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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것들

기쁨과 환희의 순간보다 더 많은, 이별과 상실의 순간

by 랄라

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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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들여다 본 한 사람의 삶에는 보풀과 비극이 가득.
인생에는 기쁨과 환희의 순간보다 이별과 상실의 순간이 더 많고,

삶 중엔 피어나서 완성되어가는 청춘의 푸른 시간보다

자신을 붉게 태우다가 검게 소멸해가는 시간이 곱절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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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자식들도, 늙은 엄마도 떠나고, 제자도 자신의 사상과 사랑을 찾아 멀어졌다.

인생에 걸친 지식이 담겼을 집필에서도, 자신의 분야에서도 퇴물 취급을 받는다.

한참 뜨거운 젊은이들은 안정을 찾아 몸을 사리는 당신이 나와는 다르다 한다. 나도 다 안해본 게 아닌 것을.

푸르던 삶이 허무하게 저물어가는 과정에서 선택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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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비행기가 너희 아빠를 날게 해주지"
"우리 아빠가 너희 아빠를 집에 돌아오게 데려와줄거야(이 부분은 자막이 안 나와서 확실하지 않음)"
밥딜런의 우상이라는 옛날가수 우드 거드릭(...?)의 노래가사도 좋았고, 어머니의 죽음을 비롯한 시련 앞에 신의 존재를 찾듯 인용해 읊었던 파스칼의 "팡세" 일부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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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 인간의 삶,

사회 속 인간의 삶에 대한 고찰,

개인이 속한 사회와 시대에 대한 고찰이 스피디한 템포로 담겼다.

파리 풍경, 파리 젊은이들과 노인세대, 파리 사회의 현주소도 많이 담긴 것 같고!

당연히 기우라는 걸 알고 걱정한 거지만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애제자 파비엥과 여주인공이 러브 라인 낌새라도 보일까봐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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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아들이 '엄마의 이상적 아들, 두뇌와 몸매 모두'라고 묘사할 정도로 섹시한 여주의 애제자 파비엥.

조각처럼 청순하고 아름다운 프랑스 청년. 육체에도 내면에도 젊음의 또렷함과 치기가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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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만 봐도 우중충해서 안 보려다 봤는데, 실제로 매우 우중충. 그래도 보길 잘했다.

여주인공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마케팅에 짓눌린 밋밋한 글"이 판을 치는 세상. 자신이 다루는 소재에 대한 완벽한 소화와 이해도 없고, 담긴 철학도 없는 글이 감성만 자극하는 형태로 떠돌아다닌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게 이미 꼰대가 되었다는 증거일 것인데, 아무튼 오랜만에 참신하고 견고한 견해와 힘이 넘치는, 자주적 문체의 책을 읽은 느낌이 들게 만들어준 영화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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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변심, 기타 제약이나 변화로 인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물리적 분리는

생각보다 늘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도사리고 있고,

반드시 올 것이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언제일지 생각해보기도 전에

갑작스레 밀물처럼 밀어닥치기도 한다.



대비가 되지 않는 건,

대비를 해도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일 것이라서이기도 하고,

믿고 싶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아닐거야, 하고 대비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믿고 싶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차라리 모르는 쪽을 택해, 평온을 유지해나갈 수도 있고.

"그걸 왜 나한테 말해? 그냥 가슴 속에 묻을 순 없었어?"

남편의 외도 고백 앞 첫 마디가 이럴 정도로.

믿고 싶지 않은 일은 부러 상상한 적도 없기 때문에 이렇게도 덧붙인다.

"평생 나만 사랑할 줄 알았는데."



일생의 사랑과 마주 앉아 행복의 절정을 경험하는 시간은 인생 전체에 비해 너무 짧고,

늙고 노쇄함은 그 지루함에 비해 너무 길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 짧고 이별의 고통은 긴데, 우리는 대체 왜 사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철학과 선대의 지혜에서 찾다가 답을 얻지 못한 채로 세상과 이별하는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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