직장 어린이집이 좋다고 들어왔던터라 처음엔 매우 기뻤다. 그런데 1시간이 넘는 거리를 18개월 아기가 잘 견딜 수 있을지...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남편도 멘탈 잘 붙잡고 운전할 수 있을까.

한 달이 지난 지금, 다행스럽게도 아들은 그럭저럭 적응한 것 같고(바나나와 고구마, 까까와 딸기는 필수), 남편과의 애착도 훨씬 끈끈해진 것 같다(야호!!).

남편이 너무 고생해주고 있어서, 고마움 삼분의 일, 미안함 삼분의 일, 든든함 삼분의 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은 비밀. ㅋㅋ

거기서 저녁까지 다 먹고와서(심지어 집보다 더 잘나옴) 엄청나게 편해졌다.


아들은 요즘 폭풍성장을 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말을 곧잘 따라하고, 기저귀 가져오라고 하면 가져오는 등 많은 말을 알아듣고,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은 자기 입에도 넣어서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빵실빵실 웃기도 잘 웃고 춤도 잘 추고 개인기 부자.

그런데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다.

18개월 즈음엔 많은 아이들이 이러는 것인지, 내 아들이 유난히 별난건지.

자아가 생기고 고집이 쎄지면서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위험한 행동을 제지당했을 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우리가 빨리 캐치하지 못했을 때, 그 짜증을 표출하는 행동이 다소 과격해서 걱정스럽기까지하다.

이를테면 손을 바닥에 탁! 치면서 엎어진다거나(그러고선 손을 내밀며 아포아포~ 어리광부림) 가만히 무표정으로 있다가 우리가 다가가서 안아주면 그때부터 대성통곡을 하며 운다거나 자기 얼굴을 손바닥으로 막 때린다거나 하는 행동을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몇 차례 해서, 처음엔 쟤가 왜 저러지..하다가 좀 심각하게 고민이 되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어디서 저런 행동을 습득했을까. 아직 말이 안 통해서 훈육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저 행동을 바로잡을까. 성장통인가(벌써??). 요즘 새로운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출퇴근길도 힘들어서 그런가.

이런 고민을 같은 또래 아기를 키우고 있는 친구에게 말했더니, 친구도 딸이 요새 떼를 심하게 쓸 때가 있는데 도깨비 아저씨 온다고 하면 금방 멈춘다는 것이다! 아니 도깨비 아저씨는 뭐길래 그렇게 신통방통하다냐.

당장 유툽으로 찾아봤더니 진짜 있다! 도깨비전화!!

바로 실행에 옮겨봤다.

웬걸. 아들이   고집을 피우길래 도깨비아저씨 부른다고 하면서 영상을 틀었는데, 처음엔 이게 뭔가 가만히 있더니 험악한 목소리가 나오니까(영상은 안보여줌.  무섭다.) 입꼬리가 내려가며 대성통곡을 하는게 아닌가.

갑자기 너무 서럽게 울길래 말 잘 들으면 도깨비 안 온다고 엄마가 가라고 그랬다며 안아서 달래줬더니 그친다. ㅎㅎ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고 이제 그러면 안된다고 그랬더니 또 입꼬리가 내려갈락말락.

아직까지 손을 빠는 것도 진짜 고민인데, 또 손을 빨려고 해서 도깨비아저씨 부른다고 했더니 슬그머니 손을 뺀다. 오 효과가 있는데??!


어린이집 알림장에 이런 내용을 썼더니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이게 뭔가 싶어서 자기도 찾아봤는데 아기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충격적일 것 같다고.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지 몰라도 근본적으로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으면 또 어떤 형태로든 짜증을 표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같다.

당장의 문제 해결에 집중해서 너무 자극적인 걸로 그 마음을 억누르려고 하면 더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을 듯.

좀 더 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짜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 마음을 세심히 살펴봐주고 이해하려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아...육아는 너무 어렵다.

아직 말도 안 통해서 더 힘든 듯.

아들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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