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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월 Feb 11. 2021

브렌든 버처드 - <백만장자 메신저>


다 읽고 나면 공감과 감정이 흘러넘쳐서 빨리 글이든 말로든 밖으로 뱉어내고 싶은 책이 있는 반면, 읽고 나서도 왜 이렇게 유명한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떤 말로 리뷰를 써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하는 책도 있다. <백만장자 메신저>는 나에게 후자에 가까운 책이다.


이 책은 2012년 <메신저가 돼라>는 책의 개정판이다. 처음에 책이 출간된 지 9년이나 되었고 초판에 이어 개정판까지 나왔으며 그 개정판은 무려 12쇄나 찍었다는 사실을 보면 확실히 문제는 나에게 있다. 그래서 내가 아마도 백만장자가 못 되는 것인가 보다.


책의 홍보 카피 "당신의 경험이 돈이 되는 순간이 온다"라는 말이 말해주듯 브렌든 버처드는 우리도 사소한 우리의 경험과 삶의 가치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메신저가 될 수 있고 우리의 메시지를 브렌든 버처드처럼 잘 다듬고 홍보하면 그 메시지로 인해 백만달러를 벌 수 있는 백만장자 메신저가 된다는 것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책에는 백만장자 메신저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적혀있다. 9년이나 지난 방법이지만 개정판에 12쇄까지 발간된 것을 보면 그 방법이라는 것이 아직까지도 통하는 방법인가 보다.


책은 인트로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이 되어있다.

인트로: 이제는 당신이 '골든 티켓'을 받을 차례다

챕터 1: 도대체 어떤 사람이 메신저가 될 수 있나

챕터 2: 나는 어떤 유형의 메신저인가

챕터 3: 메신저는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가

챕터 4: 평생 성장하는 백만장자 메신저의 생각법

챕터 5: 골리앗을 이긴 백만장자 메신저의 실전 노하우

챕터 6: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시대, 메신저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이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은 인트로와 챕터 1뿐이었다. 인트로와 챕터 1은 '누구나'와 '왜'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구나 가슴속에 한 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품고 있기 마련이고 그 이야기를 품고 사는 모든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을 하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긴 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자기계발서가 그러하듯(적어도 개인적인 경험 내에서는) 용의 머리로 시작을 해서 뱀의 꼬리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책 <백만장자 메신저>도 그러하였다.


필부필녀로 살고 있는 내 인생에도 전하고 싶은 작은 교훈과 경험 한두 개 정도는 갖고 있게 마련이고 그 교훈과 이야기를 적어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거나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즉 메신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는 했다. 내가 겪은 교훈과 이야기는 보잘것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주변 한두 명의 지인 말고 내가 모르는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게끔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까 생각도 했다. 여기에 대한 어떤 팁이라도 있겠지 하는 기대로 책을 구입했다.

인트로와 챕터 1은 내가 가졌던 첫 번째 생각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내용이었기에 공감도 하고 밑줄도 그어가면서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그 이후의 챕터들은 내가 생각하는 자기계발서의 클리셰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아주 충실히 그 공식을 따라가고 있었다.


총 384페이지가 되는 만만치 않은 두께의 분량에서 약 7~80페이지는 커다란 박스에 질문 한두 개 던져놓은 빈 여백의 워크북이었고 챕터 3과 챕터 6까지 제목과 헤드라인만 달리할 뿐 내용은 거기서 거기인 유사한 단어와 문장들로 채워져 있었다. 인트로와 챕터 1에서 받은 공감은 뒤로 갈수록 반감되어갔고 반감기는 더욱 짧아져 책의 끄트머리에 가서는 책을 읽는 시간마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후반부는 메시지의 값어치를 올리기 위해 아주 세속적인 마케팅의 기법을 저자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서술해놓았다. 책을 읽고 도움을 구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아주 세세하게 홍보 기법을 나열했겠지만 그것들이 나에게는 주객이 전도된 듯이 보였다. 메신저가 되려는 이유는 아주 조금이고 돈이 되는 메신저가 되기 위한 내용들로 빼곡히 적혀있는 것을 보고는 묘한 반감이 일었다고나 할까. 선한 의도와 방향과는 별개로 모든 결론과 종착역이 '돈'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았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사람이 행하는 거의 모든 활동이 자본을 창출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인데도 돈에 집중을 하고 돈을 벌기 위한 활동에 모든 것을 초점을 맞추는 있는 것들에 나는 일종의 어떤 반감을 갖고 있나 보다. 활동을 하여 돈이 따라오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지 돈이 반드시 따라오게끔 활동을 하는 것에는 아직까지 마음이 편치 않는가 보다. 내가 더 속물적인 사람인 건지,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건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펴낸 신영복 선생은 인생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은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발은 실천이고 현장이고 숲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기계발서는 눈에서 머리까지만의 여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학을 읽으면 가슴까지 여행할 수도 있고 인문사회과학 서적은 머리의 용량을 크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는 책을 읽는 동안 눈에서 머리까지 여행을 할 수는 있어도 머리의 용량을 크게 하지도 가슴까지 여행해서 가슴을 따뜻하게 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가슴에서 손과 발까지로 여행하게 하는 것은 거의 드물다. 손과 발까지 여행하는 것은 실천의 문제이고 행동의 문제인데 자기계발서가 주는 한계는 아무리 여러 권의 책을 읽더라도 가슴 한켠도 따뜻하게 만들기 어렵고 손과 발이 움직이는 실천을 담보해내기는 더욱 어려운 까닭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자기계발서가 계속해서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닐까? 속았으면서 또 책을 샀던 나처럼.


쓸데없이 두꺼운 양장본에 가격도 18,000원이나 하는 책을 덮으며 책의 무게와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양장본으로 하지 말고 재생용지로 가볍게 9,000원 정도였다면 책을 샀던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두고 두고 꺼내보면서 두번 읽을 책도 아닌데 질 좋은 종이를 사용하며 두꺼운 양장으로 제본을 했으니 책 값만 비싸졌다. 그 비싼 값어치를 책 내용이 제대로 담아내는 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 책은 저자 브렌든 버처드의 방법론을 아주 잘 실천하여 발간해 낸 저작물인 것처럼 보였다. 저자도 성공했고 출판사도 성공한 것이다.


확실한 메시지가 있고 누구에게 그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지침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18,000원을 지불하여 책을 읽는 수고를 할 수도 있는 책이지만 그저 막연히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려는 열망만 있다면 그 돈으로 호떡을 사 먹거나 따뜻한 오뎅와 오뎅국물을 사 먹는 편이 가슴도 따뜻하게 하고 그것을 먹으로 밖으로 나가는 실천력까지 키울 수 있는 더 적합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나는 책을 중고로 되팔고 그 돈으로 떡볶이와 오뎅을 사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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