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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키코모리 K선생 Feb 23. 2024

하얀 털, 다홍 책 그리고 투썸플레이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길래?

책장을 넘기자 하얀색 짧은 털이 나폴거리며 날아다닌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친 게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 이불 같은 검은색 잠바에 내려앉은 이 하얀색 털이 개털인지, 고양이 털인지, 옷에서 떨어져 나온 털인지 정체를 모르겠다. 검지로 두어 번 튕겼지만 도로 옷에 내려앉는다. '후~' 하고 불어내자 공중으로 솟아올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우아하게 일직선으로 내려온다. 손으로 받아내려고 하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우연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에 '하~'하고 코웃음을 치게 된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덧없어지는 걸까? 책은 다홍색을 입은 <홍차와 장미의 나날 - 모리 마리, 2018> 다.


거칠은 책표지를 엄지로 문지를 때 감이 뭐랄까..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아마도 더운 여름 시원한 '대나무 자리'에 엎드려서 손가락으로 자리를 드드득 긁어대던 그 촉감과 그때 느꼈던 피부의 시원 상쾌함이 연결되었기 때문일까? 




아메리카노 잔을 들어 옆으로 살짝 옮긴다. 미끈한 노란 테이블을 만져보니 뜨거운 머그잔이 있던 자리는 동그랗게 따뜻하고 바깥은 차갑다. 어릴 적 겨울철 방의 윗목 같은 촉감이다. 노란빛 미끄러운 장판. 물이 지나다니는 자리는 따끈하고 바깥은 차갑다. 잘 때가 되어서 바닥에 이불을 깔면 온기는 한참 동안 올라오지 않는다. 그럴 땐 이불 밑으로 기어들어가 따끈 차가운 노란 장판에 손을 비비고 발을 비비면서 행복감을 느꼈다. '나 참. 투썸에서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고 있다니 행복한 인생이네'

노란 장판 in 투썸플레이스


'집에 들어갈 시간이다. 날리는 털의 정체를 눈치챘다'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정체를 밝히지 못했다. '누구냐 넌? 어디서 날아온 거니? 범인은 누구실까?' 주변을 매의 눈으로 살펴보는 건 무리다. 털의 범인을 잡는 건 포기했다




유난히 밝으신 세 분이네. 내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하늘보다 전등을 보는게 더 보름 기분이 난다

이 시간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도 오랜만이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10분이 지나면 키스의 맛이 난다. 재떨이를 씻어낸 차가운 아메리카노 맛.


쓰잘데기 없는 글에 배터리를 소비하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길래? 식물이라도 키워야 할까? 아니 아니.. '나를 봐줘'라는 기분으로 글을 쓰는 것뿐이잖나? 뭣? 낯 뜨거운데? 어쩔 수 없네. 쇼가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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