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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Aug 08. 2022

아직도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세요?

넷플릭스 <더 볼드타입>, SNS를 하지 않는 게 경험의 낭비다

뉴요커에 여자 절친들, 

패션지 신입사원들, 

이제는 이보다 더 식상한 드라마 소재들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굳이 찾자면 다른 점은 

이들이 20대 중반의 밀레니얼 세대라는 것, 

그리고 드라마에 

시대에 맞는 젠더 감수성과 다양성을 더했다는 것.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자꾸 이 미드를 추천했지만 

번번이 무심코 틀었다가 1화 초반부터 꺼버리곤 했다. 


일단 화려하고 블링블링한 의상과 메이크업, 

눈 점막이 보이지 않게 꽉 채운 아이라인과 마스카라, 

잡채 먹은 꽃핑크색 입술과 킬힐을 보는 순간 부담스러웠고 

그것을 견뎌내면 이 세 명이 

골반을 흔들며 나란히 서서 거리를 활보,

남자와 일에 대해 흥분해서 대화하거나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봐야 했다. 

어쨌든 어떤 연유로 그 억텐의 거북함을 견뎌내고 나니, 

볼만해졌다. 생각보다 억텐 아닌데? 

이 시대에 여성으로서 해야 할 고민도 던져주고, 생각할 거리도 준다.  


'90년생이 온다'류의 서적이나 

'이런 말 하면 꼰대 같은데......', '라떼는 말이야' 류의 이야기를 

딱히 시간 들여 논하고 싶지 않고 신뢰하지 않는다. 

각 세대의 특징이 당연히 있지만 

결국 사람 바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세대 간의 습성 차이 정도로 생각한다. 


아직도 자기가 트렌디하고 젊다고 생각하며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기 원하는 중간관리자급 중 

어떤 말의 포문을 열 때마다 

"이런 말 하면 꼰대 같은데'라고 시작하면서 

밑밥 까는 동지를 볼 때면 신기하다. 

왜 그러는 거야. 

눈치 보지 말고 할 만한 말이면 그냥 하라고.  

마땅히 들어야 할 지시나 잔소리에 대해서 아묻따

"어휴 라떼, 고인 물"이라고 차단하는 신입직원 쪽도 매한가지.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볼드 타입으로 오기까지의 30년 동안, 

뉴요커 여성 친친들은 얼마나 진화하였나.


-킬힐

킬힐은 여전하다. 

나는 왜 킬힐이 일하는 여성을 대표하는 상징 같은 걸로 

자꾸 드라마에 묘사되는지 이해되지 않지만 

어쨌든 예쁘지도 않고 존재도 한다.


-편집장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대표되는 

유능하고 포악한 여상사는 없다. 

스칼릿의 대표 재클린은 의외로 현실적인 이 드라마에서 

잘생긴 리처드와 더불어 유일한 판타지쯤 된다. 

재클린 같은 상사만 있다면 회사생활 견딜만할지도 몰라.



-우정과 ㅆ년

단연코 네임드 네임드 ㅆ년인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도 못할 구두를 사들이며 사치하고, 

그 사치의 대가로 밀린 집세를 내기 위해 

친구가 사랑하는 반지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ㅁㅊㄴ은 이 드라마에 없다. 

21세기의 신입사원들은 싸우고 툭탁거리지만 

할 말 다 하고 나면 빠르게 반성하고 화해하고 사과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애관

전화가 올까 말까 전화를 할까 말까 하는 사람은 없다. 

인생은 1회차 연락하고 싶으면 하고 

할 말은 하고 안 되면 아파하고.


-Z세대의 직장생활

"거래처랑 연락이 된다고?

이메일도 해보고 문자도 해봤는데.

네 세대에는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일 수도 있는데,

혹시 전화 해보지 않을래?" 

시니어가 이들에게 하는 이같은 대사는

웃프게도 실제로 벌어질법한 일이기도 하다. 


시즌 후반으로 가서, 

신입사원들이 또 신입사원을 대하는 시니어가 될 때쯤

또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지시와 대화 중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신입에게

"내 말 듣고 있니" 라고 묻자 되돌아오는 대답,

"네 폰으로 메모하고 있었는데요"

이런 에피소드들은

피식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이 드라마에서 SNS는 

주인공들의 삶과 밀접하다.

일도, 일상도 모두

SNS와 관련되어 있고

주인공은 자신의 기분과 가치관을 수시로

SNS에 업데이트하고 유명세를 타기도 하며

공격받고 좌절하기도 한다. 


SNS가 없던 시대에 성장한 우리는 

SNS와 진짜 삶이 전복되었다고 

자주 쉽게 생각하지만

사실 SNS는 그냥 삶의 한 부분이다. 

우리가 예전과 달리 출근길에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처럼

그저 달라진 문명의 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는 미디어를 보고, 밀접하게 영향받으며

더 나아가 자신을 중계하고 게시하며

우리 삶을 미디어상의 콘텐츠화하고 

인생의 주인공인 나를 

그저 기억 속에 남겨두지 않고 

시각화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말로

국내에서 퍼거슨 감독 본인보다 유명하다고 하지만,

(이 말은 사실 상당히 왜곡된 뉘앙스라고 함)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내 생각에는,

과장 좀 보태서 얘기하면,

SNS를 하지 않는 것은 경험의 낭비다.


요즘은 각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거나

콘텐츠가 있는데 SNS를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인생 경험의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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