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하기 전에 태도 먼저.
문화적으로 넓은 영역안에서
공간 디자이너로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이런 질문들이 스며들기 시작하더군요.
이 구조 안에 사람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
이 조명 아래에선 무슨 대화가 오갈까?
그리고, 이 공간엔 어떤 감각들이 머물러야 하고,
과연 우리가 상상했던 장면들이 흐르게 될까?
디자인의 처음은 항상 평면과 구조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공간이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까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더군요.
이 고민들은 커리어 8년 차를 넘어갈 시점에
굉장히 강하게 제 마음에 심겨진 이후,
많은 것들에서 큰 변화를 가져다 줬습니다.
생소하기 그지 없던 '브랜딩 매니지먼트' 공부를 하겠다고 준비도 했었었고,
그 의식의 흐름 안에서 첫 사업도 겁 없이 벌렸다 닫아 보기도 하고,
해외 취업에 쉽게 접근했던 것도 다 이러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디자인 실무' 외의 영역으로 관심을 넓히고,
접근하려 했던 이유는 결국,
공간은 준공이 끝나는 순간에 완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경험되고, 공유되고, 기억되는 일이기 때문에
놓여지는 작은 기물과 소품들에서부터
운영과 커뮤니티, 그리고 그 안에서의 일어날 행위들의 선택들까지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완성을 맺어주는 '공간디자인의 일부'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공간의 완성은 단순한 미감이 아니라,
'공간의 태도'라는 아주 구체적인 감각에서 비롯되고,
이용자들을 통해서 퍼져나가는 거니까요.
그리고 이 공간의 태도는
작은 찻잔에서 시작될 수도,
손에 남는 감촉이 좋은 비누 한 조각에서 시작될 수도 있으며,
잔잔하게 머물다 사라지는 향에서도 느낄 수 있죠.
한 때는 누군가에게 꿈같은 이야기 같다던 피드백을 들었던,
제가 만들어가고 싶은 '공간 매니지먼트 스튜디오'는
이러한 것들을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고,
제안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고민과 감각들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스튜디오로 더 단단히 디벨롭해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마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이어온 덕분에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 공간을 원하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걸
최근 진행했던 몇 가지 프로젝트들을 통해서도 경험하고 목격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하지만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는 실감.
그래서 요즘 제가 유독 관심 있게 지켜보는 전시나 브랜드,
로컬 페스티벌, 실험적 기획들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어질 이야기들에서는
그 순간순간의 관찰들, 선택의 이유들,
그리고 그 감각을 공유해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나눠보려 합니다.
전 정말이지,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거거든요.