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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Oct 10. 2020

싹쓰리와 콘서트7080

지난여름은 ‘싹쓰리’가 대한민국을 ‘싹쓰리’했다.


‘싹쓰리’는 MBC 예능프로그램인 ‘놀면 뭐하니?’에서 프로젝트로 결성된 3인조 혼성 그룹으로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비)이 멤버로 구성되었었다. ‘싹쓰리’가 불렀던 노래 <다시 여름 바닷가>는 발간되자마자 여러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올랐고 해외 음원차트에서도 수 일 동안 상위권에 있었다. 홍콩에서는 1위를 하기도 했으며 10월 9일 현재 멜론 차트에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음원차트뿐만이 아니다. 8~9%의 시청률 답보상태였던 예능 ‘놀면 뭐하니?’는 ‘싹쓰리’가 활동할 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0.4%를 두 번이나 기록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이 느껴졌던 가수 비는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며 이효리는 이번을 기회로 하여 사람들에게 영원한 디바로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싹쓰리’가 활동하는 내내 ‘놀면 뭐하니?’가 방송되고 난 다음 날은 거의 모든 예능 관련 기사는 ‘싹쓰리’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고 이들의 유튜브 ‘짤’과 뮤비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문자 그대로 그룹 ‘싹쓰리’가 여름 내내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싹쓸이해버린 것이다.


한 여름 동안 일어난 ‘싹쓰리’의 싹쓸이 현상에 대하여 사람들은 역시 유재석이다 혹은 역시 김태호 PD는 기획력이 대단하다며 두 예능 콤비의 환상 궁합을 칭찬하기도 했고 이효리의 스타성과 비의 가수로서의 능력을 치켜세우기도 하였다. 더불어 음원 1위를 달성한 ‘싹쓰리’의 노래 <다시 여기 바닷가>가 쉽고 흡입력이 있어서 이런 대박 흥행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도 하였다. 모두 맞는 말임이 틀림없다. 어느 한 가지 사회문화 현상이 대중적인 유행을 이룰 때는 한 가지의 이유만으로는 어렵다. 어떤 현상이 사회를 휩쓸 정도로 저력을 발휘할 때는 다양한 이유와 원인과 배경이 있기 마련인지라 앞서 말한 모든 요인들은 모두 나름으로 정답일 것이다.


나는 무한도전을 애청한 사람으로서 ‘놀면 뭐하니?’도 첫 회부터 시청해왔다. 시도한 많은 기획들이 다 좋았고 재미있었던 나는 늘 그랬듯이 ‘싹쓰리’도 참 재밌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과 ‘놀면 뭐하니?’ 재방송을 보는데 TV에서 ‘싹쓰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아들이 옆에서 한 마디를 했다.

싹쓰리! 아직까지 하고 있네. 나는 이렇게 인기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줄 모르겠던데. 이 프로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90년대랑 2000년대 초반에 젊은 시절을 보낸 엄마 같은 아줌마 아저씨들인데 그 세대들이 쪽수가 너무 많다. 그 세대들이 좋아하니깐 계속하는 것 같네

20대인 아들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싹쓰리’가 인기를 끄는 많은 이유 중 하나를 알 것 같았다. 그것은 바로 세대 공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싹쓰리’가 모든 세대의 공감을 지지를 받았을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3,40대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싹쓰리’는 처음부터 90년대 인기 많았던 혼성그룹을 지금도 다시 해보자는 의도로 처음부터 기획되었고 90년대 감성은 그 당시 20대와 10대 청소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인데 90년대에 20대와 10대의 청소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은 지금 40대와 30대 중후 반인 사람들이다.

이 연령대는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있을 만한 나이이다. 이제 이들은 자신이 청춘일 시절의 추억을 조금씩 그리워한다. 이런 것들이 문화적으로 복고를 불러오고 유행시킨다. 복고가 유행을 한 것은 ‘싹쓰리’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콘서트 7080’이라는 쇼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대중적으로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던 복고 프로그램이었다.


‘콘서트 7080’은 <추억의 7080 그룹사운드>라는 소제목으로 70년대와 80년대에 인기 있었던 그룹사운드를 초대하여 그들의 노래를 듣는 KBS 열린 음악회의 단발성 기획이었다. 때는 2004년 1월 25일. 초대되어 노래를 불렀던 그룹사운드는 옥슨80, 샌드페블즈, 건아들, 휘버스, 이치현과 벗님들 등이었다. 이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이번 회차가 너무 좋았고 이런 프로그램을 또 해달라는 시청자들의 청원이 시청자 게시판을 도배했다. 그래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것이 바로 ‘콘서트 7080’이다. 이 프로그램은 무려 14년이나 지속됐는데 프로그램 편성 초창기는 늦은 밤 시간대였음에도 평균 시청률이 10%를 늘 넘길 정도로 인기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콘서트 7080’은 70년대와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70년대와 8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은 프로그램이 방영될 당시 2004년에 40대가 되었다. 우리가 베이비붐 세대와 386세대(지금은 586세대로 불리지만)로 통칭하는 1953년생부터 1960년 대생들이 바로 그 대상이었다. 1960년 대생들은 70년대에 10대를 보내고 80년대에 20대를 보냈다. 2004년에 이들은 40대와 30대 후반이 되었고 치열한 삶의 전투에서 어느 정도 한 발짝 물러나 삶을 즐길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이들은 7080 추억의 그룹사운드를 열렬히 환영하게 된 것이었다.

