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 때 나를 더 망가뜨리는 것들

감각이 넘치는 순간에 대하여

by 두부

— 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 시간


불안해지면 방 안이 갑자기 좁아진다. 벽이 다가오는 것처럼 숨이 얕아지고, 소리와 움직임이 동시에 밀려온다. 생각보다 먼저, 감각이 넘친다.


말소리가 소리굽쇠처럼 귓가를 울린다.

숨소리가 커지고, 발걸음이 가까워진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고쳐보려는 얼굴로 다가온다.

손을 뻗어 나의 얼굴을 쓰다듬고, 표정을 살피고

지금의 나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으려 한다.


그 모든 움직임이 그 순간 나에게는 처리할 수 없는 정보량이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겹쳐서 예고에 없던 호우주의보마냥 비처럼 쏟아질 때 나는 안쪽으로 한 발짝 물러난다.


설명해야 할 말이 생기면 몸이 먼저 굳는다.

이유를 묻는 순간, 대답은 더 멀어진다.

무례해지고 싶지않아서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저 버티는 동작에 가깝다.


사람들은 가까이 있을수록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떤 상태에서는 거리만이 유일한 안전이 된다.


혼자 있고 싶다는 욕구는 거부가 아니라 살아남는 방식에 가깝다. 그 순간의 나는 해결도, 방향도 아니다.


단지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시간, 감각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조용히 남아 있을 공간이 필요했다.


불안은 늘 이렇게 찾아왔다.

나를 무너뜨리는 건


그 감정 자체보다도

그 감정을 다루려는 손길들이었다.



다음 글에서는 판단을 미루게 된 순간을 쓴다.


이 기록은 불안과 침묵, 판단을 미루는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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