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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Mar 06. 2020

학습지 공부는 아이와 함께 엄마도 하는 겁니다!

아이의 공부습관 만들기

결혼 전에는 먼저 결혼한 언니나 선배들이 자녀들을 일찍부터 학원에 보내는 것을 보고 "아이는 맘껏 놀게 해야지. 벌써부터 학원을 보내서 나중에 지치면 어떡해요? 공부할 애들은 다 제가 알아서 해요."라고 오지랖을 떨었다. 그때 내가 들은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나도 아가씨 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아이 엄마가 되고 보니, 말처럼 쉽지 않아. 모두 다 보내는데 우리 애만 안 보내자니 불안하고. 놀게 해도 텔레비전이나 핸드폰만 종일 보고 있으니까 그냥 학원 보내는 게 나아. 하나라도 머리에 남는 게 있겠지."

그네들의 대답에 나는 생각했다.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본인들이 성가시니까 그렇겠지. 난 나중에 애들 학원도 안 보내고 공부도 많이 안 시켜야지!"

     

사람은 스스로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나를 배신할지 당시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큰 아이가 7살이 되고 그 해가 반이 훌쩍 지나가 버린 가을 무렵, 나는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이제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것이다. 1학년부터 또래들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들 또래 아이들은 영어 학원, 보습학원, 공부방 중 한 곳을 벌써 다니고 있었다. 나는 일 하는 엄마로서의 내 처지와 우리 아이에게 그나마 잘 맞는 게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영어 전문 학원, 보습 학원, 공부방 모두가 친정집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친정집 부근까지 버스를 운행하는 곳이 많지 않았을뿐더러 버스가 운행된다 해도 아직 어린아이를 거리가 먼 학원으로 보내려니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나는 학습지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사는 지역의 학습지 사무실 3곳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했다. 한번 결정하면 변경하기가 쉽지 않기에 꼼꼼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3곳의 선생님을 집에서 만났다. 선생님도 만나보고 학습지도 몇 권 훑어보고 나름 면밀한 상담을 한 후 나는 J학습지를 선택하였다. J학습지가 다른 2곳에 비해 연산 반복이 적었고 사고력 배양 프로그램도 있어서 지겨운 것을 싫어하는 아이의 기질에도 맞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공부라고 폼 잡고 해 본 적이 없었던 아이는 수학과 사고력학습지 두 개를 하는 데 있어 의외로 반발이 없었다. 짐작컨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친구들이 학원이나 공부방을 다니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고 또 초등학생이 되니 스스로도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교재도 나이에 맞게 알록달록 귀엽게 되어 있어서 만만해 보였으리라.

     

매주 화요일 저녁 830분에 집으로 방문한 학습지 선생님은 매일 3장씩을 공부하여 일주일 동안 학습지 한 권을 풀어야 한다고 했고 공부를 끝낸 학습지는 엄마인 내가 반드시  채점을 미리 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7살 가을부터 학습지를 시작했던 큰 아들은 중학교 1학년까지 지속했고 둘째는 오빠보다 조금 늦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J학습지를 시작했는데 제 오빠보다 1년 빨리 학습지를 그만두었다. 둘째는 횟수를 꽉 채워 6년을 학습지로 공부를 한 셈이고 첫째는 약 8년을 학습지로 공부를 한 것이다.

     

첫째는 학습지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보니 물리적으로 시간을 만들기가 여의치 않았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모두 다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수학, 영어 과목은 전문 학원을 가기로 했고 좋아하는 운동도 계속하고 싶어 하였기 때문에 부득이 학습지를 그만두게 되었다. 학습지 선생님이 굉장히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둘째는 공부에 열의가 없었나 보다. 7살부터 학습지를 시키려고 했더니 공부는 학교 가서 하는 거야!”라고 완곡히 거부를 표하였지만 실상은 오빠가 학습지 하는 것이 저 보기에는 힘들어 보여서 최대한 늦게 하고 싶었다고 시간이 지난 후에 나에게 말해 주었다.

