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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Jul 08. 2020

언제나 지고 마는 익숙함

러브, 비하인드(Celeste&Jesse Forever)

                         

러브, 비하인드(Celeste and Jesse Forever)

 

*앤디 샘버그, 라시다 존스, 일라이저 우드, 엠마 로버츠

                                            

셀레스티와 제시


별거하며 좋아진 사이

셀레스티와 제시는 결혼 6년 만에 별거 중이다. 별거하면서 사이가 묘하게 더 좋아져서 서로 소울메이트라고 칭하며 애정 표현도 아끼지 않는다. 헤어지고 나서 친구가 된 연인이자 부부. 서로 일정 영역을 넘어서는 기대감을 가질 수 없게 친구 사이로 돌아가자 예전처럼 사이가 좋아지고 이제 더 이상 서로를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되었다. Lily Allen의 Littlest Things가 깔리며 친구였던 시절부터 당연스럽게 결혼하고 차츰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헤어지기까지의 장면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진부한 듯 매력적인 오프닝이 인상적이다.  

                              


친구가 되었어도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던 셀레스티와 제시. 각자 썸과 애인이 생겨서도 쿨함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쿨한 척 하지만 셀레스티는 제시를 신경 쓴다. 제시는 우연히 다시 친 음주 후 사고(!)를 계기로 셀레스티와 다시 잘되리라 기대했다가 단호한 거절의 말을 듣고 상처를 받는다. 제시가 실수로 썸녀와 아기를 갖게 되면서부터 이 관계는 큰 변화를 맞는다.



사랑, 그 이면엔

두 사람이 사랑하며 순도 100%로 행복한 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널 뛰던 호르몬은 조용해지고,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일부일처제 연애결혼 시스템에 인류는 아직도 적응 중이다. 상대의 새 사랑은 두 사람의 오랜 시간마저 이겨내고는 비집고 들어온다. 마음이 변하는데 손쓸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후회해도 소용없고 애써봐도 붙잡을 수 없다. 직시해야 할 현실도 저 문 밖에 버티고 있다.


한 남녀가 백년해로를 하기란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가 보다. 소울메이트, 완벽한 운명이라고 믿던 두 사람이 세월 속에 익숙해지는 것도 안타깝고, 그럼에도 그게 어떻게 변질된 관계이든 아직 사랑하고 아끼는데 점점 다시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도 슬프다.


"내가 아빠가 되는데, 내 아이의 엄마가 네가 아니라니."


언제나 지고 마는 익숙함, Celeste and Jesse Forever

차라리 미우면 좋으련만, 불에 타고 남은 것이 없었다면 좋았으련만. 다하지 못한 연애 감정, 오래 공유한 시간, 아직 유효한 우정. 인연의 유효기간이 다하지 못해 변질돼 가는 관계를 유지하다 어느 순간 조금씩 떠나는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상처 받는 사람들이 셀리스티와 제시뿐일까. 이렇게 남은 관계는 다른  인연의 파이가 눈에 띄게 커지거나, 누군가 악역을 맡아야 끝난다. 우리는 언제나 익숙함에 지고 말기 때문이다. 머리로는  이상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싸움과 화해, 만남을 반복하는 오래된 연인들은 익숙함에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관계는 반드시 누군가의 의지로 크게 박살 내지 않더라도 언젠가 서서히 정리될 것이다. 관계의 유효기간은 거기까지다. 유효기간  행복한 기간만큼, 그렇지 못한 기간의 파이도 크다.  과정에서  의외로 우리의 의지는 크게 작용하지 못한다.


사랑해./나도 사랑해.


두 사람의 마지막 인사는 그래서 아프다. 한 때 내 거의 모든 것이었던 사람. 나를 형성하고 만들어온 사람. 뜯어내면 내 일부를 뜯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람. 함께했던 긴 시간은 허무하게 중단된 역사로 남는다. 익숙한 포근함에서 벗어나 홀로 서야 하며, 이 멀어짐은 피해 갈 수 없고 지름길도 없는 아픈 과제이다. 새 설렘과 새 익숙함에 익숙해질 즈음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 아픔. 하지만 셀레스티와 제시는 아마도 좀 더 오래 아플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먹먹하다는 많은 관람자들의 후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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