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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Jul 07. 2020

배 잡고 웃다가 콧잔등 찡해오게 하는 마법의 캐드

김씨네 편의점


"캐나다로 건너간 이민 1세대 아빠들은

생존을 위해 억양도 문법도 서툰 영어를 무대뽀로 구사했고

주 7일 내내 문 닫지 않는 김씨네 편의점처럼 쉬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서구문화와 언어에 바로 익숙해진 2세대들에게 더욱 가부장적으로 느껴질 이 아빠들이

문맥 없이 버럭 화내고 동네 창피하게 억척스레 굴 때마다 눈을 질끈 감게 되다가도,

센척하다가 앓아눕고 연 끊은 자식 보고 싶어

서툴게 아들의 입간판을 간직하는 모습을 볼 땐 꼭 우리 아빠 같네,

하고 콧잔등이 찡해온다."


이미지: 구글


김씨네 편의점은 2016년부터 방영되고 있는 캐드(캐나다 드라마)이다. 한국계 캐나다인이 기획하였으며 연극무대에서 먼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국내에서 제작한 드라마가 아닌데 한국인의 특성이 한드에서보다 더 잘 묘사되어 있다. 교회의 한인 커뮤니티 쪽 등장인물들에게서 그 특성이 더욱 두드러지며, 가족 내에서는 아빠(폴 선형 리)가 가장 한국적이다. 한국적이다 못해 한국 아빠들보다 더 한국 아빠스럽다는 점이 재미 요소. 아빠 김 씨, 미스터 김은 매우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시청자를 울린다. '아이참' '요노무스키' 등 어색한 한국어를 간혹 섞어 쓴다.


이미지: 구글 /  일본차가 불법 주차된 것을 보면 그럴 때만 신고하는 애국자(?!)


전후 세대답게 반일감정을 드러내는 부분도 한국인 아저씨답고, 마초 기질과 가부장적 성향으로 인해 딸의 인내심을 폭 ㅋ 발 ㅋ 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실 아들은 그래서 애저녁에 집을 나갔다.


이 시트콤은 한국인에게는 그래서 진입장벽이 정말 낮다. 심리적 진입 장벽도 낮을 뿐 아니라, 등장인물이 네 가족이라 정말 외우기 쉽다. 엄마, 아빠, 장남, 차녀. 그리고 주변 인물들도 캐릭터가 또렷하고 외우기 쉬운 편이다. 플롯도 단순하고 주로 개그로 구성되어 있다. 대사에서 '엄마', '아빠', '여보' 같은 부분만 한국어로 처리되거나, "You is" 등 엄마빠 세대가 틀린 문법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이 드라마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 버렸다. 김 씨 부부는 매우 어색한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연기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유명한 에피소드는 90년대 한국에서 흔한 장난이었던 "똥침"이 서구 문화권에서 경악스러운 성추행으로 간주되어 벌어지는 소동이다. 특유의 한국문화가 다른 문화에서 드러내는 이질감을 가감 없는 유머로 보여주는 게 포인트인 시트콤.


이미지: 구글 / 가장 정상인 듯 보이지만 묘하게 특이한 막내 제닛(안드레아 방). 시즌 뒤로 가면 화려한 남성편력을 자랑하게 된다.


다른 재미요소라면 미드나 남미 드라마들보다 훨씬 착하다는 . 넷플릭스에 만연한 마약과 치정 소재 드라마, 괴이한 실화 바탕의 스릴러, 궁지에 몰린 청소년들의 범죄나 너무 시끄러운 액션들이, 재미있지만 간혹 밖에서 하는 외식처럼 질린다면 가끔 집밥 같이 착한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보자.


캐나다로 건너간 이민 1세대 아빠들은 생존을 위해 억양도 문법도 서툰 영어를 무대뽀로 구사했고 주 7일 내내 문 닫지 않는 김 씨네 편의점처럼 쉬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서구문화와 언어에 바로 익숙해진 2세대들에게 더욱 가부장적으로 느껴질 이 아빠들이 문맥 없이 버럭 화내고 동네 창피하게 억척스레 굴 때마다 눈을 질끈 감게 되다가도, 센척하다가 앓아눕고 연 끊은 자식 보고 싶어 자식 사진 나온 입간판이라도 갖고 오는 김 씨 아빠의 모습을 볼 때는 우리 아빠 같네 하고 눈물이 그렁 그렁해진다.


이 집 장남이 잘생겨 보이는 마법이 시작되고 아빠 눈에 눈물 맺힐 때마다 내 콧잔등도 찡해온다면 이 드라마에 빠진 것입니다. 아이참!


이미지: 구글 / 이 집 장남(시무 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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