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졌지만 학생시절엔 도서 대여점이 있었다. 한 권에 400원으로 4일 정도를 빌릴 수 있는 곳이었다.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농협, 정육점, 빵집, 미용실과 같은 선상에 책 빌리는 곳이 있었다는 게 지금으로선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그땐 그게 당연한 풍경이었다.
안에 들어서면 만화책을 빌리러 온 아이들과 무협지를 탐닉하는 학생과 아저씨들, 그림책을 빌리러 온 어머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퇴마록은 입구 근처 잘 보이는 곳에 놓여 있었고 고개를 돌리면 일본문학칸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점령하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갈 때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태엽 감는 새'란 말이 무슨 뜻일까 매번 궁금했었다. 곧 '도둑까치'란 타이틀로 그 새가 까치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왜 까치가 태엽을 감는 걸까?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산책 중에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드르르르륵- 깟'. 고개를 돌려보니 논에 까치 한 마리뿐이다. 유심히 봤다. 까치가 태엽 감는 소리를 낸다? 세상에나!
태엽감은 녀석
<우리 각자의 미술관 - 최혜진, 2020>을 읽고 있다. 마음에 자유를 주는 고마운 책이다. 잘 정리해서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감사의 편지를 쓰고 싶다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카페를 개척했다. 손님인 듯 아닌 듯, 사장님인 듯 친할아버지인 듯한 느낌이 좋다. 핸드드립을 보는 게 푸근하다. 핸드드립 배울 때 과테말라 안티구아를 즐겼던 게 생각나서 과테말라 어쩌고 하는 것을 마셨다. '아... 쓰다. 괴롭다'. 커피가 식을 때쯤 에티오피아 게이샤를 내주셨다. 달콤 고소한 향기와 신맛과 가벼운 느낌이 든다. 검색해 보니 달달하고 꽃과 같은 향기, 신맛, 균형 잡힌 바디감이 특징이라고 한다. 첫 잔의 충격이 컸다.
사람도 변하고 취향도 변한다. 난 지금 맛보다 향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를 공부하고 깨달아가는 나날이다.
- 생각해 보니 요즘 콩국물을 즐겨 마시는 걸 보면 딱히 향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커피가 싫어지는 건가?
- 폰으로 쓴 것을 두 번이나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