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수 씨, 동생 석수 삼수 고만두라 그래. 없는 형편에 성적에 맞춰 장학금 주는 데 가야지. 무슨 삼수까지 해서 서울대야. 동생 보고 공부 집어치우고 아무 데나 들어가라고 해!
- 만수 씨, 연탄가스 마시고 지체 저능아처럼 된 명희 누나, 그냥 요양원이나 정신병원으로 보내. 집에서 누나 케어하면 집사람도 힘들어하고 집안 꼴이 말이 아니야. 정신없는 누나도 모를 거야. 그냥 요양원 보내. 알았어?
- 만수 씨, 은행 같은 채권단 상대로 못 이겨. 그러니까 투쟁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다른데 취직해. 성일산업? 원상 복귀? 복직? 됐네요. 정신 차리세요, 이 친구야!
- 만수 씨, 성일산업 취직하지 말고 세차장 사장님이 제안한 세차장 사업같이 하지그래? 회사원 해봐야 월급밖에 더 있어? 장사를 해야 돈도 만지고 잘 살게 돼. 산업 역군? 나라에 보탬? 누가 알아준다고! 지금이라도 같이 하자 그래.
이렇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식구들 건강하고 하루하루 나 무사히 일 끝나고 하면 그게 고맙고 행복한 거죠.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을 때에도 가만히 참고 좀 기다리다 보면 휠씬 나아져요. 세상은 늘 변하거든. 인생의 답은 해피엔딩이 아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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