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생각을 했던 건 한 달 전이었다. 말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다. 말도 글도 나눠본 적 없이 건너 건너 얘길 들었을 뿐이다. 힘든 시간 속에 계신 분이다. 버스로 세 시간을 달려 몇 글자를 적어내린 노란 포스트잇 한 장을 그분의 지인의 지인에게 건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은방울꽃과 함께
'사정도 모르면서 무슨 오지랖이람? 오버야!' 망설이다가 생각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리고 어제 그분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다.
아침에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에 갔다. 토요일 오전진료는 언제나 1시간 이상 '기다림의 시간'이 주어진다. 외래환자로 붐비는 병원에서 기다림은 늘 따분하고 피곤한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교통사고 소식으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선선한 에어컨 아래에 앉아 진료실에 오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진료실에서 울며 나오는 아이를 달래는 젊은 엄마, 울음을 그치고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며 웃는 아이, 다리를 절며 진료실에 들어가는 할머니. 할머니는 빨리 진료실로 들어가려고 서두르셨지만 급한 마음과는 달리 다리는 뻣뻣한 채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절뚝이시며 간호사를 향해 연신 손을 흔드셨다. 얼굴이 빨개지신 채 '여기요, 여기요!'라며 소리치셨다.
아. 소중한 순간이다. 조은 시인의「언젠가는」이 생각났다. 지금은 미래의 내가 목이 메일 기억 속 '언젠가'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SNS에 들어갔다. '나만 보기'로 적어둔 많은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1년, 2년, 5년, 10년, 15년. 목이 메이는 순간, 그리고 안타까운 순간들이 눈앞에 끝도 없이 펼쳐졌다. 그것은 여지없는 나의 오늘이다.
언젠가는 지금처럼 돌아보며 목이 메일 텐데...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조은 시인의「언젠가는」을 찬찬히 읊었다. 목이 메이지 않을 날은 없겠다. 다만, 안타까움으로 목이 메이기 보다 애틋함으로 목이 메일 나날을 보내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은 지금 하자. 전하고 싶은 것은 지금 전하자. 만나고 싶은 사람은 지금 만나자. 그리고...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포스트잇으로 전하고픈 말을 꼭 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