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멈출듯해 보이지 않았다
웅덩이를 피해서 폴짝폴짝 토끼가 되어 가는 사람들 속 나는 거북이였다.
그저 천천히 천천히 나의 양말과 신발에 전해지는 차가움과 찝찝함만을 느끼며 받아들였다.
어쩌면 나의 아픔이 이 비에 씻겨 나갈지 몰라 온 힘을 다해 아픔을 흘려보냈다.
내 몸을 타고 내려가는 물방울은 어느새 따뜻한 온기를 품고 내 일부가 되었다.
이상하다 나는 분명 나의 마음을 씻기고 있었는데..
지금 나를 타고 내려와 내 옷을 더럽히는 이것은 내 아픔인가 비 인가
비를 피해 가던 토끼들은 이윽고 짜증을 낸다.
그 조금 어깨에 비가 떨어졌다고, 양말이 축축하다면서 , 비가 싫다고 한다.
역시 내 머리 위에 먹구름이 있나 보다
나에게만 우산이 아닌 먹구름이 주어졌나 보다.
아 금방이라도 비에 잠길 것 같다 우산을 사고 싶다 우산이 필요하다.
거센 비에 결국 떠내려가려던 순간 무지개가 보였다
우산을 쓰고 있는 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저 하늘 위 무지개가.
드디어 이 비가 말라간다.
나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듯한 비는 멈추지 않았다
하나, 무지개는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