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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Sep 14. 2021

김동완 - <사주명리 인문학>

어느덧 대학생이 된 아들내미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 처음으로 사주 보는 곳에 간 적이 있었다.

아들은 흔히 말하는 중2병을 지독히 심하게 앓았던 터였다. 중2병은 아들이 앓았는데 내가 더 아팠던 듯하다. 때로는 환자보다 환자 보호자가 더 힘들 때도 있는 법이다.


중1말부터 시작된 그놈의 통과의례병은 중2 여름방학이 지나가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주변 경험자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들에게는 이미 과거지사인지라 싱긋이 웃기만 하고 하는 얘기인즉 "내버려두라"뿐이었다.


본인들이 당하는 일이 아니라고 저리 쉽게 말하다니!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 는 생각이 들었다. 중2병과 사춘기 아이의 엄마 노릇을 견디다 못해 내가 해결책으로 수소문한 것이 사주를 보는 철학관이었다. 단지 알고 싶었다. 도대체 아들의 중2병은 언제나 끝나는지!


돌이켜보면 과학적 진단과 처방을 딱히 바란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곧 끝날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적 한마디, 그 말 하나를 바랐던 것 같다. 끝이 기약된 고통은 견딜 수 있으니까.


찾아간 철학관에서는 2-3달 후면 아이가 공부하겠다고 먼저 말할 것이고 사춘기 증상도 잠잠해질 것이니 조금만 더 참으라고 했다. 희망의 점사에 복비 2만 원(인당 2만 원, 가족 전원 8만 원)이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두어 달 후 신기하게도 아이는 자사고를 가고 싶으니 학원을 보내달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사주명리학에 진지하게 눈길을 준 것은 이 무려부터였다.



그때 이후로 나는 사주명리에 관련된 책도 몇 권 읽었고 팟캐스트나 유튜브도 찾아보며 낯선 사주명리 단어에 익숙해져 갔다. 지역 평생학습관에서 사주명리 수업을 듣기도 했다.

조금씩 공부하며 든 생각은 사주명리는 수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식 같은 몇 가지 방법을 안다고 해서 사주 명식 풀이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하고 사람 마음과 그들의 인생에 대하여 관심과 관찰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았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란 무엇인가?

바로 인문학이다.

내가 사주명리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한  지인은 이 책을 나에게 소개했다.


저자인 김동완 씨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에게 한학과 주역을 배웠고 역학 부문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상담심리학, 애니어그램, mbti를 비롯 서양의 각종 운명학-타로, 점섬학-까지 두루 섭렵한 이 분야에서 널리 이름 알려진 대가이다.


<사주명리 인문학>은 사주명리를 푸는 법이 아닌 동서양의 이론 사례 역사 철학 등을 가져와 운명과 운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하여 담백하게 사람을 중심에 놓고 서술하였다.


이 책에서 나는 칼 융도 헤세도 주역에 매료되어 주역점을 쳤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어쩌면 타로나 별자리는 대우를 하면서 사주나 주역은 미신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배경이 따로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책 제목은 <사주명리 인문학>이지만 다섯 개의 다른 운명을 다루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사주명리학, 성명학, 관상, 풍수지리, 점성술/타로/토정비결/꿈/생활역학이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에 대하여 이론과 풀이법을 쓴 책이 아니다. 기원과 역사 속에서 다뤄진 이야기들이 쉽게 쓰여있어서 사주명리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사람들이라도 쉽게 쓰인 인문서적처럼 읽을 수 있다.

사전 지식이 없어도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 역학 시장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언론에서 약 4조 원의 규모라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21세기 첨단의 시대, IT를 비롯한 온갖 최첨단 테크닉이 발달한 시대인데 역학 시장 규모는 더욱더 커져가고 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기술은 최첨단이지만 세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고 미래는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수록 사람은 불안해한다. 괴테는 "노력하는 인간은 방황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방황하고 불안해하는 우리는 살아있는 노력하는 인간인 것이다!


나를 알기 위해서 MBTI 검사를 하고 간단한 심리검사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의외의 지식과 사실을 덤으로 알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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