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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최근 히어로 영화에 반영된 소비자본주의

by 랄라


건강한 멘탈을 유지하기 힘든 현대사회, 건강한 멘탈을 가진 것 자체가 슈퍼파워.


닥터 스트레인지(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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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물 속 소비자본주의

요즘 영화화된 히어로물을 보다보면 10,20년 전 히어로물에 비해 물질주의의 색이 짙다.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들이 커스터마이징하여 갖추고 있는 장비들이 매우 흥미진진 신박하긴 한데, 옛 히어로물에서는 육체 능력의 확장에 대한 인류의 로망이 느껴졌다면 요즘은 막대한 개인자본을 바탕으로 한 능력에 대한 로망이 많이 느껴진다.

육체능력의 확장이 육체 자체의 진짜 진화, 변형보다는 장비를 통해서 오는 추세도 꽤 있다.


장비 없으면 탈탈 털릴, 사실 슈퍼파워 자체는 없는 아이언맨이 요즘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히어로물이라는 것도 상통하는 대목.

(실제로 장비 없을 때 캡틴 아메에게 처참하게 쥐어터짐)

특히, 2000년대 접어들면서 그 사람이 소비한 물건이 그 사람의 취향과 경제력을 포함한 정체성을 어느 정도 말해주는 시대가 오다보니, 어떤 신박한 기계가 나오고, 어떤 수트, 어떤 시계, 어떤 차가 나오는지도 회자된다. 요즘 영화에서는 정신적으로 피폐할지언정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하지 않은 히어로를 찾기가 어려움. 근육질의 슈퍼파워, 맨 몸 하나만 볼만한 잘생긴 슈퍼맨은 현대사회에 접어들어 약간 매력도가 떨어졌다.



예전 히어로 영화들 속에선 배트맨 정도가 차나 집, 집사를 자랑하던 부자 히어로였다면 요즘 부자 아닌 히어로는 냉동됐다 살아온 옛날 캡틴이나 헐크 정도 뿐인 듯. 하물며 어느날 우주에서 뚝 떨어진 히어로는 한 왕국의 주인이니 말이다. 스파이더맨은 엄청난 부나 슈퍼파워를 가진 어른 히어로 틈 속, 모든 면에서 평범한 청소년이라는 게 딱 매력포인트인 히어로이니 열외.


변화하는 히어로물의 추세

물론 원작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영화화되고 인기를 끌법한 콘텐츠로 간주화되는 히어로물의 성향이 조금씩 변했다. 무조건 정의롭고 착한 것보다는 비뚤어졌든 바람둥이든 뭐든 자기만의 스웩이 좀 있는 성격이 선호된다.


진득하고 고지식하던 옛 히어로들에 비해 다소 애로건트한 태도, 사카스틱한 유머를 갖춘 성격도 요즘 히어로들의 특징.



영화 초반부에서는 이기적이고 다소 오만해보일 수 있는 그런 닥터 스트레인지의 성향을 매력적으로 잘 풀어서 살렸다. 사실 내눈에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성품이었는데, 이게 원작 속에서는 '예전엔 꽤 오만했다' 는 기조로 표현된 거라면 원작이 옛날 작품인가? 싶었을 정도.

후반부에서는 사람을 살리는 '닥터' 본질의 의무를 깨닫는 스티브.

이례적으로 겸손해지며, 되풀이되는 시간 속에서 고통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자신을 희생해가며 인류를 구하려 하는, 진짜 의사의 본질에 가까워가는 영웅의 모습을 그렸다.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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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이든 호킹이든 스티븐 스트레인지든 이미지가 굳어질 법한 역할들을 지속적으로 맡는데도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영화 속에서 볼 때 그다지 이전 역할 이미지가 겹쳐 보이지 않는 것은 정말 신기하다. 백발이 성성하게 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영국남자 명불허전 베네딕트 컴버배치.



운전 중엔 절대 역주행, 휴대전화 조작 금지죠. 운전 조심하라, 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라는 엔딩크레딧 마지막 메시지도 훌륭한 포인트.

담배공사 협박공익광고보다 훨씬 효과 좋았던, 닥터 스트레인지 차사고 장면의 무지막지함. 어떻게 하면 세게 파격적으로 패대기를 쳐서 매다 꽂을까를 고민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나올 수 없는 파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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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리엔탈리즘

육체적인 능력을 쓰는 히어로라기보다는 멘탈 능력을 쓰는 히어로라는 설정. 이 때문인지 동양의 '기'라든지 '영혼'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한 접근의 시도가 많이 보이는데 내공은 좀 부족한 느낌.

유체이탈은 약간 코미디를 의도하기도 했지만 좀 많이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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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묘사나, 네팔 등 덜 개발된 신비한 동쪽나라에 대한 막연한 묘사 등은 약간 실소가 나오게 하는 부분. 뭐 애교로 넘어가자.

천재적 잠재력을 가진 주인공이 엉망진창 흉한 꼴로 뒤늦게 들어와서 지진아처럼 짜져있다가 영감의 순간마다 일취월장한다는 설정은 일본인들이 특히 매우 좋아하는 설정인데,

이 영화 속 닥터 스트레인지도 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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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CG는 거들 뿐

내 관점에서는 인셉션 급의 상상력이나 획기적인 시각효과도 체험하기 어려웠음.

인셉션의 CG가 엄청났던 건 기획과 상상이 획기적이었던 가운데 그걸 시각적으로 뒷받침해줬기 때문인데,

이 영화의 씨즤는 영혼들이 육체 탈출할 때 빼곤 분명 시각적으로 나무랄데 없이 훌륭한데 자꾸 기시감이 든다. 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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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영화든 씨즤는 거들 뿐. 아무리 뛰어난 씨즤도 그 씨즤가 등장하기까지의 배경이 설득력 있어야. 저런 생각을 하다니! 싶게 상상력 자체의 설득력이 뛰어나야.

이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 같다. 영화 속 씨즤에 감명받은 사람도 많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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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이 청어람. 가르쳐놨더니 스승을 위협하는 머리커진 제자. 다크서클 너무 무서운데 어떻게 좀 안되겠니.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함께 손잡고 다크 디멘션의 쪽에 서자는 제안을 할 때 눈물연기가 너무 진지해서 웃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닥터 스트레인지 주인공 본인까지 눈물많은 싸나이들이 떼로 나오는 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좋은 워터푸르프 스모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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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먹을 수 없는 예쁜 언니 레이첼 맥아담스. 닥터 팔머 역을 맡았음.

이 언니가 닥터 스트레인지 유체이탈에 깜짝 놀라는 신들과

스트레인지 사라진 뒤 쓰러진 대걸레에 놀라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던 장면이라며. :)


왜 '닥터' 라고 설정했을까?

어쩌면 효과적이었을 설정. 자본주의 사회에서 꽤 선호되는 직업인 의사, 초현실적인 것은 믿지 않는 의사, 사람의 목숨에서조차 효율을 추구하던 의사가 평소의 믿음과는 정 반대의 깨달음을 얻는 과정.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시련과 두려움에 눈을 뜨고도 선을 유지하는 것.

세상의 모든 부와 이익도 겪어봤지만 타인 생명의 소중함도 아는것.

고통을 겪은 후 자신만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혼자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은 고통을 겪지 않게 하려는 마음.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제정신을 유지하는 강철멘탈,

요즘 세상엔 실생활에서도 히어로만큼 드물고 기적적인 것,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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