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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키코모리 K선생 Feb 02. 2024

히키코모리를 아시나요?

동굴 속 이야기 둘

우린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불안해하고 공포를 느끼며 경멸의 감정을 느낀다. 


한국사회에서 히키코모리에 대한 인식은 '인생 패배자, 방구석 폐인, 가족의 치부, 태만, 은둔, 노력부족, 게으른 인간, 의지박약, 나약한 인간' 대체로 그 정도다. 히키코모리 당사자와 가족들의 인식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나도 그랬고 부모님 또한 그러했다.  




한국의 청년 히키코모리는 54만 명이라고 한다. 히키코모리는 이제 사회현상의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히키코모리를 개인의 태만, 의지, 도덕성의 문제로 치환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히키코모리를 관측하는 것은 대부분이 가족이기에 이와 같은 왜곡된 시선이 정착된 걸까?


히키코모리는 일종의 수치다. 따라서, 히키코모리로 고통받은 사람들이 나서서 치부를 드러내며 이야기를 수면 위로 올리는 일은 없다. 목소리가 없으니 미디어와 국가기관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결과, 교통사고 사망자의 수백 배가 넘는 인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린 여전히 히키코모리 현상에 대한 지식, 예방, 대처방법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커녕 기본적인 이해조차도 없다그리고 수많은 가정이 히키코모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왜곡된 정보만 가진 상태로 어느 날 히키코모리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마치 맨몸으로 덤프트럭을 마주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가족도 그랬다. 



히키코모리는 우리 가족들에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해는커녕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조차 없는 문제였다. 멀쩡하게 회사를 잘 다니다가 갑자기 퇴사를 하더니, 잠시 쉬는 건 줄 알았는데 점차 휴식기간이 길어지고 어느샌가 밖을 두려워하는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린 걸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우울증이 극심해져 자살을 고민하는 상태에 이르러 정신과를 몇 군데 찾았어도 딱히 히키코모리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가족 입장에선 불안과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을 테다.


히키코모리 단어만 알았을 뿐 아무것도 몰랐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을 수 없었다. 몰랐다는 것조차 지금에 이르러서야 알게 되었을 만큼 무지했다. 우리 가족과 나에게 필요했던 정보는 닿지 않았다. 나도 부모님도 단기적으로 나가서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걸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었다. 하루빨리 두려움을 없애고 취업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지만 그때는 그걸 몰랐다. 잠시 좋아져도 그때뿐 다시 후퇴를 반복했고 그때마다 가족 모두가 근심에 빠져들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많이 하셨던 이야기가 '밖에 좀 나가! 아무도 신경 안 써'였다. 틀린 말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옳은 말씀도 아니었다. 날 두렵게 만들고 가장 혐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타인이 아닌 자신이었다. 



부모님은 모든 게 개선되어 가는 지금에 만족하신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왜 히키코모리가 되었는지는 모르신다. 내가 어떻게 기나긴 히키코모리의 시간을 빠져나가고 있는지도 모르신다. 심지어 10년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는데도 말이다. 그러던 중 한 가지를 떠올렸다. 수많은 히키코모리들의 가족과 지인들 중에서 몇 명이나 히키코모리를 이해하고 있을까? 




난 우리 가족을 사랑한다. 특히 어머니를 사랑한다. 내가 밖을 나서기까지 묵묵히 지켜보는 어머니의 인내와 고통이 어떤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히키코모리를 가까이에 둔 사람들은 어머니와 같은 깊은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히키코모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난 정신병리학자도 심리상담사도 아니다. 오로지 내 얕고 진부한 경험만으로 히키코모리 가족과 지인의 고통을 덜어내고 서로 화해하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 내 생각도 감정도 정리가 되질 않는데 남이 읽을 수 있는 가지런히 정리된 글을 쓰는 것은 무리란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글을 써야만 했다. 최근 들어 10년간 수시로 날 괴롭혔던 많은 것들이 잊히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잊기 전에 많이 기록하고 전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생각은 날뛴다. 노력해서 글을 써보지만 문장은 꼬여서 읽히지도 않고 내용도 꼴사납기 이를 데 없다. 부디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길 바랄 뿐이다.


앞으로 한 달간 우울증 히키코모리에 대한 글들을 올려볼까 한다. 단 한 명이라도 내가 쓰는 글이 계기가 되어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다면, 가족이 화해할 수 있다면 난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짧은 영상으로 위로를 드리고 싶다. 부디 힘내시길.

Henry Mancini - Sunflower , arr.Ken-Ichi Ebe (Olga Papshe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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