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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Jul 14. 2020

흔들릴 때마다 나를 잡아준 두 권의 육아 서적

초등 아이 두뇌와 중등 아이 마음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 두 권의 책

아들과 딸 두 아이를 키우는데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육아 서적을 읽으려고 했다. 

유소아기 때에는 삐뽀삐뽀 119 같은 건강 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다. 초보 엄마는 아이가 아플 때 가장 서투른 법이니까. 유치원에 갈 만큼 아이가 크면 자기만의 언어 세계를 확립한 아이와 차분한 대화가 더없이 필요했다. 그때 나는 유태인 자녀 대화법 같은 책이 내 책상을 차지했다. 


두 아이 모두 학교에 입학하고 그들의 행동과 사고가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도움이 되는 육아 서적을 고르는 것이 매우 심사숙고해졌다. 세상에 나오는 책은 많고 읽을 시간은 한정이 되어 있으며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돌아보면 몸과 마음과 부쩍 커지기 때문이다. 나는 딱 필요한 시기에 딱  알맞은 육아서적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고 싶었다. 


딱 알맞은 책을 찾기 위해 회사에서 잠시 짬이 나면 인터넷 서점을 돌아보았다. 평점이 높은 책, 좋은 리뷰가 달린 책을 보고 또 보고 검색과 확인을 거듭해서 내가 생각한 딱 알맞은 책들을 주문하였다. 그중에는 괜히 샀다 싶은 책이 대부분이었다. 늘 듣던 이야기와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잡언, 부처님 공자님들이나 할 법한 말들로 가득 찬 책들이 많았다. 그것들은 거의 속독으로 한번 쓱 훑고 나면  버려지기까지 몇 년을 책장 깊은 어두운 곳에서 처박혀 지내는 신세가 되었다. 


물론, 강가 모래에서 사금을 캐내듯이 금쪽같이 귀하고 도움이 되는 책을 발견할 때도 있었다. 그런 책들은 한 줄 한 줄 심장과 머리로 읽어내었다.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구절이 나오면 밑줄 긋기는 기본이겠다. 혼자만 알기 아까워 주변에 추천도 많이 했다. 아이들이 커서 그 책의 효용이 다하였을 때 '영구보관'과 '나눔'사이에서 큰 갈등을 하다가 가장 아끼는 후배에게 책 내림을 하였다. 후배는 자녀 교육과 양육에 나처럼 에둘러 가지 말고 직선코스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가 삐뚤빼뚤 밑줄을 그은 그 해당 구절을 후배도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책 표지 일부분

아이 머리 바꿔야 성적이 오른다

저자 안진훈

도서출판 예담, 2006년


안타깝게도 이 책은 몇 년 전에 절판되었다. 


내가 이 책을 발견한 것은 두 아이가 다 학교를 입학한 후 나도 점차 아이 공부에 신경 쓰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구독하던 종이 신문 새 책 코너에서 책 소개를 보고 바로 주문하였다.  책을 읽고 난 후 너무도 감동을 받고 배울 점이 많은 나머지 줄을 안 친 부분이 없을 정도였다. 


아이의 학습 습관을 어떻게 잘 잡아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선택한 책이었는데 제목만으로 보면 성적을 다룬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제목은 판매부수를 위해서 전략적으로 이렇게 지은 듯하다. 내용은 아이의 행동을 보고 우리 아이는 어떤 두뇌를 많이 쓰는 아이인지 판단하고 그에 맞는 교육법과 학습법을 제시해주었다.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다루고 있었는데 남자아이의 교육법과 아이별로 다른 교육법을 시도해야 한다는 새로운 깨우침을 내게 주었다. 요즘에야 이런 얘기가 많이 흔해졌지만 14년 전에는 상당히 획기적인 제안이었다. 


특히 수학을 못했던 나는 이 책 혹은 이 교육법을 우리 엄마가 빨리 알았더라면 내 수학 점수가 확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학은 수학이지 좌뇌 수학과 우뇌 수학이 따로 있다고 알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굵은 밑줄을 그은 부분은 <역경지수>에 대한 부분이었다. 교육을 잘 시켜서 아이가 영적, 지적, 육적 (이 책에서는 영. 지. 육의 교육을 강조한다. 영적은 감성의 풍부함, 지는 지적 호기심, 육은 활발한 신체활동을 말한다)으로 잘 발달되었다 하더라도 <역경지수>가 높지 않으면 헛수고라는 것이다. 비록 영. 지. 육적으로 발달이 뒤처지더라도 <역경지수>가 높으면 시간이 걸릴 뿐 동기만 있다면 성취하는 사람으로 자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공부는 잘 하지만 깡과 끈기가 부족하여 중도 탈락하는 친구와 언니 오빠들을 많이 봐왔던 터라 이 말이 더욱 실감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크게 생각된 것은 "어떻게 하면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으로 교육시킬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이 화두는 아이가 자라는 동안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내게 멘토 같던 두 번째 자녀 교육 서적은 바로 베스트셀러가 된 법륜스님의 <엄마 수업>이다. 많은 사람이 읽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2 아들 사춘기로 인해 사주명리까지 공부했었는데 이 책도 그 무렵 사춘기 아들이 한창 엄마에게 '이유 없는 반항'을 하고 있을 때 읽었던 책이다. 


사춘기에 접어들자 아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은 "내가 알아서 할게!"였다. 반항하는 아들을 향해 내가 뭐라고 한 소리를 할라치면 아이는 "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내 할 말을 막았버렸다. 도대체 제가 뭘 어떻게 알아서 한다는 건지, 알아서 할 수 있기는 한 건지, 부모 된 입장에서 늘 걱정과 불안을 달고 다녔었다. 


나의 걱정과 시름에 법륜스님은 종결을 지어주었다. 사춘기 자녀가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는 것이 제일 반가운 말이라고. 사춘기부터 "내가 알아서 하는" 연습이 되지 않으면 그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부모는 더 큰 곤경에 빠진다는 것이다. 성인이 자기 할 일도 알아서 하지 못하고 소위 '부모 등골 빼먹으면서' 캥거루처럼 부모 품속에서 계속 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춘기 시절 아이가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하면 반가워하면서 실제로 '알아서 할 수 있게' 오히려 판을 깔아 주고 키워주라는 것이었다. 


평소 아마 다 아는 말이었을 것인데, 내 가슴이 답답한 딱 그때 법륜스님의 이 말은 폐부를 깊숙이 찌르며 엄마가 사춘기 아들에게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지 알려주었고 내가 흔들릴 때마다 나는 이 말을 되뇌곤 하였다. 


문제의 출발은 엄마의 걱정과 불안이었던 것이다.
엄마 수업이 되어야 아이 교육도 있는 것이다.


<엄마 수업>을 읽고 쓴 독후감에 위와 같은 글귀를 적어놓았었다. 

씨앗이 제대로 뿌려진 아이를 내 아이를 믿고 설사 강력한 반항의 시기가 도래하더라도 엄마가 부모가 믿고 알아서 하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내 걱정과 불안은 내가 만든 것이므로 내 것은 내가 없애기 위해, 아이 탓을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 역시 아이들이 제법 자랄 때까지 내가 갖고 있던 화두였다. 



이제는 위 두 권이 책이 필요 없게 되었다. 오히려 아웅다웅 설왕설래하던 그 시절이 그립기까지 한 적막한 나날들이다. (다 큰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착실히 구축하느라 부모와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육아의 시절, 정신없음에도 독서 후 독후감까지 남긴 것은 그만큼 느끼고 배운 것이 많다는 반증이다. 그 시절 독후감을 다시 읽어보니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행복한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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