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랄라 Sep 20. 2023

그게 다예요

소울

“That's All There Is” 

그게 다예요.


아폴로 12호 미션을 끝내면서, 앨 빈


그는 경이로운 모든 순간이 

그 안에 깊숙하게 들어가 체험하자 

그냥 그게 다였다고, 

마치 당연한 것처럼 소회를 이야기한다. 


성취하고 나니 허무하다거나 

겪고 나니 엄청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그 속에 어우러져 보냈다는 뜻. 


수능 끝난 고3이나(열외: 나) 이 영화 속 조 가드너처럼 무엇이든 하얗게 불태우고 난 사람들이 어떤 성취 후 겪는 심경이라는 공통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를 이끌며 몰두하게 하는 불꽃도 중요하지만, 그래 인생은 그런 큰 조각 말고도 나무에서 낙하한 꽃잎 한 장처럼 무수한 작은 조각으로 더 가득차 있는 거니까.

사람이 생활하는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작은 일상이 오래 쌓여서 그 사람을 형성한다고 생각해서이기도 하고, 그 사람이 어떤 환경 속에 자기를 두느냐가 그 사람을 많이 말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디가 굵은 손가락, 보풀이 일어난 니트, 낮잠을 자는 동안 땀에 젖어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

유년시절은 멍하게 바라보던 시각적 감각들로 이루어져있다. 

감성의 시각화에 일가견 있는 디즈니가 사람들 모두의 기억 속 어린 시절을 끄집어내 오는 방법. 

시각적 경험이 감성과 공감으로 바뀌는 과정. 사후세계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는 것. 


아직도 내 마음 속 디즈니 넘버 원은 부활한 디즈니를 처음 만났던 인어공주이고 그 때 내 마음엔 아마 큰 스파크가 튀었던 것 같다. 지금 나에게 불꽃은 칼퇴와 연애. 칼퇴하여 함께 바라보는 하늘에 차고 기우는 달, 겨울 서울하늘에서도 잘 보이는 오리온. 소갈비살과 누룽지가 기막히게 맛있는 서촌 고기명가 뭐 그런 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의미없는 삶에 

의미의 조명을 비춰보는 일일 뿐”

(김승옥 / <무진기행> 머리말)

작가의 이전글 호소다 마모루의 여름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