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트(The post), 2017

행동하는 어른들의 작은 개척들이 모여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다

by 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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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어른들의 작은 개척들이 모여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다
요즘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는 소수의 이기적인 어른들이 만든 지저분한 세계에서 못된 짓 하지 않고 주어진 소명을 원칙대로 지키는 어른들의 역사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음을 이야기한다. <어메이징 스토리>를 들려주던 만년 소년 피터팬 스필버그는 바른 어른, 훌륭한 기성세대가 되었다. 스필버그가 들려주는, 현재와 연결되는 과거의 역사 이야기는 우리의 현재를 보다 명확하게 정의해준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자유와 부당한 고통은 무엇이든 과거로부터 왔다.


저널리즘
스필버그는 ‘신념’과 ‘사실’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나도 언론이 신념과 논조를 가지고 말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주관이 빠진 팩트인 양 포장하지 않고 신념이라고 알려주면서 전달한다는 전제하에.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알랭 드 보통은, "언론이 정치색이나 의견을 갖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의견을 갖고 전달하는 뉴스는 청자가 알아서 필터링하지만 오히려 객관적인 팩트의 전달인 척, 의견이 아닌 척하는 뉴스가 시청자의 눈과 귀를 더 현혹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에 100% 팩트이기만 한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팩트의 나열도 그 나열의 순서에 의도가 깃들 수 있다.


“News is the first rough draft of history.”
죽은 남편이 그랬어요. 신문은 역사의 초고라고. 틀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써나가는 거죠.


“현재 언론은 벼랑 끝에 서 있다.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다. 신념과 사실 사이에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fact)이란 진실로 가는 가장 기본이지 않나.”
-스티븐 스필버그


'더 포스트'는 '중요한 자리'를 뜻하기도 하는 단어이다. 대법원이 워싱턴 포스트에 내린 판결문 내용대로, 언론은 숭고한 곳에서 태어났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 핍박으로부터 자유를 찾아 떠난 용감한 개척자들이 과거의 과오를 재범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태생부터 숭고한 수단이다. 그러므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언론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제 자리에서 원래 주어진 원칙과 논리대로 일을 하는 것이 이 세상에선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것이 쉽다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은 용기를 강요받는 바른 일을 외면하고 사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각 개인은 때로 그저 원칙대로 일을 하는데 가족이나 자신의 안위와 명예에 위협을 받게 되는 상황을 종종 맞게 된다. 톰 행크스가 앞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 보여준 것처럼, 기장이 매뉴얼대로 위기에 대응하고 승무원들이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해내는 것조차 흔한 일이 아니어서 영화로 만들어진다. 스필버그가 <스파이 브리지>에서 이야기하는 인류애의 실천도 소중한 가족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에게 쉽지 않다. 신념과 반하는 일과 가진 것을 희생하는 일 중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수 없이 찾아온다.
언론사는 자신들의 논조와 기조를 가지고 팩트를 취사선택하여 보도할 수 있지만 그것이 특정인의 이익이나 특정인의 권위를 높여주기 위한 목적을 갖는 순간 존재하지 않느니만 못할지도 모를 천박한 권력의 개가 되어 버린다. 영화 속 톰 행크스의 대사대로, "누가 어떤 기사 쓰라고 기사 쓸 거리를 골라준다면 워싱턴 포스트는 이미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 인 것이다.
“In the First Amendment the Founding Fathers gave the free press the protection it must have to fulfill its essential role in our democracy. The press was to serve the governed, not the governors.”
-대법원 판결: 우리의 개척자 아버지들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언론에 자유를 부여했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니라 피치자를 위한 것이다.
아론 스킨의 야심작 드라마 <뉴스룸>속에서 윌 매커보이(덤 앤 더머의 더머이시다......)는 "직원 한 명이 유리에 이마를 부딪혔는데 병원에 가지 않았다. 이집트에서 목숨 걸고 있는 18세짜리 아이도 있다. 증권회사에 가면 몇 배의 연봉을 받을 사람들이 이 곳에 모여 일한다. 그들이 언론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페미니즘
캐서린이 법정까지 가는 동안 수 없이 떨리던 손끝과 흔들리는 눈동자, '불편해하거나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사람들 틈에서 적어놓고 나서서 하지 못하던 말들은 ‘뒷다리로만 기는 개’처럼 어설프기도 했지만 맑고 강인해서 마음을 울렸다.

1946년생(만 71세) 스필버그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세련되기 그지없다. 식사 후 남자들이 정치 얘기를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하는 부인들, 캐서린에게 '어떻게 일을 하면서 집안도 돌보냐'는 질문을 하는 부인들의 모습. 그런 시대 속에서 사랑하던 남편과 아버지가 지켜온 언론사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 담대함과 섬세함, 세상을 바꿔나가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힘이 메릴 스트립의 몸짓과 표정, 눈동자, 우아한 말투에서 느껴졌다.

"My decision stands, and I'm going to bed." 제 결정은 변함없고, 전 그만 자러 갈게요."


스필버그의 신념
여성 언론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자살한 남편을 포함한 소중한 가족들이 남긴 신문사, 가족의 안전, 자신의 안위, 명예와 돈-을 걸고 신념을 지켜낸 후 법정을 나오는 kay에게는 그 어떤 스포트라이트도 없었다. 대신 카메라 플래시와 환호성보다 강한 침묵의 시선 행렬이 있었고 함께 언론의 본질을 지켜나가는 신문사들이 있었다.
스필버그가 영화에서 서사를 해결하는 이 방식이 정말 좋다. 과장된 승리를 보여주는 대신 스필버그는 언제나 역사(팩트들) 안에서 골라낸(신념) 희망의 불씨 같은 팩트들을 덤덤하게 나열한다. 그 '신념'과 논조, 세상을 보는 바른 시선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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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가 신념을 보여주기 위해 역사 속에서 골라와 취한 덤덤한 팩트들. 꼰대처럼 가르치려 들지 않고 스필버그가 차분하게 보여주는 미국의 역사에서 우리도 느껴야 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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