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랄라 Apr 27. 2020

손에 쥐던 땀이 말라버렸어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


4월 넷플릭스 기대작, <사냥의 시간>

코로나 19 창궐로 영화계가 주춤하는 가운데, 반갑게도 넷플릭스에 세간의 기대작이 공개되었다. 적당히 멀지 않은 미래, 할렘으로 변해버린 도시 서울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은 먹튀를 꿈꾼다. 법의 망 밖에 있다는 이유로 은행 대신 불법 도박장을 털었으나 제도권 밖으로 나와도 청춘들이 몸을 피할 곳은 많지 않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차라리 그냥 긴장 탓에 잊어버려 두고 와버렸으면 좋았을걸, 챙겨라, 챙겨라 긴장감에 일조하던 그놈의 외장하드 때문에, 푼돈이나 털고 끝낼 수 있었던 잔챙이들의 범죄는 위험천만 생사를 건 탈주극으로 크게 번진다.


손 땀이 말라버렸어

초반 30~40분 손에 쥐던 땀, 영화관에서 개봉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긴장감과 신선함은 금세 사라진다. 

"5분 줄 테니 도망갈 수 있는 가장 멀리까지 도망가봐라"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게임은 박진감이 없고, 목적도 없어 보인다. 휴대전화 끄고 5분 동안 자동차로 도망가면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싶은데 탈주자들은 연락할 곳도 없어 보이는 휴대전화 전원을 굳이 계속 켜고 다닌다. 위에서 말한 대사와는 상반되게 조금도 추격의 상황을 즐기고 있지 않아 보이는 빌런은 롱코트를 입고 전등갓 아래서 슬로모션으로 전화를 받으며 무게를 잡고, 등장인물들이 가는 어디든 쉽게 공간이동을 하여 나타나지만 점점 큰 위협감을 주지 못한다.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결말은 청소년의 허무맹랑한 한 자락 꿈처럼 끝난다. 사냥감으로 쫓기던 청춘이 결국 친구들을 잃고 혼자만 밀항에 성공하여 역 사냥을 떠난다는 이야기는 이소룡 영화를 흉내 내는 고등학생처럼 어설픈 느낌을 준다. 


왜 아까운 소재와 초반 연출을 이런 식으로 저버렸을까. 여러모로 안타까운 영화지만 끝까지 시선을 붙들어 두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던 것 같다. 잘 만든 한국영화에서 말맛 잘 살리는 배우의 연기를 볼 때면 친근한 모국어에 감사하게 된다. 말맛 사는 생활연기. 30대 배우들임에도 불구하고 소년에서 막 벗어난 듯 불안정한 청년의 눈빛, <파수꾼>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덕인지 진짜 친구들 인양 돋는 배우 간 케미까지. 중반이 넘어가면 손에 쥔 땀이 휘발되기는 하지만, 캐스팅된 배우들의 캐릭터까지 이전 영화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바람에 늘 비슷비슷하여 안 봤는데도 이미 본 것 같은 한국영화들 사이에서 청량함과 신선함은 확실하게 준다. 

작가의 이전글 유년에 한 해 한 해 일궈온 나의 건강함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