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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Nov 21. 2023

습관이 무섭다

글쓰기를 다시 다짐하며

마지막으로 브런치에 글을 발행한 게 10월 13일이다. 

한 개의 글자도 쓰지 않은 채 한 달하고도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다. 

한 달하고도 일주일을 글을 쓰지 않았을 뿐인데, 무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다. 실은 고백하자면, 어쩌면 내 브런치 마지막 글은 6월 20일이라고 생각한다. 

6월 20일까지 나는 매주 하나, 적어도 열흘에 한 개의 글을 썼고 브런치에 업로드하였다. 

7월부터 어떤 일 두 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이것들에 정신과 육체가 집중을 하다 보니 나 혼자 보는 것 같은 브런치 따위, 잠시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적어도 일 하나가 끝나면 글을 다시 써야지, 다시 정기적으로 업로드해야지, 생각했다. 


일은 하나가 끝나니, 다음 일이 생겼다. 

사람이 살면서 사건이나 일이라는 게, 계획한 대로 딱 끝나고 예정한 된 것만 발생할 수는 없다. 

나는 내 생활이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오산인지, 자만인지. 


적어도 일 하나는 끝내고 글을 쓰자고 생각했는데, 일이라는 게 연이어 생기고 그 일을 준비하고 처리하는데 내 정신과 육체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내 정신과 육체가 부정기적으로 오는 어떤 일을 하는데, 어떻게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가. 글은 이따가 써야지. 글은 틈날 때 써야지. 요것만 끝내고 써야지. 

나는 이런 생각을 계속했다. 어차피, 눈여겨보는 사람 별로 없는, 나 혼자 만족하고 킥킥대는 건데 뭐.


그렇게 시간은 두 달이 흘렀고, 석 달이 흘렀고, 넉 달이 지났고, 이제 다섯 달 째로 접어들었다. 

6월까지 정기적으로 글을 올렸기 때문에, 나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다시 글을 끄적일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글자 한자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벌써 열흘이 다 되어 간다. 다시 브런치에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먹은 지. 

마음은 먹었는데, 몸이, 손이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무라야마 하루키는 매일 새벽 일어나서 정해진 분량만큼 글을 쓴다고 한다. 

뭐가 됐든 목표로 한 분량을 채우고서야 컴퓨터 앞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집필한 강원국 작가도 작가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무조건 앉아서 쓰는 것이라고 했다. 무얼 쓸지 어떻게 쓸지 고민하지 말고 일단 무조건 쓰라고. 앉아 있고, 쓰는 행동이 몸에 배여야 한다고 했다. 


비단 이 두 사람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글 쓰는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일단 무조건 쓰라고. 퇴고도 생각하지 말고, 잘 써야 한다는 강박도 가지기 말고, 무조건 뭐든 쓰라고. 

늘 진실은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인 법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어쩌면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를 하듯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내 글쓰기 생활을 나는 묻어두었다. 다섯 달은 몸이 익숙한 커다란 습관도 몸의 기억에서 잊어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글을 쓰지 않는 습관이 그새 몸에 배여 버렸다. 아주 잠시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습관이란 게 이렇게나 무섭다. 


출처는 명확하지 않지만 보고서 잊히지 않는 문구가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무언가를 계속 반복해서 해내는 사람이다."


습관을 가진 무서운 사람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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