단지 이들이 삶의 여유를 누릴 40대가 되었다고 해서 그렇게 인기를 누릴 수는 없다. 여기에는 한 가지 아주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쪽수’이다. 쪽수는 사람의 숫자를 뜻하는 비속어이지만 이 단어처럼 적절하게 많은 사람의 무리를 표현할 만한 단어는 없는 듯하다. 2004년 콘서트 7080이 방영될 무렵 40대가 되었고 혹은 30대 후반이 되었던 베이비붐 세대와 386세대는 대략 1천2백만이었다. 2005년 당시 우리나라 총인구가 약 4천7백만 명이니 2004년에 7080 그룹사운드를 소환한 사람들이 무려 전체 인구의 1/4이나 되었던 것이다. 문화가 상품화가 되고 시류가 되려면 일단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되어야 하는데 전체 인구의 1/4이라는 어마어마한 쪽수는 충분히 트렌드가 되고 트렌드를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래서 콘서트 7080과 7,80년대의 복고는 당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콘서트 7080과 싹쓰리의 사이에 ‘쪽수’와 복고가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던 적이 한 번 더 있다. 무한도전이 절찬리에 방영될 2014년에 90년대를 소환하는 기획이 대히트를 쳤었는데 이름하여 ‘토토가’. 90년대에 인기 있었던 MBC의 쇼 프로그램인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패러디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줄여 ‘토토가’라고 했던 프로그램이다.

이미지 출처: https://gungogumi.tistory.com/222


‘토토가’는 대중음악의 다양성과 인기가 절정이었을 때를 추억하고 당시 인기 있었던 가수들을 소환해서 그 시절을 돌아본다는 의미를 가진 기획이었다. 가수들을 섭외하는 과정부터 연말 ‘토토가’ 쇼를 할 때까지 전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이게 소위 초초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방송국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토토가’를 좋아했고 90년대를 소환했다. 그때 소환된 가수들은 김건모, 김현정, 이정현, 조성모, 엄정화, 터보, 소찬휘 등인데 거의 대부분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다. ‘토토가’가 방영되는 몇 개월 동안 대한민국은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다시 90년대로 돌아가 있었다. ‘토토가’를 즐겼던 90년대의 20대는 지금 ‘싹쓰리’를 음미하는 40대가 되었다. 언론은 90년대 당시에 이들은 ‘X세대’라고 불렀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약 5천2백만이고 이 중 ‘토토가’와 ‘싹쓰리’를 즐기는 40대와 30대 후반의 X세대는 대략 1천2백만이다. 이 역시 약 1/4의 비율인 것이다. 전 인구의 1/4이 좋아하는 문화라면, 충분히 대세가 되고 트렌드가 될 만하다. 무슨 상품이든 사람들이 많이 찾고 구매해야 하나의 현상이 되는 법이니까.


그런데 여기서 내가 한 가지 눈여겨보고 싶은 것은 ‘콘서트 7080’과 ‘싹쓰리’의 차이점이다.


‘콘서트 7080’은 14년이나 방영되었지만 초창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을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콘서트 7080’은 70년대 80년대의 가수를 소환하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만 그쳤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젊었을 때 한창 잘 나갈 때 향유했던 노래를 다시 듣고 부르면서 과거를 소비하는 것에 그쳤다고 생각한다. ‘콘서트 7080’에 나왔던 노래들은 과거의 노래와 향수뿐이었다. 가수 양수경이 컴백 무대를 ‘콘서트 7080’에서 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전부 옛 노래를 되새김질하는 것뿐이었다고 해도 절대 과장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콘서트 7080’은 ‘가요무대’와의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고 단지 노래만 다른 ‘가요무대’화 되어가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은 결국 세대 간 분리를 불러왔다. ‘콘서트 7080’을 즐긴 사람은 베이비붐 세대와 386세대가 대부분이었다. 7,80년대 정서는 80년대생, 90년대생, 2천 년대생으로 확대되지 못했다.


반면 ‘싹쓰리’는 ‘콘서트 7080’과는 복고의 생산이 달랐다. ‘토토가’를 할 때는 X세대도 90년대 노래를 그대로 소환하고 소비하는 것에 그쳤을 뿐이었다. 하지만 2020년 ‘싹쓰리’는 ‘콘서트 7080’과 ‘토토가’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싹쓰리’는 90년대의 복고 정서에 2020년의 감성을 얹어서 익숙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었다. 그것이 바로 <다시 여름 바닷가>이고 린다G의 <린다G>이고 비룡의 <신난다>이다. ‘싹쓰리’는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금 현재 바로 그들이 하는 고민 그들이 생각하는 것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노래에 반영하였고 과거의 반복 재생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잘 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다. 이것은 싹쓰리 멤버만이 아니라 2020년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 ‘싹쓰리’와 동시대 즈음을 살았던 X세대와 90년대 X세대와 같은 고민을 했었을 지금 2020년의 20대에까지 공감을 하게 했다.

유두래곤의 <두리쥬와>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트로트를 시대에 맞게 잘 조합해냈고 린다G의 <린다G>는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전히 자신을 찾고 있는 여성들 청춘들에게 진솔한 가사로 많은 울림을 주었다. 비룡의 <신난다>는 우울하고 쓸쓸한 추억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발랄한 내용과 리듬으로 모두에게 경쾌함을 선사했다. 90년대의 정서는 변화와 창조를 거처 X세대뿐만이 아니라 현재 문화의 주류 세대까지 공감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2020년까지 관통하게 되었다.


이 지점이 ‘콘서트 7080’과 ‘싹쓰리’의 자이점이다. 그래서 나는 90년대 문화 정서가 쉽사리 꺼질 것 같지가 않다. 시대에 맞게 변화를 하고 조화를 이루어 적절한 변형을 이루면서 더 진보할 것만 같다. X세대는 여전히 쪽수가 너무 많고 쪽수로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닌 현시대에 맞게 스스로를 변화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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