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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Feb 07. 2017

프리즈너스(2013)

'컨택트' 감독 드니 빌뇌브의 전작

단죄의 주체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없는 지옥 속의 아버지.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주체적 판단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보스턴의 작은 마을에서 두 명의 여아가 실종된다. 유력한 용의자로 잡힌 사람은 마을의 동바형, 알렉스이다. 알렉스를 조사 후 아무 혐의도 찾을 수 없었던 경찰은 실종된 딸의 아버지, 켈러의 간곡한 부탁에도 알렉스를 석방할 수 밖에 없다.

실종된 딸의 아버지 켈러는 급기야 알렉스를 감금하고 가혹하게 고문하며 딸의 행방을 추궁한다. 역시 함께 딸을 잃어버린 이웃 낸시 부부는 켈러가 개인적으로 알렉스를 가두고 심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이를 묵과한다.



알렉스가 진짜 범인일지 아닐지 100% 확실하지 않지만, 알렉스는 켈러를 마주칠 때마다 아이들과 밀접하게 오래 함께 있지 않다면 알 수 없을 의미심장한 말들을 내뱉는다. 10세 정도의 지능 밖에 되지 않는다는 알렉스가 운전면허증이 있다는 사실도, 수상한 언행들도 맘에 걸리지만, 만약 알렉스가 실제로는 범인이 아니라면? 만약 알렉스가 진짜 범인일 경우, 알렉스를 가둬두지 않으면 딸이 돌아올 확률은 하루하루 지날수록 절반 이상씩 줄어든다. 가해자가 되었지만 동시에 고통 받는 피해자가 되고 나자 옳은 것이 무엇인지, 누가 옳은 것을 결정하는 지에 대한 가치판단력도 흐려진다. 선악은 누가 정해 놓은 것이며, 인간이기 이전에 자식을 보호하는 것은 동물적 본능인데 이를 어떤 잣대로 막는가. 저 숲에서는 사슴보다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맹수와 인간이 사슴을 사냥하고 인간의 사회에서는 누가 공존을 위한 도덕률의 잣대를 만드는가. 현재 우리가 지키는 도덕률은 얼마나 역사가 오래 되었으며, 남의 눈을 다치게 하면 눈을 뽑히는 개인적 동해복수법이 유효한 시대였다면 딸을 잃은 아버지의 개인적 단죄는 용서되는가.   



영화는 켈러가 외우는 주기도문으로 시작한다. 켈러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아들과 함께 사냥을 나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유혹으로부터 구하옵소서'라고 외운 뒤 사슴을 쏘아 죽인다.  

동물인 사슴을 다급한 식용 목적이 아닌데 쏘아 죽이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과 인간인 아이들을 납치하면 안 되는 것은 결국 어떤 관점에서는 동일선상에 있지만, 그 동일선상에서 우리가 도덕적 리미트의 기준점으로 삼는 곳이 어디 쯤이느냐가 인간사회 도덕률의 화두이다.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누구도 켈러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을만한 상황, 영화는 어떤 주장도 강하게 드러내지 않고 상황만을 세팅한다. 늘 다 함께 얼굴 맞대고 사는 평화롭고 폐쇄적인 마을 공동체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 외부인이 들어오지 않는 한 특별히 범죄가 벌어지지 않는 곳, 딸의 생사불분명한 실종, 객관적으로 무시하기 힘든 심증과 불충분한 물증. 15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 판 속에서 한 아버지의 지옥 체험을 함께 하고 나면 갖고 있던 도덕률이 희미해지는 기분이다. 큰 범죄를 계기로 작은 마을 공동체를 헤쳐보니, 모두가 하나씩 크고 작은 악을 품고 살아왔음이 속속 드러나면서 폐쇄 공동체의 작은 이면이 드러난다.

형사 로키와 아버지 캘러는 각기 다른 범인을 용의자로 지목하여 다른 방식으로 쫓고, 각기 다른 방식의 도덕률을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영화는 초반 사슴사냥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주기도문을 외우는 켈러의 모습을 보여주고, 딸이 사라진 상황에서 강력한 심증을 주는 용의자가 존재한다는 극단적 상황을 만들어 켈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신이 애초에 우리에게 부여한 도덕적 가치판단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사회적 룰을 바탕으로 공동체에 살고 있는 인간이기에 단죄의 주체가 될 수도 없지만 극한 상황에 몰린 아버지이기에 단죄의 주체가 되지 않을 수도 없다. 켈러는 지옥 속에 있다.






단죄의 주체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없는 지옥 속의 아버지.

영화는 지옥에 갇혀버린 아버지를 설정하여 인간의 선과 악, 인간의 근본적 본성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약 3시간의 관람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은 스릴러이다. 아무리 작은 지방 마을이지만 왜 이렇게 수사 행태가 허술한지, 왜 로키 혼자 맨몸으로 현장을 위험하게 한밤중에 뛰어다니는지, 왜 결말이 약간 용두사미인지 정도는 그냥 가볍게 넘어가자.



덧. 드니 빌뇌브 최신작 '컨택트' 시사회 리뷰

https://brunch.co.kr/@hikary0512/25


  




맨중의 맨 휴잭맨. 이렇게 나약한 인간의 몸뚱이를 쓴 휴잭맨이 낯설지만 딸바보 아버지에 이만큼 어울리는 배우도 없는 것 같다. 제이크질렌할의 섹시함이나 연기는 논하기도 입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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