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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Oct 01. 2023

실크스크린 - 감으로만 알고 있던 것

어느 미술관에서 안내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오늘은 어느 판화 작가의 작은 개인전에  혼자 오롯이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판화작가 나광호 님의 개인전입니다. 천천히 감상해 보세요."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안내를 하며 팸플릿을 쥐어준다.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  판화!" 하며 둘러본다.

판화는 대개가 실크스크린으로 작업을 한다.

혼자 입장한 젊은 남자 손님이 전시관을 다 둘러본 후에 안내데스크로 오더니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실크스크린이 정확히 뭐예요?"

미술관 안내를 하고 있으니 뭐든 다 알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나는 내가 실크스크린이 뭔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학교에서 배웠고 시험 문제에 답을 맞힌 기억도 있다. 그런데 실크스크린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답을 하려는 찰나, 나는 알았다. 나는 실크스크린이 뭔지 모르고 있었다.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요. 주로 판화에 많이 쓰고 있어요."

"그건 저도 아는데, 어떻게 하는 건가 했거든요."


손님을 보내고 실크스크린에 대해 생각을 했다.

난 그동안 막연히 판화 작업 후 그 위에 물감을 묻히고, 그다음 그 위에 실크로 된 스크린을 대고 꾸욱 누르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누군가 실크스크린을 묻고 그것을  타인에게 설명하려니 구체적인 형상과 단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했다. 왜냐면, 그건 내가 모르고 있던 것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과연 내가 진짜로 알고 있는 것일까?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정말로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정말로 안다는 것은, 깊이 아는 것일까? 넓게 아는 것일까?

깊고 넓게 다 알아야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실크스크린을 검색해 보았다. 인터넷 사전, 블로그, 브런치 등등  여러 개의 기사를 정성 들여 읽어야 실크스크린의 대강을 알 수 있었다


무엇이든, 작은 거라도 하나를 아는 데 이렇게 노력과 수고가 들어간다. 일상이 바쁜, 정보가 풍부하고 다양한 우리들은 어쩌면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는 이유로 작은 것 하나도 제대로 모르고, 지레짐작으로 넘기고 감으로만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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