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구
"50년의 시간을 넘어 찾아온 불멸의 사랑 “3811 그곳에서 기다릴게요” 1934년 홍콩, 부유한 가문의 자제 진진방(장국영)과 기생 여화(매염방)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하지만, 가문의 반대에 부딪히자 저승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동반 자살을 선택한다. 50년 후,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연인을 찾기 위해 여화는 유령이 되어 1980년대 홍콩을 다시 찾아오는데..."
이 세상에서 약속만큼 덧없는 게 있을까
약속이 슬픈 건
사실 그 마음이 당시에는 더할 수 없이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아무리 먼 미래까지라고 해도
변하기는커녕 조금이라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단전에서부터 들기 때문에.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런 내 과거의 진심이 낯설어질 만큼 그 다짐이 흐려진다. 인간은 왜 그렇게 설계된 걸까.
사실 사랑이라는 게 저항할 수 없이 번식을 위한 본능이기 때문잉가. 멀리 많이 안전하게(다양한 장단을 갖춘 여러 유전자를 뿌려봐야 뭐가 가장 잘 살아남는지 알 수 있으며, 어떤 변수에도 그중 무언가는 살아남음. "다양성".) 번식할 수 있도록 나의 생존본능이 나에게 부리는 호르몬의 농간인가.
여화는 시간 속에 갇혀 버렸다.
상술한, 조금이라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단전으로부터 올라오는 시기에 갇혔고
자신이 너무 견고한 신실함 안에 있기에 상대도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
기다림이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긴 기다림이 덧없는 거였다는 걸 알 리가 없었기 때문에
장국영은 여기에서도 발 없는 새다.
발 없는 새(끼)
아름다운 얼굴에 애정결핍 가득한 눈빛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만
오래 머물 수도 없는 남자
배우 자신도 영화 속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다고 인터뷰를 남겼다는
장국영이 가장 아름답게 나오는 영화 중 하나.
솔직히 나는 이 영화에서는 진진방이 여화를
진심으로 사랑한 잠깐의 모먼트조차 없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내가 너무 옛날 으른들 사랑 바이브 몰라서 그러나
살아남은 자는 추해진다.
속세조차 그를 추하게 여기며
시간의 때가 눈동자를 에워싸면
서려있던 아름다운 날들의 환희는 사라지고
비밀번호 3811
하루에 세 번 사랑을 말하고 여덟 번 웃고
열한 번 옛날 생각하며 웃어
귀신도 따라잡기 힘든 현대사회로 들어와
급격한 산업화와 변화를 겪은 홍콩에서 여화는
박수무당의 피를 타고 태어난 기자에게 접근하여 도움을 얻는다.
(이 영화에선 거의 모든 인간이 귀신을 보므로 딱히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가뜩이나 발이 떠 있어서 한 군데 머무르려면 다람쥐 쳇바퀴 돌려야 하는데
다른 것들로 너무 정신없기까지 해서
지정좌표계 고정해두기 힘든 현대사회
바쁘다 바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연지구가
연 지구가 아니라
연지 구 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래되어 보이는 물건에는
혼이나 한이 서려 있을 수 있으므로
골동품 가게에서 뭘 주워올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마음이란 그렇게 변하기 쉬울진대
삶과 시간이 멈추고
오랫동안 당신을 보지 못하는 바람에
그 마음이 그대로 거기
영원히 남아있는 줄 착각했읍니다
("사실 처음부터 없었던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