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속 이야기 셋
히키코모리란 뭘까? 더 이상 마음을 기댈 곳이 없는 것,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족에게 조차 거부되었다고 생각해 막다른 곳에 몰려 '사회적 자살'을 선택한 사람을 히키코모리라 부르고 싶다. 마치 미로와도 같은 어두컴컴한 거대한 동굴 속 깊이 홀로 남겨진 사람과도 같다.
원치 않았음에도 사회적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몰려있는 사람들이다.
히키코모리를 이해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최근 봤던 영상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왕따로 인한 자퇴, 가정폭력의 반복에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말한다. '엄마세대의 부모는 그걸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네가 학교에 안 가고 시체놀이를 하는데..'
'시체놀이'란 인식.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맘 편히 쉬면서 시체 '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거라고 생각된다. 우선, 우울증 히키코모리의 방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는 것 부터가 이해의 시작이다. 히키코모리들은 닫힌 방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히키코모리가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다. 폰을 보고 있다. 게임을 한다. 누워서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방안은 쓰레기 투성이다.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즐기고,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이다. 사실은 노는 것도 아니고 휴식도 아니다. 놀이는 기분전환을 위한 여가활동이고, 휴식은 다음의 활동을 위해 에너지를 축적하는 긍정적인 시간이다. 현실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단어를 골라서 설명한다면 '정신고문이 일어나는 현장'정도로 말하는 게 맞겠다. 정신고문이라는 말이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봐도 정신고문이 올바른 설명이란 생각이 든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울증 히키코모리 머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필요가 있다.
5일 뒤면 히키코모리들이 1년 중에 가장 두려워하는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명절엔 자살도 많다. 다음엔 명절의 무엇이 히키코모리를 괴롭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Q. 잠을 자면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의 루프에서 벗어나서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다. 어떤가?
A. 내경우엔 그렇지 않았다. 히키코모리 기간이 길어지고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난 몇 가지 꿈을 반복해서 꾸게 되었다. 그 꿈 중 하나는 어느 순간 알몸이 되어버리는 꿈이다. 꿈속에서 느닷없이 알몸이 되어버린다. 끔찍한 수치심에 사로잡혀 몸을 가리고 안 보이는 곳으로 달아나 옷을 찾아서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또, 고도비만의 몸이 드러나는 상황도 있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식은땀을 흘리며 상황을 피하려고 거짓말을 하고 회피하고 달아난다.
꿈속이라고 편해지진 않는다. 오히려 꿈이기 때문에 극한의 상황에서 고통을 받기도 한다. 회사 워크숍으로 수백 명이 모인 곳에서 장기자랑을 하다가 벌거벗은 상태가 되는 꿈이라던가... 꿈에서 깨어나 그 감정에 영향을 받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고 수치스럽게 생각하던 심리가 꿈속에서 그런 모습으로 반영된 것 같다. 최근 들어 알몸이 되는 꿈은 전혀 꾸질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