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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Dec 06. 2020

남 장단 말고 내 장단

유튜브에서 박막례 할머니가가 하신 말씀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남의 장단에 춤추지 말고 내 장단에 맞춰 춤을 춰라."


나는 내 장단에 맞춰서 열심히 춤을 추고 있다. 춤이 아닌 그냥 몸짓이라도 상관없다. 뭔가 열심히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런데, 춤을 추는 많은 날 내 에 내 장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분명히 음악을 크게 틀었던 것 같은데 날이 갈수록 내 장단의 소리는 음소거 현상이 생기는 듯한다.  대신 내 옆에서 자기 장단에 맞추어 춤추는 친구의 음악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추는 춤은 내 음악, 내 장단에 맞는 춤이 아니라 옆 친구의 음악과 장단에 따라 추는 춤이 된다. 내 춤은 내 장단과 어긋난다. 그러다 보니 내 몸짓과 내 춤은 자꾸 보기 민망한 막춤이 되어 버린다. 정신 차리고 다시 내 음악에 맞게 춤을 추려한다.


다시 춤을 춘다. 이번에 내 뒤에 있는 후배에 음악소리가 더 멋있게 들린다. '어쩜 이리 트렌드에 맞는 통통 튀는 음악을 잘 골랐을까'라고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는 새 내 몸짓이 또 내 자리 사람의 음악에 맞추고 있다. 또다시 내 무대의 내 춤은 내 장단과 어긋나 그 꼴은 흉하게 변하고 있다. 그러다 다시 정신을 차린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고른 음악이 진부 한 건가'


'음악을 바꿔볼까?'

딱히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뒷사람이 고른 것과 비슷한 트렌디함으로 무장한 음악을 내 음악으로 다시 골라서 새 음악의 박자에 따라 몸을 움직여본다. 흠~~  이전보다 더 나은 것 같다. 역시 변화를 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춤에 자신감이 실린다.


하지만 내 시선과 관심은 이내 내 앞에서 멋들어진 춤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사람의 장단과 몸짓으로 옮겨간다. '이런,  이 사람한테 이런 힙한 감성이 숨어있었나? 사람들이 눈길이 내 앞사람에만 머무르는 것 같다. 뭐지? 이 사람 몸짓이 좋은 건가, 음악의 박자가 좋은 건가? 이 사람 춤을 따라 해 볼까?' 앞사람의 춤을 따라 해 본다. 그러니 내 장단과 내 춤이 자꾸 어긋난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앞사람의 장단에 맞춰 몸을 놀려본다. 꽤 열심히 따라 해 본다. 내 생각엔 꽤 잘 따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왜 내 무대 앞에 있던 사람들은 자꾸 내 무대 앞을 떠나는 걸까? 내가 이렇게도 열심히 장단도 따라 하고 춤도 트렌디하게 동작도 바꾸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텅 빈 무대에서 가만히 생각해본다.

내가 골랐던 음악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던가?

내가 따라 했던 앞사람의 춤은 내가 배워본 적이 있거나  연습한 적이 있던 동작이던가?


누구가 손뼉 쳐준다고 어떤 이가 봐준다고 내 앞의 내 옆의 사람들의 춤과 장단을 따라 하는데 허튼 시간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박막례 할머니 말씀을 들으면서 문제는 트렌디한 춤, 힙한 장단을 찾고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장단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장단에 맞는 내가 출 수 있는 춤을 추어야 한다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 내가 추는 춤은 내 장단과 전혀 맞지 않는 동작이기에 뜨거운 양철 위에서 코끼리가 그저 발버둥 치는, 아름답지 않은 장단과 몸짓의 불협화음일 뿐.


다시 생각한다. 내 장단에 집중하자. 내 춤을 추자. 다른 사람의 음악 동작에 신경을 끄자. 나는 내 장단에 맞추자.내 박자가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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