     

학습지로 공부하는 과목도 첫째는 수학, 사고력, 한자의 3개를 했지만 딸은 사고력과 수학 2개만 했다. 둘째는 내가 의무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면 하기 싫어한 반면, 첫째는  권유하는 대로 수긍한 셈이다. 이것을 보면 공부에 대한 관심과 열의는 어릴 때부터 드러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처럼 학습지를 6~8년씩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학습지 선생님은 말했다. 시작은 다수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전문 보습 학원으로 빠지거나 과외를 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지나서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들이 6~8년이 되는 오랜 시간 동안 학습지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채점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집을 방문하셨던 학습지 선생님께서도 인정하셨던 부분이다.

처음에 학습지 선생님과 내가 서로 확인하고 약속은 것은 3개였다. 하나, 매주 화요일 저녁 830분에 방문하는 것. , 선생님 방문 전에 학습지를 다 공부해놓을 것. , 공부를 끝낸 학습지는 엄마가 꼭 직접 채점을 다 해놓을 것. 나는 공부를 끝낸 학습지를 엄마가 반드시  채점하라는 조항이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돈 주고 공부시키는데 채점과 오답풀이는  방문 선생님이 해야지 왜 고객(학부모)에게 채점이라는 일을 시키는 건지, 은근한 반발심이 있었다.


그런데 채점을 해보니 왜 그런 규정을 두었는지 알 수 있었다.

첫째, 내 아이의 성실함을 파악할 수 있다. 아이가 학습지를 다 풀어야 채점을 할 수 있다. 내 아이가 매일 3장씩 하는 아이인지, 미뤘다가 한 번에 하는 스타일인지, 그도 아니면 아예  안 하는 스타일인지, 엄마는 어느 정도 아이의 기질을 파악할 수 있고 학습에 대한 성실성과 경향도 파악할 수 있다.

     

둘째, 어느 부분이 내 아이의 약한 고리인지 알 수 있다. 수학을 예로 들자면, 수학에는  연산-함수-방정식-확률-사고-논리-집합 등 수많은 분야가 있다. 단순 계산만 하는 문제, 문제 해결을 위한 문제, 도형같이 입체적 공감각을 요구하는 문제 등등. 엄마가 직접 채점을 하면 내 아이가 어느 부분에 강점이 있는지 어느 부분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지 파악이 된다.


둘째는 연산과 방정식은 곧잘 했지만 논리력과 문제 해결 부분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에 첫째는 연산에 있어 실수가 잦아 틀릴 때가 많았고 도형을 힘들어했지만 논리력이 요구되는 문제와 함수 등은 오히려 재미있다고 하였다. 나중에 딸은 문과로 진학했고 아들은 전형적 이과 체질임이 드러나 이과로 진학하였다.

     

셋째, 엄마가 선생님 방문 전에 채점을 다 해야 하니 아이들은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는 전날까지 학습지 공부를 마쳐야 함을 철칙으로 알고 있었다. 원칙과 일정이 확실하다는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변수가 적거나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했다. 아이들 교육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 스스로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많은 육아 서적에서 읽었다. 학습지 채점에 있어서도 나는 원칙을 어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채점할 시간이 없었을 때는 학습지를 회사에 들고 가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라도 채점을 하였다. 변수가 거의 없었던 이 일정은 아이들에게  봐주지 않을 터이니 일정대로 공부를 마쳐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했고 이것은 성실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뇌피셜이다.

     

결론은, 아이의 공부 습관을 잡으려면 부모와 아이가 정한 원칙을 부모 스스로 깨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학습지 채점에 있어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98%는 채점하는 원칙을 지켰다고, 그리고 그것이 아이 둘 모두에게 어느 정도 공부에 대한 당위성과 습관 형성에 도움을 주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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