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하지 않기로 했던 하루에 대하여
갈등이 생기면 그는 이유를 물었다.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설명해 보라고 했다. 그 말이 시작되는 순간, 나는 이미 한 발 늦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의 감정을 하나로 정리해말해야 한다는 요구가 조급하게 만들었다.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질문을 받는 자리가 늘 무거웠다. 설명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먼저 왔고, 말을 고르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렀다. 머뭇거리는 침묵마저설명의 실패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모든 경우의 수가 동시에 열렸다. 누가 먼저 상처를 받았는지, 어떤 말이 결정적이었는지, 그 말이 나오기까지의 맥락과 서로의 상태까지한꺼번에 떠올랐다.
무엇을 말하든 누군가는 서운해질 것 같았고,
어떤 답도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할 것 같았다.
정답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은 답이 동시에 존재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설명을 회피한 게 아니라, 판단을 멈췄다. 그때의 침묵은 무력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나 자신을 밀어붙일 수 없어서 선택한 것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침묵이 언제부터 설명보다 더 큰 오해가 되는지.
다음 글에서는, 이 침묵이 어떻게 오해로 읽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쓰려고 한다.
이 기록은 불안과 침묵, 판단을 미루는
시간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