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eory of everything
2018년 3월,
회사에서 2박 3일 출장 중이던 날
스티븐 호킹의 사망 소식이 속보로 들려왔다.
그리고 숙소에서 틀어본 영화 채널에서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을
급히 편성하여 방영하고 있었다.
이미 한 번 본 영화였지만,
그때 보는 느낌은 또 달랐다.
이 책 또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원제와 맞닿아 있다.
The theory of everything.
세상 모든 사물에 대한 이론.
진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탐구심
일생 잃지 않는,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
그런 것을 강하게 가진 사람들을 좋아한다.
만나면 그날의 네이버 메인 화면에 나온 문구만 읊는 것 같은 사람도 있고,
어느 커뮤니티에서 본 댓글을 복붙하는 멘트 같은 것만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것도 삶의 방식이지만
누군가 제공하는 정보나 그럴듯해 보이는 대세 의견을 자신이 따라가고 있는 줄도 모르게 따라가는 사람 말고
무언가를 자기 방식으로 생각하고 해석하는 사람,
어린아이처럼 모든 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자신만의 데이터를 쌓아 뛰어난 직관을 완성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면 계속 대화하고 싶어지고
재미있는 그 사람만의 생각을 오래오래 듣고 싶어진다.
이 책은 인류가 살면서 아직 완전한 답을 얻지 못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커다란 질문들에 대해
마지막으로 스티븐 호킹이 들려주는
그의 정리된 생각들이다.
모든 챕터마다 스티븐 호킹의 답은
재미있었고,
시선에는 따뜻함이 가득했다.
인류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유머는 그가 살아생전 남긴 명언들에서도 드러난다. 출처는 나무위키.
과학은 이성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낭만과 열정의 제자이기도 하다.
Science is not only a disciple of reason but, also, one of romance and passion.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았다면, 우주는 대단한 곳이 아닐 것.
It would not be much of a universe if it wasn't home to the people you love.
“내게 신앙이 있느냐고?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것을 믿을 자유가 있다. 그리고 내가 볼 때 가장 단순한 설명은 신은 없다는 것이다. 누구도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고 누구도 우리의 운명을 지시하지 않는다. (중략) 나는 인간이 죽으면 먼지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 안에, 우리의 영향력 안에,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유전자 안에는 지각이 있다. 우리는 이 지각을 가지고 우주의 위대한 설계를 감상할 수 있는 한 번뿐인 삶을 살고 있으며, 나는 이를 대단히 감사히 여긴다.” -본문 중에서
스티븐 호킹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자신을 연기한
에드 레드메인에 대해서도 애정 어린 시선을 갖고 있었으며,
유머러스하게 "나는 그렇게 잘생기지 않았지만"이라고도 적고 있다.
“우리는 아름다운 영혼이자 놀라운 과학자였으며, 내가 지금껏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유머러스한 사람을 잃었다.”-에디 레드메인, <사랑에 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 역을 연기
스티븐 호킹은 신이 없다고 대답했지만,
신이 유난히 사랑하는 사람은
분명 존재하는 것만 같다.
현상을 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눈,
세속에 물들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자신만의 호기심,
자신도 모르게 섬세한 관찰력으로 쌓아두는 데이터와
빠른 연산으로 그 데이터를 뇌 속에서 불러내어 계산한 후 내릴 수 있는 결론-발달한 직관.
그런 것들은
신이 누구에게나 부여하는 축복은 아니니까 말이다.
정말 이성적인 사람이 논하는 낭만이야말로 진짜 낭만이 아닐까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을 날카로운 눈으로 탐구하면서도 낭만적 시선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낭만적인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